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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에 최연소 단청장이 된 단주 권현규 씨(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사진)가 2005년 뇌경색을 앓다 투병생활을 마무리하고 불화전시회를 열었다. 이번이 첫 개인전이다.

40여 년 동안 전국 100여 곳의 사찰에서 단청과 불화를 그려온 일에만 몰두해 온 작가의 2년 간 노력을 한곳에서 처음으로 감상하는 자리다. 2년여 기간 동안 공들인 23점의 불화와 단청문양 20점 등 총 40여 점은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공간에 전시됐다.

전시에 가장 눈에 띄는 7m 높이의 거대한 괘불(법당 내 혹은 야외에 거는 그림) ‘영산회상도’는 전시장을 압도하는 대작이다. 단주 선생이 6개월 간 치열하게 덧바르고 고뇌한 노력이 깃든 작품이다. 겹겹이 배접된 삼베 위에 장중한 명암과 채색 효과로 과감한 필력을 녹여냈다.

용주사 후불탱 부분모사도도 주목할 만하다. 권현규 씨에 따르면 이 그림은 1790년 용주사 창건 당시 김홍도 등이 그린 걸작. 프랑스 미대 졸업생 크리스토퍼 바레로(현 프랑스 몽펠리에 시청 소속)와 함께 공동작업하면서 짙은 우리불교 정서를 담아냈다.

신륵사벽화모사도는 제천 신륵사 극락전 벽화 조성 중 우연히 외벽에 사명대사의 일본행을 그린 그림인 사명대사행일본지도가 발견돼 모사한 작품. 1807년 전후 당대 대화승 신겸 스님의 작품으로 붉은색, 흰색, 푸른색 등을 색바림해 발견 당시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문화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아 실물 관람 못지않게 소중한 기회다.  

권현규 단청장은 4살 때 어머니를 따라 충북 단양 소재 절에 갔다가 불화에 관심을 가진 이래 20대 중반 영봉 스님으로부터 사사 받은 뒤 지금까지 40여 년 간 단청과 불화 그리기에만 매진해왔다. 2001년 당시 최연소 단청장이 됐으나 지병으로 활동을 중단하다 전통단청과 불화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고 처음으로 개최하게 된 개인전이라 이번 전시는 작가에게 남다른 사건이다.

권현규 단청장은 “사회가 급변하면서 순수한 우리 미술의 전통을 잃어가고 있다”면서 “이번 불화전은 제 개성을 나타냈다기보다 조상 대대로 내려온 전통을 탐구하는 과정의 결과물”이라고 개최의의를 밝혔다.  

이번 전시는 10일까지 열린다. 12월 23일부터 31일까지 충북대 개신문화관에서 2차 전시가 마련된다.

단주 권현규 씨는 무형문화재기능보유자(단청장 충북9호)로, 영봉(남인식) 스님으로부터 사사 받고,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을 수료했다. 불교미술전람회에서 3회 입선했으며, 현재까지 전국 100여 개 사찰 단청과 탱화를 조성해 왔다. 저술로는 ‘연등초에 대한 고찰’(2000), ‘용주사 후불탱의 단원 관련설에 대한 고찰’(200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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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수월관음도, 오른쪽 용주사후불탱화부분도 모사도. 크게보기

신륵사벽화모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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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에서 개막된 단주 권현규 불화전에서 권현규 씨(오른쪽 다섯 번째)와 내빈들이 테이프 컷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