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난 11월 11일 송석환 회장의 직무집행을 정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림으로써 일단락될 것으로 보였던 동국대총동창회의 내홍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법원 결정에 대한 해석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13일, 박종윤 회장 측은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오찬을 겸한 기자 간담회를 열어 이번 가처분 결정에 대한 입장을 설명했다. 이들은 “송석환 회장의 직무집행 정지는 사필귀정”이라며 “이제 적법한 총동창회장인 박종윤 회장을 중심으로 총동창회 정상화의 첫 단추가 풀렸다”고 선언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문병호 기획담당부회장은 “법원이 ‘주문’이 아닌 ‘판결이유’에서 박종윤 회장까지 자격이 없다고 한 것은 지나친 형식논리를 적용해 법리를 확대‧적용한 결과로 보며, 이 부분에 대해 즉시 항고했다”고 밝혔다.

박종윤 회장 측은 “중요한 것은 법원이 주문에서 송석환의 회장직무 수행을 중지시킨 것”이라며 “판결의 이유문에 나온 ‘채권자(박종윤 회장)가 동창회장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라는 문장은 ‘주문’을 내리게 된 과정을 설명하는 판사의 논리로 법적 구속력을 갖지는 않지만 혹여 이를 악용하거나 견강부회하는 경우를 대비해 즉각 항고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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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윤 회장 측 주장에 대해 송석환 회장 측은 일단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송석환 회장은 법원 판결 후인 13일 “법적 판단을 존중해 총동창회장을 내려놓는다”면서 “현재의 총동창회장은 제23대 원용선 선배”라고 언급했다. 가처분결정의 이유문에 근거해 7~8년 전에 회장을 했던 원용선 고문이 회장이라는 해석이다. 

송석환 회장 측은 이 같은 입장 아래 ‘고문대표 권노갑 이민휘’ 및 ‘회장 원용선’의 이름으로 동문들에게 발송한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번 법정 판단을 존중하여 원용선 동문의 회장 수임을 확인하고 오는 12월 16일 앰버서더호텔에서 임시총회를 열어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등 동창회 운영을 조속히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원의 가처분결정에 대한 양측의 상반된 해석으로 인해 동국대총동창회의 분열은 제2라운드로 접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따라서 앞으로 쟁점은 두 가지로 요약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 박종윤 회장이 유일하고 적법한 총동창회장이라는 주장이 ‘양쪽 다 회장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 이유’에도 불구하고 정당성을 갖느냐의 문제다. 박 회장 측은 판결이유는 주문 결정이 나오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판사의 논리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그렇더라고 6억 조항에 대한 과도한 확대해석으로 인한 잘못된 논리라는 점을 항고를 통해 밝혀 박종윤 회장이 유일한 총동창회장임을 확고히 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둘째, 원용선 고문이 판결이유 중 “발전기금 6억 원을 기탁하는 것이 회장 선출조건으로 적용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출된 제23대 회장(원용선)이 회칙 제3항에 따라 그 임기만료 후에도 적법한 후임 회장의 선출 시까지 이 사건 동창회 회장직을 수행할 수 있다고 할 것인 바”에 근거하여 회장 직을 수행하는 것이 적법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송석환 회장측은 가처분결정 판결이유에서 “24, 25, 26대 동창회장 선출은 모두 무효이고 이 사건 각 조항(6억 납부)이 적용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출된 제23대 회장이 회칙 제13조 3항에 따라 그 임기 만료 후에도 적법한 후임 회장의 선출 시까지 이 사건 동창회 회장직을 수행할 수 있다고 할 것인 바”의 내용에 따라 원용선 고문이 회장이라는 주장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박종윤 회장측은, 이 주장에 대해 판사의 주문결정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는 한 부분으로 판사의 논리가 지나치게 확대 해석돼 법상식을 벗어났으므로 항고를 통해 충분히 바로잡을 수 있다는 점, 제24, 25, 26대 회장선출을 모두 무효로 할 경우 그 기간 동안에 이루어진 모든 행위가 원천무효가 되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점 등을 들어 원용선의 회장 직 수행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회의원이 선거법 위반 등으로 당선무효가 되어 도중하차하더라도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기간 중에 행한 결정 등은 유효하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법상식이 아니냐는 반문이다.

복수의 법률가들은 설사 원용선 고문이 회장직 대행을 맡아서 임시총회를 얼어 새 동창회장을 선출한다고 해도 ‘제2의 송석환’을 만드는 것일 뿐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총회가 법적 타당성을 인정받으려면, 그 전에 박종윤 회장의 총동창회장 직무를 정지하는 법적 결정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어디까지나 ‘주문’이며, ‘판결 이유’에 대한 시시비비는 본안소송에서 다투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판결 이유문의 내용을 ‘주문’과 동일하게 해석해 이루어지는 행위는 허공에 집을 짓는 일을 또 다시 하겠다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동국대총동창회의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송석환 회장 측에서도 ‘박종윤 회장의 동창회장 지위 문제’, ‘원용선 고문의 회장직 수행의 적법성 문제’ 등에 대해 법률가의 객관적 조언을 먼저 얻을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인무효가 될 개연성이 큰일을 무리하게 진행해 동창회의 내홍을 지속 또는 연장시키는 일을 되풀이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