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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공부 지금부터 시작이죠”

배희정 기자 | chammam79@hanmail.net | 2015-01-15 (목)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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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간 동산불교대학의 모든 수업을 다 들은 ‘불교 공부왕’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동산반야회를 찾았다. 그 주인공은 스님이나 학자, 교수도 아닌 재가자 문종순 씨(59, 사진)였다. 동산반야회 기획실장을 맡은 그를 두고 사람들은 농담 삼아 동산반야회의 ‘반주지’라고 불렀다. 그가 이 대학의 모든 수업을 들었는지가 궁금했다. 대답은 “그렇다”였다.

 

불교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때부터 불서를 단 하루도 손에서 놓지 않은 그에게 수능만점자에게나 물을 법한 질문을 하고 싶었다. ‘공부가 어렵지 않느냐’고 물으니 서슴없이 대답이 돌아왔다. 

 

“불교 공부는 어렵지 않아요. 교리가 어려운 게 아니거든요. 불교는 나를 아는 공부예요. 나를 바꾸는 게 어려운 거죠. 깨달음보다 나를 변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믿으라’면 무조건 목사 말만 듣고 성경 말씀만 집어넣으면 되는 일신교와 다르죠.”

 

‘불교 공부가 어렵지 않았다’란 이야기를 예순이 다 된 어르신에게 들으니 그 비법이 궁금했다. 수많은 한자를 보고 겁에 질리거나 산스크리트어를 몰라 공부를 놔버린 이들도 많지 않은가. 이에 문 실장은 “관련 외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선지식이 있고, 그들을 만나면 초기불교부터 대승까지 다 소화할 수 있으니 처음부터 겁먹지 말고 교수 시스템을 활용해 꾸준히 공부하라”고 조언했다.

 

그래도 체계적으로 준비하지 못하거나 여러 가지 일들로 공부를 놔버리는 이들도 더러 있지 않은가. 이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 물었더니 이런 답변을 내놓았다.

 

“중간에 포기하는 분들이 많죠. 한 번 공부하다가 자취를 감춘 이들은 10년 정도 지나면 다시 나타나데요. 대개 노후에, 정년퇴임 후 시간이 나면 그제야 공부하러 와요. 하지만 그분들은 대부분 후회해요. 10년만 일찍 왔으면 좋았겠다면서요. 30대는 관심을 가지면 가장 좋지만 육아와 직장 근무 등으로 공부할 틈이 없죠. 50대부터 하려면 공부하는 습관이 안 들어 잘 안 되니 40대이신 분들은 놓치지 말고 꼭 공부하세요. 10년을 가랑비에 옷 젖듯 수업만 들어도 그 힘은 삶속에서 크게 발휘돼요.”

 

문 실장은 늦게 공부를 시작하기를 망설이는 분들에 대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항상 마음 돌리는 순간이 처음이라고 생각하라. 남과 비교하면 한도 끝도 없다”면서 “늦게 시작한 분들은 본격적으로 공부에 매진하면 젊은이들보다 깊은 공부를 수 있다”면서 만학도에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래도 머리가 ‘굳었거나’ 예전에 비해 ‘나빠져’ 공부를 못하겠다고 시작조차 망설이는 이에게 할 말이 없느냐니 “공부는 벼락치기가 아니라 꾸준한 습관만 들이면 된다”면서 “불교는 머리가 아니라 지구력”이라고 단언했다.

 

“학벌 좋고 머리 좋은 분들 중 어떤 분들은 ‘불교에 필요 없는 허례가 많다’면서 책만 보죠. 그렇지만 예불의식과 법회에 참여하는 행동이 쌓여 몸에 배는 것이 참된 자기 공부라고 봐요. 강좌에 오겠다는 생각과 간다는 생각, 그것이 불교죠. 서점에서 책 몇 권 봐서 불교 다 아는 거 같아도 가슴으로는 안 되죠. 머리 좋은 사람이 반짝 불교 공부하는 것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십년 하는 게 훨씬 나아요.”

 

후배들을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은 문 실장의 학업에 대한 열정은 남달랐다. 하루아침에 쌓여진 것이 아니기에 동산반야회가 창립된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가야 그 시작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대답을 듣고 보니 역시나 그랬다.

 

젊은 시절 편집 디자인의 일을 하는 평범한 회사원의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26세 때 누님과 함께 강화 보문사를 다녀오면서 불자로서의 삶을 살게 됐다. 평소 동양철학에 관심이 많던 문 실장은 1984년 동산반야회 무진장 스님의 입문강좌를 들으면서 불교에 더욱 빠져들었다. 당시 조계사 법회가 끝나면 법우들과 인근 다방에서 차편이 끊기는 11시 30분까지 법문 내용을 되새김질 하며 토론을 펼칠 정도였다.

 

그는 일주일 2시간 3달 코스인 무진장 스님의 강좌를 ‘최고’라 여기고 1년 간 4번을 들었다. 이렇게 10년 간 무진장 스님의 강좌를 반복해 들었다.

