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차 문화의 역사는 유구하다. 7세기에 차가 유입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물론 역사의 질곡 속에서 부침도 있었다. 특히 일제강점기를 거치는 동안 우리의 전통문화는 그 정체성이 훼손된 경우가 허다하다. 전통 차 문화 여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 잔재는 전통 차 문화 속에도 침윤되어 있다.”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 소장이 우리나라 전통 차 문화 속에 일제의 잔재가 침윤되어 있다고 주장, 논란이 예상된다. 박 소장은 지난 11월 15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전통 차 문화의 의미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21세기 전통 차 진흥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발표한 발제에서 “1970년 후반기 차의 가치를 인식한 사람들에 의해 차 문화 운동이 일어났고, 당시에 이들은 차를 널리 알려야 한다는 열정을 가졌지만 한편으로 전통차가 지닌 좋은 점이 현대 차에 녹아들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박 소장은 “특히 뜨거운 온도에서 차를 달이는 전통이 현대 차 문화에 응용되지 못했고, 급조된 다구들도 이 때 등장하며, 특히 남성 문화였던 음다문화가 여성화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수행이니 수신을 위해 마시던 차에는 차를 어떻게 다루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좋은 차를 얻을 수 있을까에 목표를 두었던 반면 현대 차 문화 운동기에 형성된 다례는 차에 대한 절차와 교육의 폼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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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소장은 “형식이 우선하는 차 문화가 형성된 것은 당시의 필요에 의한 것이지만 차의 원래의 가치를 드러내지 못한 채 ‘다례’ 중심에 차가 놓여지지 못하는 폐단이 생겼다”며 “다례는 차문화의 현대화된 유형이었으며, 특히 뜨겁게 마셨던 차의 온도가 낮아진 것도 이 무렵이고, 수구(물 식힘 그릇)의 출현도 이 무렵부터 폭넓게 활용되었으며, 이 수구는 범례로 보아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도구였다”고 주장했다.

박동춘 소장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차계의 반론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제의 잔재가 다 나쁜 것인지, 또 차의 우려내는 온도가 차의 한국성을 가늠하는 절대적 기준일 수 있는지에 대해 다른 견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 소장은 “현대 차 문화 운동기에 활약했던 원로들의 노력은 실제 지금 우리가 전통 차를 말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고 평가하고 “하지만 당시에 간과한 문제점들을 다시 보완하여 새로운 차 문화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며 차 문화 활성화를 위한 몇 가지 제안, 특히 정책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전통 차 문화 활성화 대안을 제시했다.

박 소장이 이날 제시한 차 문화 활성화 제안은 ▲국림 차 문화 연구기관 설립 ▲문화부 산하 한국예술종합학교 또는 문화재청 산하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 차학과 신설 ▲차의 역사적 현장 문화자원화 ▲관청의 주요회의에 차 활용 의무화 ▲학교급식에 차 활용 ▲다례 확대를 통한 시민의식 고취 ▲차 산지인 전라도와 경상도 일원인 지리산 일대와 보성 지역 전통 차 문화 특구 지정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