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밝음이다.

사람들이 많이 아프다. 몸도 아프고, 정신도 아픈 이들도 적지 않다. 아니 많아졌다. 아니 아프다고 생각하는 나일론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는 것 같다. 소위 마음 수행한다는 우리 불교의 출가자들조차도 문제가 많은 걸 보면 정말 그런가보다. 대부분의 출가자들은 다 버리고자 출가했다고 하면서도 정작 ‘출가’했다는 상만은 끝내 못 버렸다. 이런 소위 ‘승려’들의 어리광 같은 ‘아상(我相)’은 그나마 봐줄만 하다. 그렇다고 해서 부처님께서 강조하신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으니 그에 집착하지마라!’라는 ‘버림’과 ‘비움’의 미학을 잊은 것은 아니다. 물론 이 정도는 그냥 봐 줄 수 있을 정도로 관대해진 것은 아니다. 다만, 요즘 말법시대라고 떠들면서 말법시대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출가자들이 많아서 그런가 보다. 도박, 성매매, 사기, 폭행 등. 모든 것 스스로 허용한 만큼 상상한다. 일체유심조다. 말법시대라고 허용했기에 스스로 말법에 맞게 사는가 보다.

다시 초기불교의 바른 마음이니 정법으로 돌아가자는 말도 많다. 하지만 소승, 대승, 금강승을 다 지난 지금 굳이 초기불교로 돌아가야만 부처님의 가르침을 다시 밝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 외칠 시간에 ‘아라한’이 되어 보여주면 된다. 같이 공부하자고 하지만 사실은 내가 한수 가르쳐 주겠다는 ‘과시욕’ 병자들이 많아져서 안타깝다. 그냥 너나 잘해서 ‘아라한’이 되어 한수 가르쳐주면 좋겠다는 훌륭한 재가 수행자들의 목소리도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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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출가자의 탈을 쓴 이들이 많은 시기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언제나 문제 안에 있다. 바르게 그냥 잘 출가하면 된다. 부처님처럼 되기 위해 부처님의 제자가 된 그 출가의 초발심만 잘 지키면 된다. 이렇게 그냥 부처님이 다시 켜신 법의 등을 우리가 다시 켜면 되지 않을까? 법등명 자등명(法燈明 自燈明)이다. 법의 등은 이미 밝았다. 그것을 까맣게 잊고 있을 때 우리의 성품이 원래 밝았음을 가르쳐 주신 분이 부처님이다. 석가모니 부처님만 우리를 밝힐까? 아니 불보살만 우리의 자성을 밝혀주신 것인가? 우리가 모두 부처라는데 출가자가 먼저 ‘아라한’이 되어 진정한 삼보가운데 승보인 ‘전등(傳燈)’이 되어주면 되는 것이 아닌가? 깨치지 못한 출가자들이 ‘승보’인 스님이라는 열등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성철 스님같이 깨친 분들이 말한 스님은 출가자의 탈을 쓴 부패한 권승들이 아니라 ‘중도’를 깨친 이일 따름이다.

세상의 모든 만물이 스스로 밝아서 우리의 어둠을 밝혀준다. 해와 달과 별만 우리를 밝힌 것이 아니라 동물, 식물을 비롯한 세상의 천지만물 모두가 스스로 밝아서 우리도 밝게 해준다. 빛이라는 파동을 이해하면 그렇게 생가갈 수 있는 건 당연한 게 아닐까?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그 나름의 자성을 찾은 모든 만물의 자성은 원래 본디부터 밝았다. 이런 밝음이 있기에 그 덕에 우리도 그나마 밝게 살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 부모님처럼 그들은 말없이 아무런 보답을 바라지 않고 다만 자애롭게 은혜를 베풀고 있었던가? 아니 그냥 무심코 아무런 생각 없이 무심무념(無心無念)의 상태에서 우리를 지켜봐 준 것은 아닐까? 대지의 마음이 그런 거다. 그것이 티베트 불교에서는 ‘보리심’(菩提心)은 아닐까? 보살이 되기 위해 반드시 가져야 할 마음인 보리심은 원래 우리에게 있었던 우리의 본래 품성의 실체가 아닐까? 우리가 원래 밝았다면 그 밝음은 보리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은 아니었을까?

