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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월정사 마당에는 국보 48호 월정사 8각9층석탑이 있다. 그 탑은 고려 초기에 조성돼 1,6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풍우에 깎이고 이끼 화석이 켜켜이 쌓였다. 창건 이래 8차례의 재난과 화재를 맞았다. 그럼에도 의연하게 백두대간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으면서 평화와 자비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월정사는 여기에서 매달 탑돌이 법회를 봉행한다.

 
『월정사 탑돌이』(에세이스트사)는 월정사 부주지 원행 스님의 수행 산문집이다. 월정사 탑돌이를 무형문화재로 지정, 보존하려는 스님의 원이 담겨 있다. 첫 글의 제목이 곧 책 제목이다.

『강원일보』, 『강원도민일보』, 『불교신문』 등의 언론매체 기고문을 포함해서 125편의 글이 실려 있다. 책의 앞쪽 1부에서는 1979년에서 1983년 말까지 월정사 안팎으로 혼란스러웠던 당시 상황을 역사적 기록으로 남겼다. 오대산의 큰 어른이셨던 탄허 스님과 만화 스님을 오랫동안 시봉했던 일화 등의 귀한 자료도 있어 책의 가치를 더해준다.

1979년 기미년에 청와대 궁정동 사태와 박정희 대통령 서거 사건이 일어났다. 그 뒤 1980년 당시 군사정권이 10·27 불교 법난을 일으켰고, 1981년 월정사 주지 분규사태가 있었다. 그 여파로 1982년 원행 스님은 원주교도소에서 복역했다. 1983년 6월에는 탄허 스님이, 같은 해 말 11월에는 만화 스님이 열반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서 원행 스님은 매번 자유롭지 못했고 때로 중심에도 서야만 했다. 스님에게는 참으로 감당키 어려운 시련의 연속이었다.

“그 모든 사태는 소승에게 또 다른 수행의 경책이었음은 물론, 좁은 강에서 너른 바다로 나가는 물목이었음에 틀림없습니다. 혼자만 속으로 삭이며 그저 잊고 흘려보낼 덧없는 개인사는 결코 아니기에 지옥고를 무릅쓰고서라도 다시 용기를 내어 어설픈 문장으로나마 기록으로 남기려는 것입니다.
역사는 알고 있습니다. 역사란 변화입니다. 사실을 ‘박제’하여 생명성을 제거한 것을 역사라고 해선 안 됩니다. 과거, 현재, 미래의 커다란 사이클로써 반드시 살아 숨 쉬는 생명의 역사여야 합니다.” (5쪽)

법난 때 받은 고문 상처 아직도

원행 스님은 10.27법난의 대표적인 피해자이기도 하다. 80년 법난 당시 소임은 월정사 재무였다. 10월 27일 새벽에 들이닥친 원주 보안사 요원들은 스님을 보안부대로 강제 연행했다. 그들은 고춧가루 고문, 물고문 등을 가하면서 허위진술을 강요했다. “10년 동안 재무 소임을 봤는데…, 비밀자금을 어디에 숨겨놓았느냐…, 비밀아파트와 여자는 어디에…, 무엇 때문에 승려가 되었고…, 북한 간첩과는 몇 번 만났는지…, 다 실토하라.”고 다그쳤다.

별다른 죄목이 발견되지 않자 스님은 갖은 고초를 겪은 일주일 뒤 석방됐다.

“부서진 발목과 부러지고 흔들리는 치아와 퉁퉁 부은 얼굴로 원주 천일공사 보안부대를 나설 때, 공금이나 사금이나 통장을 모두 압수당했으니 절 살림을 어찌 꾸려야 할지 막막하였다. 무엇을 위하여 산승이 되었으며 어떤 인연으로 오늘 이 치욕을 당하는 것인가. 1980년도 10.27 불교법난과 삼청교육대 사건으로 많은 스님이 통증으로 열반하셨고 또 많은 분이 휠체어나 지팡이를 의지하여 수행하고 있다.” (142쪽)

원행 스님에게도 매년 가을 단풍철 10월이면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통증이 있다. 그곳은 왼쪽 다리 복성 부분 관절로 10.27 법난 당시 고문당해 수술한 곳이다. 시려오는 치아도 모두 부서져 결실과 환절의 계절에 스님의 육신을 통증으로 괴롭힌다.

“상원사 법당 태우려할 때 만화 스님도 함께 있었다”

원행 스님의 은사는 만화 스님이다. 만화 스님은 조계종 초대종정인 한암 스님을 극진히 시봉했고, 조실 탄허 스님을 한암 스님 모시듯 극진함에 부족함이 없던 분이었다. 혹독했던 일제 강점기를 거쳐 6.25전쟁 통에 월정사의 참화를 고스란히 지켜보았고, 화마가 휩쓸고 간 폐허 속의 월정사를 복원하기 위해 용맹정진했다.

“6·25 때 국군이 상원사를 불태우려 하자, 상원사를 지키고 있던 한암 스님은 의관을 갖추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자, 이제 불을 지르시오.’ 하셨다. 그 근엄한 기개에 놀란 국군들은 문짝만 불태우고 가버렸다는 얘기는 어느 정도 잘 알려져 있다. 세간에는 그때 한암 스님 혼자 상원사에 남으셨던 것처럼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한암 스님의 법손인 만화 스님이 시봉을 들고 있었다.” (54쪽)

원행 스님은 자신의 은사 만화 스님을 ‘남을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는, 흔들림 없는 신심과 원력을 보이신 분’, ‘상좌에게는 참으로 인색하고 엄격하셨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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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작가 등 동참 출판기념법회 성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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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2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공연장에서 원행 스님의 『월정사 탑돌이』 출판기념법회가 열렸다.(사진)

이날 출판기념법회에는 탄허불교문화재단 이사장 혜거 스님과 조정래 작가, 김종완 문학평론가를 비롯해 김동호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 이재오, 이이재, 염동열 국회의원,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 이정하 강원도민회중앙회 부회장  등 사부대중 200여 명이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