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를 마시다보면 보이차 예찬론자가 아니라 아예 ‘광팬’을 가끔 만날 때가 있다. 보이차를 먹고 나서 ‘냉증’을 고쳤다는 사람도 있다. 같이 마신 아이의 ‘아토피’가 씻은 듯 나았다는 사람도 있다. 머리 아픈 게 없어지고 우울증도 많이 호전되었다는 사람도 있다. 관절염, 류마치스조차도 나아서 지금은 잘 걸을 수 있다는 사람도 있다. 당뇨와 고혈압 등 성인병이 있었는데 이젠 그런 병이 없다고 고쳤다는 사람도 있다. 신진대사도 잘되고 땀도 잘 나게 되어 몸이 이젠 매우 개운하다는 사람도 있다. 이외에도 수많은 ‘간증’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션 스쿨을 다닌 덕택에 고교시절에 기독교 교회에 주보를 받으러 다닌 적이 있다. 매주 주보를 안 가져오면 목사나 강도사, 전도사 아니면 최소한 집사나 권사는 되는 담임선생님들이 월요일에 검사해서 손바닥을 때리기까지 했다. 그 덕택에 ‘나에게 의존하지 말고 내 가르침(법)에 의지하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나보다. 목사든 승려든 성직자는 아무리 프란체스카 교황처럼 그 역할을 잘해도, 모두 ‘달을 가리키는 손’일 따름이다. ‘사람’이 아닌 ‘가르침’을 보고 의지하라는 부처님의 말씀은 이종교(異宗敎)를 통해서 더욱 더 마음에 새길 수 있어 다행이다. 이래서, 종교간 대화가 더욱 필요하나 보다.

기독교 미션 스쿨 성경시간이나 교회 설교시간에는 가끔 ‘간증’이라는 시간을 갖는다. 사전적으로 간증이란 자신의 종교적 체험을 고백함으로써 신의 존재를 증언하는 일을 말한다. 공자는 괴력난신에 대해서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기독교는 신비한 체험 우리 불교로 말하면 영험담을 말하는 시간까지 있다니 처음에는 매우 신비스러웠다. 하지만, 간증하는 이들 가운데 더러 광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들을 보고는 매우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다. 그런 가운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성(自性)’을 상실한 듯한 모습이 무엇인가를 내게 잘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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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교사도 선생이다. 천하만물이 모두 스승이다. ‘간증’에는 '내‘가 없고 다만 ’신‘만 있을 따름이다. 신이 설사 있고 그가 무엇을 말했던 간에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내가‘ 없다면 공허할 따름이다. 오직 내 마음이 있을 따름이다. 내 마음먹은대로 실천할 수 있을 따름이다. 내가 있기에 신도 있다. 신[차]에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마음]를 믿어라!

보이차 ‘간증파’[여기서 파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티베트 말과 같은 의미로 사용]들을 만나면 그들은 차를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로 이해한다는 점에서는 ‘비간증파’와 같다. 간증파들은 단순히 신의 선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신이 준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한다. 차는 만능이 아니다. 아니 만능일 수 없다. 만능이란 인간이 신에게 부여한 사치스러운 ’언어‘일 따름이다. 아니 인간의 상상력으로 부여한 최고의 허영일 따름이다. 아니 상상할 수 없기에 도피하기 위해서 엉뚱하게 부여한 단어일 따름이다. 까닭에 만능이니 신통이니 하는 말은 그 자체가 허구일 따름이다. 난 허구 따위를 믿는데 이생에서 제게 주어진 시간을 헛되이 낭비할 수 없다. 난 아직 죽을 준비조차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간증파든 비간증파든 간증에서 못 벗어난 사람들이다. 중도에 선다면 ‘간증’에 얽매일 필요조차 없다. 하지만 부득이 말해야 할 때는 필요한 만큼만 말하는 것도 필요하다. 말하지 않아도 동의나 방조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간증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차는 신의 선물도 더욱이 만능도 아니다. 차는 우리 인간이 찾아낸 우리의 음식이다. 인간이 주어진 수명만큼 살기 위해서 먹어야 할 음식의 한가지일 따름이다. 충분히 자고, 잘 먹고 잘 싸고, 열심히 일하면 된다.

