1월 28일 오후 공주 한국문화연수원. 10여 명의 사부대중이 한 모둠이 되어 10개의 회의실에 각각 머리를 맞댔다. ‘종단혁신과 백년대계’를 주제로 토론하는 모둠이었다. 일부 대중은 “사찰 재정이 투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 선거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오갔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도 직위를 내려놓고 6번 모둠에 동참했다. 스님은 여러 제언을 들은 후 “사회적 기능들에 대한 의미 부여가 부족하지 않느냐”면서 일상생활에서 서원 갖기를 제안했다. 

이 토론회는 조계종이 개최한 ‘종단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이하 대중공사)’다. 종단 안팎에서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을 풀 수 있는 의제를 선택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회의는 정해진 안건이나 자료 없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주고받은 뒤 포스트잇에 의견을 모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포스트잇에는 “사찰 재정의 투명성 회복”을 촉구하는 글이 가장 많았다. “승가(출․재가)의 청정성․신뢰성을 회복해야 한다”, “종법이 바뀌기 전에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는 등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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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6모둠토론에 참여해 포스트잇에 적힌 조계종의 혁신과 미래를 위한 과제들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대중공사에 참여한 사부대중 120여 명은 10개 모둠 토의 후 모두 강당에 모여 분임토론에서 선정한 5가지 의제를 발표했다. 대중들은 공통되는 의제를 추려 이 가운데 한국불교의 백년을 이끌 최종 의제를 결정했다.

대중들로부터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의제는 인재양성, 포교프로그램 개발이며 △사찰 재정 투명화 △종단 신뢰구축 △사부대중 참여를 통한 종단활성화 △승가공동체회복 △사회적 의제 실천 △지역사회 사찰의 위상과 역할 강화 △교구중심의 지방분권화 방안 순이었다.

또 청중은 ‘재가자․비구니 스님의 참여도를 높이는 문제’, ‘개최 요일을 평일에서 휴일로 바꾸는 문제’, ‘서울 근교의 분임토론, 조찬’ 등을 제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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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열린 첫 100인 대중공사.

우바새 대표 민학기 조계종 중앙신도회부회장은 “승가를 외호하는 재가자 역할이 충분히 주어질 때 (신도가) 많이 모여들 것”이라면서 “이번 대중공사를 통해 신도 역할이 확장되고, 스님들이 재가자의 역할을 이해해주는 마당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비구니 스님 대표 전국비구니회장 명우 스님은 “큰스님들에게 충고를 받은 기분”이라면서 “대중공사가 우리 종단의 큰 청규가 될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최연소 참가자 대학생불자연합회(이하 대불련) 이채은 회장은 “대중공사 참여자들이 어린이․청년 포교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을 보인 만큼 대불련도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겠다”면서도 “제 자리로 돌아가 법우에게 많은 분들이 청년 불자들을 위해 애써주고 있다는 것을 알리겠다”고 다짐했다.

시민사회 대표 정웅기 씨는 “현장의 얘기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꼼꼼하게 준비는 안됐지만, 종단 스님들이 모여 양보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면서 “개인이기주의 한계에 봉착한 시대상황에서 종단의 대중공사 전통은 큰 의미를 부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성문 스님은 “보여주기식이 아닌, 희망과 원력을 갖고 진실 되게 문제를 제기하고 방안을 모색하는 대중공사가 되길 바란다”면서 “제대로 된다면 1700년 한국불교역사 중 대단히 중요한 출발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대중공사를 통해 한국불교와 종단의 문제를 근원적으로 치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불교로 거듭나겠다”면서 “종단의 고질적 병폐를 극복하는 것에서부터 대중공사는 정치적 쇼가 아니며, 참석 위원들이 들러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내자”고 말했다.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지홍 스님은 “이 자리가 종헌 종법의 1994년 체제를 벗어나 새로운 종단의 백년이 시작되는 첫 걸음”이라면서 “앞으로 자유롭게 각자의 자리에서 종단의 현실과 미래의 방향에 대해 논해 달라”고 당부했다.

제2차 대중공사는 예정됐던 25일보다 하루 앞당겨 2월 24일 오전 11시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종단의 인재양성과 포교프로그램 개발’이란 주제로 진행된다. 추진위원회는 11월까지(2, 5,9월 제외)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9회에 걸쳐 대중공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자율적인 의제선정과 합의된 결과를 종단 운영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제도화한다는 방침이다.<관련기사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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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모둠의 모둠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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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모둠의 모둠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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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모둠의 모둠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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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모둠 걸망과 백팩(분임장 초격 스님)이 의제 발표를 마치고  “한국불교를 위해 우리가 간다!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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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임토론에 참가한 스님들이 포스트잇에 적힌 조계종의 과제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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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잇에 적힌 과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