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까지의 부석사는 나름의 사세를 유지하면서 지역의 혹은 세계적인 명소였다. 그러나 상황은 19세기 들어서면서부터 나빠지기 시작했다. 앞서 ‘부석사 범종각’을 소개하면서 일부 밝히기는 했지만 당시의 부석사 상황에 대해 좀 더 살펴보기로 한다.

18세기 초인 1709년 태백산사고의 실록을 포쇄를 하고 돌아가는 길에 부석사를 들른 신정하(申靖夏, 1681~1716)가 남긴 『서암집(恕菴集)』에는 유람객들로 인해 곤욕을 치르던 스님들이 일부러 고적(古迹: 취원루와 같이 경내 있던 유명했던 건물 등)을 헐어버리려고 하여 내왕객들로 인한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전한다.

18세기에도 이 지경이었는데 19세기에 들어서면 그 정도는 점점 심해졌다. 태백산 사고를 지키는 비용 부담과 승군도 파견해야 하는 등 어려움은 계속되었다. 여기에 유생과 관리들이 부석사에 올 때면 스님들이 가마를 메고 나가는 것은 물론 경내에서도 그들을 가마에 태워 접대하는 지경에 이른다. 수행공간으로서의 절이 아닌 관광지가 되어 유흥의 장으로 변질되었다.

또한 1843년 부석사 완허당(玩虛堂) 학첨대사(學添大師)에 대한 영세불망기(永世不忘記)를 보면, 관사에 상납하는 물건과 관영본부에서 봄, 가을 등에 걸친 각종 잡역이 십여 건에 이르니, 매번 본 사찰로부터 다섯 암자로 분배하여 수납에 이바지하였다고 하여 그 폐해가 심각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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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6년 화재로 소실되었던 범종각은 이듬해부터 복원공사를 시작하여 1748년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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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약사전’명문이 확인된 목조불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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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불탁에 적힌 묵서명.

한편 18세기 부석사의 주요 불사 현황을 보면 1746년 화재로 승당, 만월당, 서별실, 범종각 등이 소실되어 1747년부터 1750년까지 중수와 단청을 했다. 이후 1763년 무량수전 아미타불을 개금하였고, 1796년에는 영산전의 미타후불탱(보물 제575호 대승사 목각탱) 및 아미타불과 관음보살상을 개금하였다.
1802년과 1806년에는 범종각, 심검당, 무량수전을 중수하였으며, 1808년 양보전(兩寶殿)의 단청을 하였고, 1884년에는 보덕각을 중수하였다.
이 가운데 1808년 ‘양보전’의 단청기록과 관련, 이 전각이 어떤 전각인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당시의 기록을 통해 추정이 가능하다.

일단 ‘무량수전’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다. 이는 1806년에 무량수전을 중수한 까닭이다. 그렇다면 양보전은 어떤 전각이었을까. 만약 무량수전의 단청이었다면 분명 무량수전이라고 언급했겠지만 그렇지 않고 ‘양보전’이라고 한 것은 다른 전각이었음을 말한다. 또한 ‘양보전단확중수기(兩寶殿丹雘重修記)’에서도 무량수전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 또한 다른 전각임을 암시하고 있다.

19세기 초와 18세기의 중수기록 등에는 앞서 언급한 여러 전각이 등장하지만 종각이나 요사채가 아닌 ‘보전(寶殿)’이라 한 것은 부처님을 봉안한 곳을 말하는 것이 틀림없다.

1796년 영산전의 불상에 대한 개금이 있었던 점으로 미뤄 양보전 중 한 곳은 ‘영산전’일 것이다. 그러면 또 하나의 전각은 어디일까.

최근 무량수전 내 작은 탁자에서 확인된 명문에 ‘약사전(藥師殿)’이란 전각이 부석사 경내에 있었음이 확인됐다. 명문의 내용은 ‘順興 浮石寺 藥師殿 獨辦成造丹靑 功德主 宗志, 畵員 瑛珌, 靈雲, 印岺, 供養主 晴晴 康熙貳拾八年己巳(1689)閏三月畢功於四月晄明也’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부석사 약사전 단청에 종지(宗志) 스님 단독으로 시주를 하여 1689년 윤3월에 시작하여 4월에 단청을 마쳤다는 내용으로 당시 단청을 담당한 화원은 영필, 영운, 인령 스님, 공양주는 청청 스님이었다.

결국 양보전은 영산전과 약사전으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약사전은 어디에 있던 전각일까. 이 문제의 답은  1961년 7월에 발행된 「고고미술」 통권 12호에 임천(林泉, 1908~1965)선생이 남긴 자료에 현재 보물 제1636호로 지정된 석조여래좌상의 출토지가 ‘약사곡’이라 하였다. 약사곡은 현재 부석사 경내 원융국사비와 동부도전 사이의 작은 계곡을 말한다.

따라서 약사전은 바로 이 계곡에 있었던 전각으로 약사여래상이 봉안되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보물 제1636호는 항마촉지인의 불상이다.
이 불상은 1689년 경에는 약사전에 봉안되어 약사여래로 예배되어 왔지만 현재의 도상은 약사여래가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단서가 있으니 바로 보물 제1562호 부석사 오불회괘불도이다. 이 괘불은 1684년 사불회(四佛會)로 처음 조성되었다가 1745년 다시 오불회(五佛會)로 조성하였다. 이 때 도상의 변화가 있는데 하나는 노사나불이 추가되었다는 점과 상단의 약사여래좌상의 지물(持物)의 변화가 있었다.

1684년 작품에는 약사여래의 왼손에 약함이 그려져 있지만 1745년 작품에는 약함(藥函)대신 타원형의 검은 물체가 보강된다.
이 물체의 정체에 대해 정확이 알 수는 없지만 현재 무량수전내 아미타여래좌상의 광배받침대에 검은색 조약돌이 올리어져 있어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흑옥(黑玉)은 공주 무령왕릉에서 목걸이나 동물모양장식, 대추 모양의 옥(棗玉) 등이 출토된 사례가 있는데 서아시아에서는 흑옥을 몸에 지니면 초자연적인 힘이 액운을 막고 몸을 지켜준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한다.

한편 부석사는 19세기 암흑기를 거쳐 20세기로 들어서면서 1916년부터 1919년까지 일제에 의한 대대적인 보수작업이 이루어진다. 이때 무량수전과 조사당의 해체복원이 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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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수전 아미타여래좌상 광백 받침에 올려진 검은 조약돌(왼쪽). 지금은 사라진 약사전에 봉안되었던 보물 제1636호 석조여래좌상.(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