 

“무진장 스님의 수업에서 제가 목탁을 직접 치고 사회를 보다 보니 수업을 계속 들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10년 동안 신앙 차원에서 듣는다고 생각했어요. 학자들처럼 깊이 공부를 한다던가, 선승처럼 좌선한다는 생각이 없이 안심입명(安心立命) 한다는 정도로요.”

 

그는 이후 사무국장으로서 고 김재일 법사에게 성철 스님 법문을 100강좌로 풀어 재가자들이 공부할 수 있는 2년 코스의 불교대학을 만들자고 제안했다고 회고했다. 그게 ‘적시타’가 돼 동산불교대학이 명실상부한 불교교육 전법도량으로 자리 매김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문 실장의 눈과 귀에는 하루도 불교가 떠난 적이 없었다. 동국대, 승가대 교수 등 전문가들의 수업을 들었을 땐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알고 충격을 받기도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강좌를 듣고, 들었던 강좌는 반복하며 강좌 기획을 잘 해야겠다는 의욕을 뒷받침했다.

 

“기획을 담당하면서 모든 강좌를 제안하고 책임지고 끌어가야했기에 제가 수업에 안 들어가면 그 강좌는 ‘죽는다’는 생각을 가지며 항상 수업만 생각했어요.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가,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가 체크하기 위해서죠. 그렇게 수업을 10년 들으니 사람들이 제게 물어보기 시작하네요. 상식적인 선에서만 답변했는데 체계적으로 얘길 해야겠다는 마음이 틀을 잡아가려고 다시 공부하는 중이에요.”

 

 


 

그는 아무리 바쁜 날이라도 서점에 하루 한 번씩 매일 들러 최소 30분 이상 불서를 포함한 책을 읽는 습관을 들였다. 주로 조선불교사와 한국불교 재발견 등 역사서적, 불교 책을 좋아하며 동양철학 관련 책을 두루 섭렵했다. 이렇게 꾸준히 공부한 결과, 어떤 교수와의 입담에도 밀리지 않을 정도가 됐다. 

 

문 실장은 “독서는 지식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화, 이슈의 동향이나 연구의 흐름, 학자들의 시각을 볼 수 있다”면서 “강의 기획을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예찬했다. 이어 “매일 염불수행을 하고 있지만, 부처님의 교학체계를 사유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모두 수행”이라고 강조했다. 도대체 불교의 어떤 매력이 그를 불교 공부를 하게끔 붙들어두었나 궁금했다.

 

“일신교는 신에게 맹목적 충성 아니면 구속당하는 거죠. 유교나 도교는 생활종교예요. 유교는 생활에 강하지만, 근원에 대한 물음이 약해요. 도교는 한 발 더 나가 불로장생을 추구하며 도를 얘기하는데 자연을 말할 뿐 인간 얘기가 없어요. 결국 ‘나’는 불교에서만 찾을 수 있어요. 인생과 우주의 근본을 말하는 것은 부처님 밖에 없어요. 결론은 부처님이죠.”

 

그는 “누구나 불성이 있다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이 매력”이라고 단언했다. 무진장 스님이 강조한 것처럼 꼭 출가한 수행자만 고귀한 삶이 아니라 부처님 정신을 받들어 일반 사회생활에서 자기 분야를 개척하는 게 중요하다고.

 

문 실장은 불교란 무진장 스님이 말씀하셨던 ‘칠불통계’로 간략하게 설명된다면서 ‘모든 악업을 짓지 말고[諸惡莫作] 좋은 선을 받들어 행하라[衆善奉行] 스스로 마음을 정화하면[自淨其意] 그것이 곧 칠불의 공통된 가르침이다[七佛通戒]’란 말씀을 항상 마음속에 새기고 다닌다고 말했다. 이어 그 가르침대로 자신의 활동 범위 안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삶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계에 인재들이 많아져야 한다면서 처음 불교 책을 펴는 초학자들을 위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의 성향에 따라 공부하는 스타일을 바꾸는 게 도움이 된단다.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야 해요. 자기가 이지적이면 정서적인 면을 보완하고, 정서적이면 이지적인 면을 보완해야 해요. 정서적으로 강한 분들이 있어요. 대부분의 보살들이 여기에 속해요. 절에 가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법회 참여하는 분들이죠. 이분들은 사찰 교리강좌나 교양대학을 다녀 지혜를 함양해야 해요. 하지만 이를 거부하는 이지적이고 논리적인 사람들이 있어요. 주로 거사들인데 책을 잘 보고 공부도 잘하는데 두서가 없어요. 맘이 맞는 것만 하니까 그래요. 그 정도만 하고 다 알았다고 착각하는 분들은 신앙심을 길러야 해요.”


문 실장은 “불교는 지혜의 종교”라며 “재가자들은 안심입명을 넘어 부처님의 깨침을 제대로 공부해 어떻게 지혜를 증장시킬 수 있는가를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불교부터 대승불교까지 일관성 있게 꿰는 책을 보라고 권했다.

