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의 역사 ‘조선’편을 쓰기에 앞서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얘기를 전개해 나가야 할지 고민이 생겼다. 그나마 창건이후 고려까지는 자료가 적어 그동안 확인되고 남아 있는 문헌과 유물을 중심으로 당시의 역사를 추정할 수 있었지만, 조선시대에는 사료가 비교적 많아 이를 정리하여 연재하는 대는 애로가 따른다.편년체 서술 방식을 따르면 너무 방대한 양을 정리해서 요약할 수뿐이 없어 매우 무미건조한 사건 나열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부석사에 남아 있는 여러 자료들이 대중에 공개되면서 다양한 연구 성과들이 나왔지만 이를 모두 소개한다는 것도 일반 독자들에게는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그래서 일단은 몇 가지 중요한 사건을 연대순으로 정리하고 아직도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조선시대에 존재했던 건축물과 유물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이어 아직 부분적으로 조사된 결과지만 필자가 현재까지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조선시대 부석사를 거쳐 간 스님들의 행적을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 주>

조선시대 부석사의 역사 1

조선시대와 불교와의 관계를 단적으로 표현하면 ‘숭유억불(崇儒抑佛)’이다. 고려시대까지 국교의 지위를 누렸던 불교는 조선시대에 들어와 토지와 노비 등 경제적 기반이 와해되고, 승려로의 출가가 제한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은 물론 유생들의 놀이터로 혹은 약탈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조선 전기(前期)만해도 왕실과 사대부는 물론 백성들에 이르기까지 불교에 대한 호불(好佛)성향은 계속 유지되어 왔었다.

부석사는 조선 태종 7년(1407) 12월 의정부(議政府)에서 명찰(名刹)로써 여러 고을의 자복사(資福寺)를 지정할 때, 장흥(長興)의 금장사(金藏寺)·밀양(密陽)의 엄광사(嚴光寺)·원주(原州)의 법천사(法泉寺)·청주(淸州)의 원흥사(原興寺)·의창(義昌)의 웅신사(熊神寺)·강화(江華)의 전향사(栴香寺)·양주(襄州)의 성불사(成佛寺)·안변(安邊)의 비사사(毗沙寺)·순천(順天)의 향림사(香林寺)·청도(淸道)의 칠엽사(七葉寺)·신령(新寧)의 공덕사(功德寺)가 지정될 때 그 명단에서 누락되어 있어 의문이 든다.

그러나 삼보사찰이라고 불리는 통도사를 제외한 해인사, 송광사가 빠져 있는 것으로 보아 종파적 성격의 배분보다는 조정의 통제하에 있는 지역적 거점 사찰로 인식하는 편이 타당할 것 같다.

임진왜란 전까지 부석사는 조사당과 안양루, 취현암 중수 등 이렇다할만한 기록이 남아 있지는 않다. 다만 이 시기에도 지역의 관리나 유생들이 부석사를 들러 경관을 관람하고 시를 남기는 등 세인들의 발걸음이 잦았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왕조 들어 부석사의 첫 불사는 조사당과 관련하여 1490년 4월 중수, 1493년 4월 단청, 1573년 서까래 수리(갱연(更椽))가 있었으며, 당시 조사당을 관리하던 취현암(醉玄庵)이 1493년에 중수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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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무량수전 앞에 남아 있는 안양루(安養樓)는 1555년 화재로 인하여 소실되었으나 장로 석린(石璘)스님이 분연히 중건할 뜻을 가지고 병자년(1576) 여름에 중건을 시작하였으며, 무인년(1578) 가을에 경휘(敬暉)스님이 단청을 하였다.

당시 중수기를 쓴 사명당 유정 스님은 “도사(道士)가 이에 오르면 환골(換骨)하지 않아도 곧바로 바람을 타게 될 것이요, 승려가 이곳에 오르면 공력을 들이지 않아도 선정(禪定)에 들게 될 것이다”라고 그 소회를 남겼다.

최근 확인된 유정스님의 ‘안양루중수기’ 뒷면에 당시 중수에 시주했던 시주자 명단 묵서(墨書)가 남아 있다. 이 묵서는 약 130여명의 재가자와 스님들의 명단이 적혀 있다.

한편 부석사에서는 조선 전기 활발한 경전 판각불사가 이루어졌음을 현재 남아 있는 불경경판을 통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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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대표적인 경판 판각은 1568년 1월에 이루어진 60권본 『진본 화엄경(晉本 華嚴經)』의 보각(補刻)이다. 이때 참여한 각승(刻僧)으로 인천(印天) 의련(仅連), 보원(普元)스님으로 이 중 의련(仅連)스님은 1572년 문경 대승사, 1574년 경주 불국사, 1578년 부안 실상사에서 『법화경』, 1588년 운문사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를 판각하였다. 또한 보원(普元)스님은 경상도 울산 운흥사의 스님으로 확인된다.

이외에도 부석사에서는 조선 전기에 『삼조대사신심명』, 『십현담요해』『수륙무차평등재의촬요』등의 경전이 판각되었다.

조선 전기 부석사를 방문한 주요 인사로는 1541년 풍기군수를 지냈던 주세붕(1495~1554)과 퇴계 이황(1501~1570), 김성일(1538~1593) 등이 있다.
이 중 주세붕 선생이 남긴  취원루(聚遠樓)에서 지은 시를 소개한다.

천년의 부석사,
멀리 학가산과 평평하네.
다락은 구름 위에 있고,
종소리는 북두성 사이에서 들리네.
나무 깎아 멀리 하수 나누어 끌어오고,
바위 갈라 널찍이 옥을 심었네.
절에서 자는 것을 탐하는 것이 아닌데도,
시원하여 돌아가는 것을 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