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종의 대표사찰, 선찰대본산 금정총림 범어사가 간직한 성보 ‘보물 제 434호 대웅전’. 300여 년 전 조선 중기 불모(佛母, 불화를 그리거나 불상을 조성하는 화승)들이 조성한 아름다운 연화장 세계를 다시 만나는 기획전시가 서울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최근 미황사 괘불도 모사복원으로 화단의 주목받은 젊은 불화가 이수예 작가가 범어사 대웅전 내부단청을 주제로 여섯 번째 개인전을 마련했다. 대웅전 내부를 장엄했던 연꽃, 국화, 당초 등 각종 문양과 상징, 불화 등을 31개 주제로 분류하고 1년여의 기초조사와 복원, 모사작업을 거쳐 500여점의 작품으로 새롭게 재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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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기 목조건축 걸작인 대웅전의 내부 목조 부재, 닫집, 벽화, 포벽, 우물천정 등에 표현된 불화와 전통문양들은 살아있는 불국토의 상징이다. 화려한 단청과 아름다운 빛깔 또한 세월의 무게로 가라앉아있는 불교미술의 보물창고다. 이수예 작가는 옛 단청문양을 재현하면서도 독창적 해석과 표현으로 당 시대 불모들이 구현하고자 했던 화엄 연화장 세계의 시대적 접근을 모색했다.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은 “불교미술의 대중화를 위한 뜻 깊은 전시회가 금정총림 범어사 대웅전의 내부단청을 주제로 기획되었다”며 “범어사 단청의 예술적 가치와 아름다움이 서울시민과 불자들에게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수예 작가도 “법당을 예배하는 이들은 대부분 불전에 엎드려 절하지만 정작 부처님 을 장엄하는 주변의 크고 작은 연꽃과 단청의 아름다움을 잘 모른다”며 “내 실력으로 감히 견줄 수 없는 옛 불모들의 아름다운 그림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에 전시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금정총림 범어사가 후원한 이번 전시는 12월 24일(수) 오후 3시 오픈. 25현 가야금 병창과 피아노 바이올린 2중주 등의 축하공연도 함께 열린다. 30일까지.

*범어사 대웅전[보물 제434호]의 단청은?
대웅전(大雄殿)은 범어사의 주불전으로 정면 3칸, 측면 3칸의 다포계(多包系) 맞배지붕 건물이다. 기록상으로 범어사 대웅전은 신라시대에 처음 지어졌으나 임진왜란 때 불탄 것을 1602년(선조35년)에 중건하였다. 이후 1613년(광해군5년)에 묘전화상이 중수하고 1658년(효종9년)과1680년(숙종19년)에 수리를 하는 등 여러 차례 보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중건된 이후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두 차례의 단청공사가 있었다는 것을 기록을 통해서 알 수 있는데 『범어사지(梵魚寺誌)』의 「동래부범어사법당중창겸단확기(東萊府梵魚寺法堂重創兼丹雘記)」(1713) 와 「대웅전단확중수유공기(大雄殿丹雘重修有功記)」(1871)의 내용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대웅전 단청의 보수는 근래까지 이어져 2004년도에 외부단청이 전면 재 시행되었다. 내부단청은 곳곳에 개보수 흔적이 나타나지만 전체적으로 조선후기에 조성된 단청이 잘 남아있어 사찰단청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내부를 구성하고 있는 부재는 크게 체목부, 공포부, 천정부, 창호, 벽체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벽화와 우물천정의 반자청판을 제외하고는 부재별로 거의 동일한 종류의 문양을 베풀었는데 별화와 금문 등에 차이를 두어 변화를 주고 있다.
체목부의 대량 2개에는 계풍에(가운데) 황룡이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고 머리초(양끝단)에는 모란화를 그렸으며 중량 4개에는 천인상, 용왕, 주악천인상, 용녀 등을 묘사하고 화문으로 장식하였다. 도리와 장여, 창방 평방에는 소슬금문, 십자고리금문, 갈모금문, 모닷금문, 각종 화문과 당초문으로 화려하게 장식하였다.
공포부의 첨차, 주두, 소로, 보아지, 화반 등의 부재에는 고리줏대금문, 결련금문, 겹녹화문, 초틀임, 매화점 등을 표현하였다.
천정은 전체가 우물반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반자청판에는 화문과 당초문, 평연화문, 쌀미소슬금문, 운문 등이 도채되었고, 반자틀은 금문과 색긋기로 처리하였는데 금문은 십자금문으로 처리하였다. 각 반자의 종다라니에는 꽃장식을 달아 화려하데 장식하였다.
이처럼 범어사 대웅전 내부는 금단청을 베풀어 화려하게 장엄하고 있다. 단청의 주조를 이루는 색은 붉은색과 녹색이며, 특히 내부에 베풀어진 문양들은 금단청의 격에 맞게 다양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구성을 보여준다. 체목부에 베풀어진 머리초는 경상도 지역 단청양식을 잘 반영하고 있으면서 인근지역에 위치한 청도 운문사 대웅보전, 양산 통도사 대웅전과 영산전, 기장 장안사 대웅전의 단청과 유사한 부분이 많아 주목되며 이들 사찰과의 상호교류 관계를 짐작케 한다.

*불화가 이수예는?
(사)사찰문화재보존연구소장으로 20여 년 동안 불모의 길을 걸어온 이수예는 동국대 불교미술을 전공하며 처음 화단에 입문했다. 지난해 같은 대학 불교미술전공 박사과정을 수료. 범어사, 미황사, 무위사 등 전국 40여 사찰에서 성보 문화재 조성과 보수 불사에 매진했다. 섬세하면서도 유려한 필력, 천연 색채에 대한 탁월한 이해로 깊이와 대중성을 함께 갖춘 보기 드문 불화가로 평가받고 있다. 불교미술대전 등 다수의 공모전에서 수상한 경력 외에도 단청부문 문화재 수리, 개금, 보존처리 등 다양한 분야의 국가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동국대와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예원예술대학 등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