 

“근본교조 석가모니부처부터 시작해 자기 수행 위주의 초기불교부터 밑바닥을 다지면서 대승권 이타정신이 필요해요. 이 두 가지를 겸비하려면 방대한 시간이 걸려요. 하지만 3년 안에 잡혀야 해요. 초기불교와 대승을 공부하지 않으면 선이 이해가 안 되고 허망한 소리에 그칠 수 있어요. 초기불교 부처님 근본정신으로 돌아가면서 대승불교의 이타정신을 함양해야 해요.”

 

그는 초학들이 주의해야 할 사항으로 “스님 생활을 동경하며 절만 찾는 ‘절귀신’이 많다”면서 “재가자들은 현실에서 부처님 법을 새기고 익혀서 인간의 자율성, 정신적 능력을 극대화해 발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산’의 버팀목인 문 실장에게도 어려움이 있지 않았을까? 그는 경제적으로는 시민단체 정도의 급여를 받고, 노후 대책도 따로 마련해놓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30년 가까이 동산을 떠나지 않았다. 오직 ‘내가 아니면 할 사람이 없다’는 사명감 하나로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켰다.

 

4~5년 활동하다가 보이지 않고 현실로 돌아가는 선배들, 3년 바짝 공부하다가 사라지는 후배들도 많았지만 문 실장은 달랐다. 오히려 남들이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것은 중요치 않았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음에도 30년 간 묵묵히 ‘동산’의 지킴이처럼 살아온 그에게도 현실의 벽은 높지 않았을까? 현실 때문에 위축되지는 않았을까. 질문에 어려움을 토로하기는커녕 그는 당당했다.

 

 

“그동안 우리는 나이가 들면 재정관리를 잘하고 연금 받으면 노후문제가 해결되는지 알고 살아왔어요. 그러나 노후대책만 마련되면 문제가 해결되나요? 나이가 들면 생활고나 병마에 시달리고, 퇴직 등으로 사회적으로 제약을 받는 등 마음이 위축되기 싶죠. 주변에서 포부 넓던 사람도 정년퇴임하면 한 순간인 경우를 종종 봐요. 1년만 지나면 의지도 약해지고 의기소침해지거나 병이 나고 20~30년 남은 진짜 자신만을 위한 제3의 인생을 활용을 못하더라구요. 제3의 인생을 위해 저는 적극 불교를 권해요. 불교공부를 하면 마음의 폭이 넓어지고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죠. 외부조건에 구애받지 않으려는 마음이 들고요. 불교공부를 하면 등산을 하더라도 운동차원이 아니라 대자연과 함께 하는 마음이 크게 생겨요.”

 

그는 요즘 “교수, 학자들이 강의한 1차 자료를 재가불자들에게  쉽게 소화시키고 어필할 수 있게 되새김질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화두”라면서 성철 스님의 법문을 생활불교로 여과시키는 몫을 해낼 것이란 당찬 포부를 밝혔다.

 

“동산불교대학 강좌가 2년 간 100강좌예요. 이 강좌를 모두 소화해서 대중들이 밀접하고, 생활에 수행으로서 전환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거예요. 그게 돼야만 동산불교대학이 업그레이드될 것이니까요.”

 

문 실장은 전에는 법회 진행이나 행정 일에만 몰두했는데 이제 앞으로 10년 간 내공을 다지겠다면서 “불교학과를 업그레이드해 성철 스님 법문을 생활인에 맞게 현실화하는 데 주력해 교육시스템을 재정립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남들은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하는데 아직 멀었어요. 불교를 접한 뒤 10년은 신앙 차원으로, 10년 배우는 수준에 머물렀죠. 크게 보지 못하고 필요한 부분만 봤어요. 앞으로 10년은 불교지도자 역할을 할 수 있는 내공을 다지기 위해 근원부터 다시 공부할 거예요.”
 
또 무진장 스님과 김재일 법사의 만일염불 사상체계를 정립해 책을 만들며 동산의 정체성을 세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어 초기불교에서 대승불교를 잇는 사상시스템을 정립해 각각의 불교로 보지 않고 모든 불교를 아울러보게 하는 것, 이 세 가지가 올해부터 10년 간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의 모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는 ‘동산’이란 단어가 떠나질 않았다. “하고 싶어서 한 거니까 후회도 없다”는 그는 “동산불교대학의 발전에 항상 함께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러한 계획이 혼자서 되는 것이 아니고, 현장에서 계속 시행착오를 거쳐야 함에도 그는 두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동산의 답보 상태를 바꾸고 불교계의 시대 조류와 함께 가기 위해 내공을 깊게 하겠다’, ‘인생 업그레이드는 내 능력에 달렸다’고 말하는 그의 도전과 열정에 적어도 동산불교대학의 가치는 더욱 살찌워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공부의 끝은 없다”며 “앞으로 10년 후에서야 명함을 내밀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하는 문 실장이 그곳에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동산불교대학의 미래는 밝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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