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천 기자
hgcsc@hanmail.net 2014-12-14 (일) 19:50
위대한 지도자-신비한 환생의 유산
라마 글렌 멀린 지음, 김영로•조원희 옮김
민족사, 452쪽, 23,500원
‘달라이 라마’라는 단어를 접하면 대개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로서 1989년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제14대 달라이 라마(본명 뗀진 갸초)를 연상한다. 하지만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불교의 최고 수장이자 최고 수장을 가리키는 세습명이다. 동시에 정치적인 의미에서 티베트의 국가원수이자 실질 통치자이기도 하다.
‘달라이’란 칭호는 몽골어로 ‘큰 바다(대양, 大洋)’라는 뜻이다. ‘라마’는 티베트어로 ‘스승’을 의미한다. 따라서 ‘달라이 라마’는 ‘큰 바다와 같은 넓고 큰 지혜를 가진 스승’이라는 의미가 된다. 티베트어로 ‘바다’는 ‘갸초’다. 모든 달라이 라마의 이름 끝엔 ‘갸초’가 붙어 있다.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 제도는 불교의 윤회전생설과 결합하여, 그 지위의 승계에 있어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방식을 취한다. 선대 달라이 라마가 입적하면 윤회에 의거하여 달라이 라마의 영혼이 다른 아이의 몸으로 환생한다고 믿는다. 달라이 라마 서거 후 그 뒤를 이을 계승자가 될 아이를 승려들이 찾아 적법한 심사를 거쳐 환생자로 판명되면 즉시 후대 달라이 라마로 선출된다. 즉 달라이 라마는 보살의 화신으로 티베트와 다른 모든 중생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열반으로 이끌기 위해 몇 번이고 다시금 태어난다는 것이다.
1대 달라이 라마 겐뒨 둡빠(1391~1474)는 겔룩빠 종단의 창시자인 쫑카빠의 제자로서 현재 티베트 제2의 도시인 시가쩨에 따시룬뽀 사원을 설립했고 그 주지를 지냈으며, 사후 그 사원에 안장됐다. 2대 달라이 라마 겐뒨 갸초(1475~1542)는 간덴, 데뿡, 따시룬뽀 이 3곳 거대 사원의 주지를 지냈으며, 사후 데뿡 사원에 안장됐다.
3대 달라이 라마 쏘남 갸초(1543~1588)는 몽골의 힘을 배경으로 몽골에 티베트 불교를 적극적으로 포교했다. 4대 달라이 라마 욘뗀 갸초(1588~1616)는 몽골 알탄 칸의 증손자로 티베트인이 아닌 유일한 달라이 라마다.
5대 달라이 라마 아왕 롭상 갸초(1617~1682)는 분열된 티베트를 재통일하여 가장 위대한 달라이 라마로 추앙받고 있다. 비교적 정치적 성향이 강하고 업적을 많이 남겼으며, 뽀딸라궁을 지었고, 사후 뽀딸라궁에 안장됐다.
6대 달라이 라마 짱양 갸초(1683~1706)는 감성적인 인물로 승려임에도 시와 술과 여자를 좋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승단에서 항의가 들어오자 아주 가볍게 승단을 나와버렸다. 낭만적인 시를 많이 지었으며 아직까지도 그 시는 티베트인들이 즐겨 부르는 민요의 가사가 되어있다. 하지만 몽골에 납치당한 뒤 행방이 묘연해져 시신을 찾기 못했기에 달라이 라마 중에 유일하게 무덤이 없다.
7대 달라이 라마 깰상 갸초(1708~1757)는 몽골인이 선출에 개입했다는 비방을 받았으나, 청의 도움을 받아 취임했다. 딴뜨라의 심오한 주석서로부터 자연스런 노래와 시들에 이르기까지 티베트의 가장 훌륭한 수행 문헌 수백 권을 남겼다. 5대 달라이 라마와 더불어 위대한 달라이 라마로 존경받는다.
