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이 수행연금 지급을 철회하고 의료보험 및 국민연금 가입을 독려하는 쪽으로 승려복지법의 방향을 틀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성문 스님)는 17일 속개한 제200회 중앙종회 정기회에서 총무원장이 발의한 승려복지법 전부 개정안을 가결했다. 기존 승려복지법을 완전히 뒤엎는 내용으로의 개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수행연금 지급 대신 국민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국민연금 가입을 독려하며, 재정은 종단과 교구본사가 반반씩 부담한다. 기존에 대한불교조계종 유지재단에 소속됐던 승려복지회는 총무원 산하로 이관한다.

정만 스님은 제안 설명을 통해 “수행연금은 종단 사정상 폐지했고 의료비는 종단이 책임지고 종도 전체가 의료보험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것”이라며 “최대 수혜자는 약 8,500명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실제적 수혜자는 연령대와 선학원 도제 관련 사정에 따라 차이가 있어 30%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종단과 교구본사의 부담금이 1년에 20여억 원이 될 것이고, 직할교구를 뺀  전국 25교구 본사 사정에 비춰볼 때 교구본사가 감당하는 복지비용에 큰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만 스님은 “문제는 기금”이라며 “승려복지가 원장 스님의 3대 사업기조 중 하나이지만 현재 종단의 환경과 사정에 의해 기금확대는 쉬운 내용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부터 처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총무부는 종단과 교구본사의 동등한 재원 부담에 교구본사주지협의회의 동의를 구했다고 했지만, 실제 교구본사와의 온도차는 커 보인다.

지홍 스님은 “기금문제를 어떻게 해결 하겠다 하고 법안을 올려야 하는데… 법안을 올리면서 본사 주지스님이 50:50으로 하겠다고 얼마나 동의했느냐”고 물었다.

주경 스님은 “교구본사의 중앙분담금이 동결됐는데 교구가 부담하는 비용이 10억 이상이라면 복지분담금 25%가 상승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해인사 심우 스님은 “재적승이 얼마 안 되는 사찰은 모르겠지만 해인사 경우 재적승이 많고 노후화하고 있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더 많은 사람이 몰릴 것이다. 의료보험료와 국민연금 비용을 국가에서 올릴 수도 있다. 우리 교구 경우 계산해보니 5억 정도 들어간다. 본사에 너무 부담을 지우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정만 스님은 “본사주지협의회에서 보고 드렸고 주지 스님들이 수용했다”며 “해인사는 직할교구를 제외한 본사 중 재적인원이 가장 많은 곳이어서 염려할 수 있지만 처음부터 큰 부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망했다.

한편 승려복지법 개정안의 지원대상은 기존 ‘종단 등록 사찰에 거주하는 승려로서 무소득·무소임자, 세납 65세 이상인 자(수행연금, 의료요양비)’에서 ‘종단 등록 사찰에 거주하는 승려로서 결계신고를 필한 구족계 수지자’로 바뀌었다.

무소득·무소임 65세 이상 승려에게 지급하려고 했던 수행연금은 폐지하고 국가 기초연금 수급을 권장키로 했다. 의료비는 보금급여비용 중 본인부담금 및 선택진료비를 전액 지원하며, 장기요양비는 본인부담금과 식사재료비 전액을 지원한다.

건강보험은 지역 가입자를 대상으로 월 20,000원 내로 지원하며, 국민연금은 지역가입자를 대상으로 월 36,000원 내에서 지원하되 2017년부터 연차적으로 확대 지원한다.

중앙종회는 총무원장이 발의한 신도법 전부 개정안을 상정했으나 토론 끝에 오후 5시 10분 휴회를 선언하고 18일 오전 10시 속개해 논의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