입보리행론을 쓴 산티데바를 나란다 사원의 비구들은 ‘먹고 싸고 잠만 자는’ 3행자라고 놀렸다. 하지만 그가 입보리행론을 전하고 몸을 허공 속에 감추고 나자 그동안 그를 왕따시켰던 비구들이 제자 되기를 원했다. 그런 이들 가운데 제자가 그의 처소에서 《대승집보살학론》과 《경집》이라는 2개의 값진 책을 찾아냈다. 잠만 잤다고 여겨졌던 그는 사실 대단한 일을 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과시하지 않고 묵묵히 일한 그의 수행이 묵언수행이기도 하다. 삶이 수행이다. 그 어떤 선도 생활선의 일부일 따름이다. 수행하는 사람도 이와 다르지 않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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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를 마시는 사람들 가운데도 암 환자가 있다. 차를 마시고 몸이 나빠질 수도 있다. 간증파들은 그걸 보고 바로 비간증파가 되기도 한다. 마시던 보이차를 중단하기도 한다. 사놨던 좋은 차들을 팔아버린다. 그렇게 애지중지했던 차호도 손해보고 팔아넘긴다. 그렇게 친구들을 매도한다. 그들에게서 보이차는 친구가 아니라 그냥 애착이었을 따름이다. 건강에 대한 보험같은 것일 따름이다. 자신이 몸을 잘 못 다스린 것은 보지도 않고, 보이차에게 모든 탓을 돌린다. 그렇게 사랑스러워했던 보이차에 대해 애증이 교차하는 모습은 우리 삶의 넉넉하지 못한 어두운 면을 아주 살짝 보여준다. 몰록 깨침이 여기에도 있다.

차만 마시고서는 살수가 없다. 차 자체가 모든 걸 해결해 주지 않는다. 참선 공부를 하는 사람은 내가 뭘 얼마나 원하는지 스스로의 욕심을 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내가 결국 어떤 색깔의, 어떤 냄새의 똥막대기인 줄 알아야 한다. 내 욕심 역시 한계를 알고 만족을 알아야 하는데 어떻게 차만 만능으로 볼 수 있는가? 오유지족(吾唯知足)할 따름이다.

차는 차다. 우리가 차라고 부르는 그 차는 우리의 뜻대로 친구이며 스승이며 부인이며 그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만능은 아니다. 차는 우리에게 건강을 줄 수 있는 음식으로 나와 삶을 같이 하는 도반일 따름이다. 도반은 대등하다. 평등하기 위해선 각각 우뚝 서 있어야 한다. 차가 자연에서 꿋꿋이 살아날 때 우리에게 의지 않기에 차다워질 수 있다. 우리 사람도 사람다워야 사람이다. 차라고 다 좋은 차도 아니다. 차다운 차가 ‘차’이듯이 우리 인간도 그렇다. 차가 차다운데 내가 인간답지 않다면 아무리 좋은 차를 접해도 그건 ‘잠시’ 같이 하는 것 이외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정답게 밤새도록 얘기를 하고 싶고 같이 일을 하고 싶고 평생 같이 살고 싶은 맑고 향기로운 도반이 스스로 되어야 한다. 우리가 사람에게 그렇게 바라듯이 차도 우리에게 그랬을 것이다.

차는 만능이 아니다. 나와 평생을 같이 하려고 기다려주고 희생도 해주는 좋은 친구다. 하지만, 친구에게 너무 의존하는 것은 차도 바라지 않는다. 아니, 차는 그런 바람조차도 없다. 무심해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차에게 그런 ‘무심’과 ‘무념’을 배울 수 있다면, 차도 비로서 우리에게 바람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대지가 그랬듯이, 하늘도 그랬듯이.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

                                                                                                    하도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