“달라이라마의 첫 일곱 환생자들은 각자 티베트 역사의 진로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사회적‧정치적으로 적절한 원동력으로서 달라이 라마 지위의 중요성은 각 잇따른 환생자와 함께 비약적인 발전을 하는 것 같았다.이 성공 이야기는 1757년에 7대 달라이 라마의 사망으로 잠시 멈췄다. (…) 사실 7대 달라이라마의 뒤를 이은 대부분의 환생자들은 젊어서 사망했다.”(301쪽)
8대 잠뺄 가초, 9대 룽똑 갸초, 10대 췰팀 갸초, 11대 케둡 갸초, 12대 틴레 갸초에 이어 13대 달라이 라마 툽땐 갸초(1876~1933)는 티베트의 근대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며 그 결과 1912년 티베트의 자치독립을 획득했다.
14대 달라이 라마 뗀진 갸초(1935~현재)는 중국이 티베트를 침공한 1950년 이후 중국의 간섭과 통제를 받았으며, 1959년 3월 라싸의 대규모 폭동 때 인도로 망명한 뒤 망명 정부를 이끌고 있다. 1989년 티베트의 독립을 비폭력과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제1대 달라이 라마에서 현재 제14대 달라이 라마까지 베일 속에 가려져 있던 그들의 삶과 가르침을 담았다. 환생 제도로 이어지는 달라이 라마의 법이 이루어지는 과정과 직접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는 수많은 기적들과 신비한 세계의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티베트 역사서이자 인생 교과서요, 수행 교과서로도 손색이 없다.
14대 달라이 라마 뗀진 갸초는 서문에서 “글렌 멀린 박사의 이 책은 역대 달라이 라마들의 삶과 가르침에 대하여 처음으로 다루고 있는 책”이라며, “이 책을 통해 역대 달라이 라마들이 티베트 역사에서 담당해온 역할과, 그리고 티베트 불교수행의 생생한 전승과 실천에 있어서 그 역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한 이해를 돕기 바란다.”고 말했다.
저자 라마 글렌 멀린(Glenn Mullin)은 캐나다 퀘벡 출신으로 대학 졸업 직후인 1972년부터 1984년까지 약 12년간 티베트불교 4대 종파의 스승 35명에게서 불교 교학과 수행을 지도 받았다. 또한 다람살라에서 20년 동안 달라이 라마와 그의 두 분의 스승뿐만 아니라 수많은 다른 스승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 특히 밀교는 달라이 라마 존자의 스승인 깝제 링 도르제창 스님과 깝제 티장 도르제창 스님에게 전수받았다. 『열네 분의 달라이 라마(본서)』, 『여성 부처님들』 등 40여 권의 역저서가 있다. 티베트와 관련한 각종 영화 제작에 자문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1년에 여섯 달 이상을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불교 수행을 가르쳐 왔으며, 한국에서는 주로 서울 향천선원에서 지도하고 있다.
옮긴이는?
역자 아찰라(不動) 김영로는 서울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뿌리 깊은 나무」 문화부장, 숭문고 영어교사, 현대외국어학원 강사를 역임했다. 『영어순해』, 『김영로 Vocabulary』, 『영문독해 영어식 사고로 제대로 하기』 등 다수의 영어 필독서를 집필하였다. 10여 년 전부터 금강승 수행을 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그 후 영어로 된 귀한 진리의 말씀을 우리말로 옮겨 합일 수행의 기쁨, 진정한 행복을 전하는 가운데 『샨티데바의 행복수업(입보리행론)』(역서), 『죽음수업』 등 다수의 저서를 냈다.
역자 준강 조원희는 Maharishi 국제대학, University of Florida 석사, 건국대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인터넷이 국내에 도입되던 시기에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인터넷 관련 책을 번역, 집필, 교육했고, 달라이 라마와 과학자들 간의 최초 컨퍼런스를 기록한 책 『오래된 과학, 마음』을 번역했다. 1989년부터 인연이 된 라마 글렌 멀린의 법문을 통역해 왔으며, 라마 글렌 멀린이 영역한 1대 달라이 라마의 『위대한 길에서 마음 닦기』, 『사자의 서』, 『8구절 마음 훈련』 등을 우리말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