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경관의 다른 말은 ‘명산대찰’이다. 수림이 우거진 명산에 자연스럽게 자리한 천년고찰이 주는 풍광은 그 자체로 한 편의 그림이자,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의 최적환경이다.

명산대찰의 수려한 경관을 가능하게 하는 대표적인 수종은 말할 것도 없이 소나무다. 소나무와 함께 잣나무나 전나무도 사찰과 명산을 조화롭게 이어주는 필수적인 수목들이다. 만일 명산에 자리한 천년고찰 주위의 멋들어진 소나무 숲이 없다면, 즉 사찰림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소나무로 장엄한 사찰림이 사라진다면 명산대찰이라도 황량한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천년고찰의 사찰림이 위기에 처했다. 자칫 그 울창한 솔숲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불길한 예측도 나온다.

이런 불길한 예측을 하게 만드는 존재는 ‘재선충(材線蟲)’이다. 재선충은 소나무와 잣나무 등에 기생해 나무 조직 내에서 물과 양분의 이동통로를 막아 고사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벌레를 말한다. 재선충에 일단 한번 감염되면 치료약이 없어 3개월 내외에 100% 나무를 죽게 만든다. 더구나 재선충은 1쌍의 선충이 20일 후 20만 마리 이상으로 증식하여 그 피해 확산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병해충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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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충은 소나무, 잣나무 등에 기생해 나무를 갉아먹는 선충이다. 솔수염하늘소에 기생하며 솔수염하늘소를 통해 나무에 옮는다.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는 잎이 처지기 시작하면서 시들해 지고 감염 한 달 정도 지나면 빠르게 붉은 색으로 변색되며 나무 표면과 내부에 구멍들이 발견된다. 선충은 나무 조직 내에서 물과 양분의 이동통로를 막아 나무를 죽게 만들어 대부분 고사하며 고사목에 재선충이 기생해 확산되기 때문에 반드시 제거해야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재선충이 현재처럼 확산될 경우 우리나라 전역의 소나무가 3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는 불길한 예측을 하고 있기도 하다.

알다시피 사찰림의 대부분은 소나무 숲이다. 재선충의 확산이 우려되는 이유다. 우리나라 사찰은 자연경관과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다. 불교는 그 유구한 문화유산과 함께 숲이라고 하는 멋진 경관을 함께 가꿔온 숲의 종교라고도 불려도 지나치지 않다.

스님들은 산림보호라는 개념이 도입되기 수백 년 전부터 숲을 보호하고 가꿔왔다. 그래서 ‘사찰림’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불이 나거나 홍수로 나무들이 다치는 것을 스님들은 앞장서 방지하고 관리해왔다. 사찰 주변은 또 인위적 개발이 적어 자연 상태의 소나무림을 유지하는 곳이 많다. 더불어 문화재 일대의 경관 보존은 세계적으로 문화유산 관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추세로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사찰의 주변 경관 보호를 위해 산림병해충의 예방과 방재가 중요하다는 것은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런 시급한 상황을 인지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이 사찰림을 재선충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노력에 나섰다.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조계종 총무원은 지난 1월 26일 재선충 확산 대응을 위해 방재관련 공문을 지자체와 산림청에 각각 발송했다. 예방 및 방제 대책을 시급히 수립할 것에 대한 요청과 함께 재선충 피해상황을 종단과 공유하도록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이다.

조계종 총무원은 또 산하 각 교구본사에도 재선충 방제 관련 관할 지자체와 산림청에 예방 및 방제 대책을 요청하고 피해 상황을 종단과 공유하도록 지시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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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은 재선충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우선 본말사 사찰림의 피해현황을 파악하기로 했다. 파악 결과 피해가 확인되면 즉각 관계 부처에 긴급 방재요청 및 향후 대책마련을 촉구하기로 했다. 피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더라도 관계 부처에 예방조치 요청 및 예방 대책마련을 촉구할 방침이다.

재선충 대책 마련 업무를 담당하는 관계 부처는 관할 지자체 산림관련 부서와 산림청 산림병해충과(1588-3249, 042-481-4076)다.

재선충으로부터 명산대찰 사찰림 구하기에 나선 조계종 총무원의 대책이 성공을 거두려면 당해사찰 대중과 불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 관계자는 피해현황이 발견되면 사찰의 이름과 피해지역 주소, 피해현황을 촬영한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제보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재선충 방제관련 전문가가 필요할 경우 종단차원에서 전문가 섭회 및 파송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사찰림은 단순히 사찰 소유의 숲이 아니라 공공림에 해당된다. 사찰림 보호가 불교계만의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조계종은 제주지역 및 부산과 경남 등 영남 지역의 재선충 피해 및 확산이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은 ‘재선충으로부터 사찰림 구하기’에 국민적 호응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