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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세 조병만 할아버지와 89세 강계열 할머니의 사랑과 인생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신기록을 세웠다.

 

개봉 29일째에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300만 관객(12월 25일 오후 3시 52분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을 넘어섰다. 독립영화 최고 흥행작이었던 ‘워낭소리’를 제치고 1위 탈환을 하며 새로운 기록을 세우게 된 것이다.

개봉 4주째이지만 영화에 대한 관심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현재 박스오피스 3위를 선점 중이다. 진모영 감독<사진>은 이 같은 흥행에 대해 12월 23일 CGV명동에서 마련된 조계종 주최 ‘관객과의 대화’에서 “많은 분들이 봤으면 좋겠다는 소원은 있었지만 다큐멘터리 장르라 기대 하지 않았다”면서 “흥행은 전혀 예상 못했다. 정말 놀라고 있다”면서 관객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CGV에 따르면, 개봉 일부터 지난 12월 23일까지 이 영화를 예매한 관객들은 20대가 41.50%, 30대가 22.50%에 달했다. 젊은층 관객들이 부모들에게 영화를 예매해드린 경우도 많았다.

이처럼 전 연령에 걸쳐 관객을 확보한 이유에 대해 진 감독은 “산골에 사는 100세 가까운 노인들이지만, 사랑은 다를 바가 없다는 점에 모든 세대가 공감하지 않았을까”라면서 “우리가 원하고 바라던 사랑이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전달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감독의 머리에서 창조된 세계가 아니라, 이분들이 가지고 있는 모습으로 나온 결과였다”며 흥행의 공을 노부부에게로 돌렸다.

진 감독이 조병만 할아버지와 강계열 할머니를 영화로 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지난 2012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올해로 18년째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온 그가 우연히 TV 모 방송국의 ‘인간극장’을 보면서부터다.

“TV 다큐멘터리는 길어야 3주 찍고 제작해요. 집중 촬영하지만 한 번 하고 끝내기 때문에 아쉬운 점도 많죠. 그런데 이분들은 우리에게 보여주는 메시지가 더 많다고 생각했어요. 20~30대가 지나면 혼자가 아닌 남편이나 부인으로서 긴 세월을 살아가는데 이것이 행복에 직접 영향을 미치잖아요. 두 분의 모습에서 행복의 해답을 찾을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진 감독은 노부부의 삶에서 위대한 힘을 발견하고 글로벌 콘텐츠로 만들자고 결심, 바로 두 분을 찾아가 다음날 촬영 허락을 받았다. 그렇게 2012년 9월부터 시작된 촬영은 “최대한 두 분들이 힘들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이듬해 12월까지 15개월 간 강원도 횡성을 오가며 마무리됐다. 이들을 처음 만나 극장에서 상영하기까지 2년 반 걸린 셈이다.

노부부 촬영에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을까. 이에 대해 진 감독은 “부모 모습을 대신 기록으로 남겨줘 오히려 고맙다고 했다”면서 “믿어준 가족 덕택에 개봉까지 편안히 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영화 중 가족들의 다툼에 대해서도 “가족도 이 장면에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한국사회에서 노부모를 모시는 문제는 다 똑같지 않은가. 누가 나빠서가 아니다. 큰 딸, 큰 아들 등 각자가 가진 역할 때문이다. 한 번 싸웠다고 원수가 되는 거 같지만 어느 집에나 있는 평범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영화에 대한 잇따른 호평에 대해서도 “제가 창조한 세계가 아니라 보여준 것을 표현했을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촬영 중 이별을 맞은 그는 “우리로서도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면서 “할머니는 고통과 상처의 과정에서도 멋진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이분들의 사랑 그 자체만으로도 힘이 있고 영화 소재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초기엔 영화 제목도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아니었죠. 이야기가 동화적이라고 생각했기에 ‘선녀와 나무꾼’, ‘미녀와 야수’ 같은 제목을 염두에 뒀죠. 그런데 중간에 이별이란 소재가 들어왔어요. 이때 할머니가 보여준 모습은 남달랐어요. 그 모습에서 죽음마저도 사랑의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됐죠. 14살에 만난 처음 사랑, 수없이 많은 고난을 겪으며 키워낸 사랑, 죽음 앞에 이별을 앞 둔 사랑의 완성…. 다음 세상에서 같이 살자고 하는 영원한 사랑으로 가는 징검다리를 할머니는 가지고 있었어요.”

늙고 병듬, 죽음과 태어남. 관객이 영화를 보며 생각할 거리가 다분하지만 그는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표현하고 싶었다”면서 “할머니가 죽음을 미리 준비하며 아궁이에 헌옷을 태우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불자이기도 한 진 감독은 대학생불교연합회(이하 대불련)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불련은 영화 창작의 산실”이라고 단언했다. 1989년 대학교에 입학해 법학을 전공했지만 어디에서도 법학 전공자란 얘기를 해본 적이 없고 대신 불교학생회를 다녔다고 얘기해왔다며 “우리 문화, 국토, 한국 사람들에 대한 사랑은 모두 대불련에서 배웠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부부가 타종교인이었지만 그 분들의 정서는 고스란히 한국인들의 내재된 것을 가지고 있어 종교를 떠나 멋졌고 대불련에서 배웠던 정서로 편했다”고 덧붙였다.

촬영 중 스크린에 담지 못한 에피소드도 전했다. 다툰 가족은 마당에서 현란한 댄스 타임을 가지며 화해했고, 공순이는 촬영 후에도 두 차례에 걸쳐 새끼를 낳은 ‘위대한 개’였다고. 진 감독은 자신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저는 ‘내수용’ 같아요. 외국 사람들이나 문화에 감정 이입이 안 돼요. 동시대를 사는 한국 사람들에게만 애정이 생겨요. 한국 사람은 뭐든 전 세계 사람들의 대표 같아요. 가장 경쟁이 심하고 노동을 많이 하면서도 역동적이면서 문제를 꿰차고 나가거든요. 한국 사람을 지켜보면 우리 인생과 사회․정치적 문제의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다음 작업도 똑같이 진행하고 있어요.”

그는 이후 계획에 대해 “1년 전부터 강원도 ‘머구리’ 잠수부로 살아가는 탈북자를 촬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해바다를 건너와 생과 사를 넘어 경계인으로 끊임없이 살아가는 인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그는 내년 여름 촬영을 마무리 짓는다며 다시 한 번 자신의 영화를 사랑해 준 관객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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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3일 명동CGV에서 열린 조계종 주최  ‘관객과의 대화’에서 진모영 감독이 관객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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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