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천 기자
hgcsc@hanmail.net 2014-12-30 (화) 09:43“맞아. 나는 기독교에 관한 한 유난히 비판적이지. 어쨌든 기독교는 내가 그 속에서 태어나고 성장했으며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그 일원인 ‘나의’ 종교니까.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해. 게다가 기독교의 역사와 관련해서는 개인적으로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뭔가가 있다고…. 그 중에서 특히 어두운 부분 말이지.”(50쪽)
『종교가 된 사적인 고민들』(원더박스)의 저자 마르흐레이트 데 헤이르의 말이다. 그녀는 부부 목사의 딸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네덜란드의 개혁교회 안에서 성장한 그녀에게 교회는 글자 그대로 그녀의 놀이터였고, 하느님은 집에서 같이 사는 다정한 삼촌 같은 분이었다.
열다섯 살이 되자 그녀는 반항하기 시작했다. 예수님이 모든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했는데 왜 어떤 사람은 배제되는 건지, 하느님이 정말 존재하는 건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때 그녀는 ‘신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강렬하게 느꼈다. 하지만 그 분은 성경에 등장하거나 교회 설교에서 들을 수 있는 그런 존재를 훨씬 뛰어넘은 존재이며,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존재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에 따르면 신은 모든 것이고, 신은 모든 것을 아우르고, 신은 모든 것 안에 깃들어 있으며, 그 모든 것과 신을 가지고 사람들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와 같은 종교들을 만들어냈다.
1989년 여름 그녀는 텔레비전에서 <마하바라타>를 보게 되었다. 인도의 ‘인류에 관한 대서사시’를 피터 브룩 감독이 6시간짜리 영화로 옮긴 작품이었다. 그때 그녀는 처음으로 다른 종교의 언어를 듣게 됐다. 그 뒤 암스테르담 대학교의 신학도였던 그녀는 상업화 된 탄트라 불교 계통의 명상에 한 때 심취하기도 했다. 그 뒤 스스로를 불교신자라고 말해왔던 그녀는 책에서 종교의 세 가지 측면을 이야기했다. 조직화 된 종교의 역사와 교리, 신과의 내밀하고 개인적인 유대를 추구하는 신비주의(영성), 사람들 사이의 관계인 윤리가 그것이다 그녀는 이 가운데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신비주의(영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대-기독교적 전통 안에서 성장한 저자는 이 책에서 세계 5대 종교(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 힌두교, 불교)의 역사와 배경, 교리 등 각 종교에 대한 친절한 설명은 물론 ‘믿는다는 것’과 ‘올바른 믿음’이란 어떤 것인지 쉽게 설명했다. 이 책을 감수한 이찬수 종교문화연구원장은 “어린이를 비롯한 청소년들이 종교에 대한 올바른 견해를 가질 수 있도록 꼭 필요한 내용을 아기자기한 만화로 묘사한 세계종교입문서”(5쪽)라고 평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세계 5대종교를 살핀 점이다. 저자에 따르면 종교와 문화가 서로 더 깊이 얽혀들수록, 종교는 여성의 사교적, 사회적 역할을 제한하는 수단으로 많이 쓰였다. 그리고 가부장적 문화 안에서 종교가 하나의 제도로 확립되면, 곧바로 여성을 복종시키기 위한 규칙과 율법이 만들어졌다. 5대 종교의 교리, 역사, 현대의 관행을 근거로 저자가 매긴 점수 중 기독교(6.3)와 이슬람교(6.3)가 가장 낮았고, 힌두교(7.0), 유대교(7.3)에 이어 불교(7.7)가 가장 높았다. 하지만 저자는 모든 종교가 그 핵심에서는 남녀가 평등함을 설파하고,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고 사랑하라고 가르친다고 보았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고 싶은 진짜 속내는 ‘종교적 진리를 찾는 일에는 정말 끝이 없다’는 것. 이는 곧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에 대해 무조건 수용하기를 거부하고, ‘탐색하고, 발견하고, 포용하고, 의문을 갖고, 또 거부하는’ 연속적인 과정이다.
이 책의 말미에서 그녀는 스스로 고백했다. “현재의 나는 수년 간 내가 얻은 통찰들과 인생을 포용하며 살고 있어! 예전에는 나를 불교신자라고 말했지만, 지금은 거기에 의문을 갖게 되었어! 이제 나는 기독교에 대해서는 거의 다 거부해. 찬송가 몇 곡만 빼고! 호기심이 많고 끊임없이 자신에게 의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나는 언제나 탐색하고 있는 사람이야!”(118쪽)
그녀는 “이런 점을 고려해볼 때 현재의 나는 인간의 능력으로는 신이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 증명할 수 없다고 믿는 불가지론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는 게 많아질수록 점점 더 그런 ‘앎’의 한계를 깨닫게 된다고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다.
한 살림교회 고진하 목사는 이 책을 추천하는 글에서 “평소에 내가 믿는 종교를 더 깊이 이해하려면 이웃종교를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왔다.”면서 “세계 주요 종교의 핵심을 콕콕 짚어 간결하면서도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주는 이 만화는 우리 마음에 관용과 자비의 파릇파릇한 새싹을 돋우는 정말 새롭고 흥미진진한 책”이라고 말했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 대표 도법 스님은 “종교마다 설명하는 언어와 표현하는 형식이 다르지만 실제 실현하려고 하는 내용은 ‘생명평화’라는 한마디로 귀결된다.”며, “이 책은 종교의 존재 이유에 대한 첫 물음을 진지하게 묻고 생각하게 한다. 종교의 길을 바람직하게 찾아가도록 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