산이 밝고 물도 밝아 우리를 밝게 해준다. 밝아지기 위해서는 먼저든 함께든 맑아져야 한다. 내가 맑아야 더욱 더 밝아질 수 있는 이치다. 깨끗하게 닦은 전구가 더 멀리 밝힐 수 있다. 이렇게 공기와 물을 맑게 하듯이 내 몸과 마음을 맑게 해주는 것은 우리 주변에 많다. 그렇게 우리 모두가 밝아지기 위해서 맑게 해주고 결국은 밝게 해주는 것 가운데 ‘차’가 있다. 굳이 보이차에 한정할 필요 없이 우리는 맑은 차를 통해서 밝음을 받아들일 수 있다. 차의 희생을 통해서 그러한 차를 받아들인 우리는 점차 차처럼 그렇게 맑아지고 또 밝아진다. 한걸음씩 성큼성큼 일신우일신 일일신의 길을 걷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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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우리의 피를 맑게 만들어준다. 세상의 모든 독으로 인해 혼탁해진 우리의 피를 정제해준다. 정화시켜준다. 스트레스로 인해서 많이도 약해진 방광, 신장, 비장, 폐의 기능을 강화시켜준다. 그렇게 몸은 쾌차해가며 피도 점차 맑아진다. 그렇게 원래 상태로 복원시켜주면서 차를 우리의 피와 몸을 바꾸고 고쳐준다. 그렇게 우려된 찻물처럼 우리의 피와 몸 그리고 마음도 덩달아 맑아진다. 차가워진 위도 따뜻해지고 소화도 원활하게 된다. 위장까지 침투한 냉한 기운은 장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사라지고 장까지 가서 음식은 비로소 발효를 시작한다. 둔화된 피의 흐름이 다시 원활하게 된다. 신진대사도 다시 원래 상태를 회복한다. 조화와 균형 속에서 신장은 몸에 들어온 물들을 정화시킨다. 방광도 정화된 물을 쉴 새 없이 가져와 소변으로 내보내며 바쁘게 청소해준다.

차 가운데 있는 폴리페놀 성분은 혈관, 심장, 간장에 쌓여있던 콜레스테롤 같은 지방을 전혀 머무를 수 없게 해준다. 그렇게 혈관 등에 붙어 있던 콜레스테롤을 없애듯 우리의 마음도 차를 통해서 나에 대한 애착을 씻어 내버린다. 그렇게 성장한다. 고혈압이 사라지듯이 마음속에 ‘울’이나 ‘화’가 사라진다. 우울증이나 울화가 사라진 마음자리에 환희심이 솟아난다. 그렇게 몸의 맑고 밝은 기운은 피부를 통해서 세상과 호흡한다. 피부가 맑아지고 윤택해진 모습에 주변에서 관계하는 사람들도 왠지 기쁘게 된다. 그렇게 맑고 밝아진 몸과 마음은 주변도 맑게 해주고 밝게 해준다. 

차는 스스로의 밝음을 자랑하지 않고 그냥 맑음을 통해서 말없이 전한다. 이심전심 즉 마음으로 전하는 차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것은 ‘나’라는 또는 ‘나뿐’이라는 나쁜 색안경을 쓰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 색안경은 스스로의 자성도 바라보지 못하게 만드는 세상을 모두 칠흑 같은 어둠으로 뒤덮게 한다. 부패와 타락으로 끝없이 추락하는 성직자의 탈을 쓴 출가자들 가운데는 의외로 차를 잘 마시는 이가 많다. 그들은 정말 차의 마음을 아는가? 그냥 머리로 알음알이로 알기만 하는 건가? ‘양’의 탈을 쓴 늑대가 아무리 양치기인척해도 차는 그를 맑게 하거나 밝게 해주지 못한다. 진정한 참회로 스스로를 비운 이에게만 차는 도반이 되고 선생이 되어준다. 내가 그의 진정한 의미를 불러주기 전까지 ‘꽃’은 그 아무것도 아니다. ‘차’도 그렇다. 오늘도 차가 하나를 가르쳐준다. 무명을 밝혀준다. ‘출가’의 의미도 가르쳐 준다. 좋은 도반일 따름이다.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