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 스님이 태백산 자락인 봉황산에 부석사를 짓고 해동화엄의 꽃을 피우니 사방에서 많은 불자들이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오고 많은 영감이 나타났다고 한다.

702년 의상스님이 입적한 이후 부석사의 역사를 고증할 만한 자료는 매우 적다. 『삼국유사』의 기록을 볼 때 지난 호에서 언급한 의상스님의 청빈한 삶과 부석사의 창건불사는 별개의 문제라고 본다. 『삼국유사』에서 의상스님은 영을 내려 원주 비마라사, 가야산 해인사, 비슬산 옥천사, 금정산 범어사, 남악의 화엄사 등 화엄 십찰(華嚴十刹)을 통해 화엄을 전했다고 한다. 또한 『삼국유사』 ‘승전촉루(勝詮髑髏)’에서는 의상스님이 당의 현수 법장스님에게 금(金) 9분(分)을 보냈다고 한다.

비록 매우 빈약한 사료로 의상스님의 부석사 창건이 기존에 생각하던 것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비약일수도 있지만 향후 또 다른 자료의 출현을 기대하면서 부석사의 현재 기반은 모두 의상스님대에 이루어 졌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결론짓는다.

의상 스님의 부석사 창건이후 역사는 전해오는 기록이 빈약해 이를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지는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단편적인 기록들이지만 이를 하나둘 엮다보면 고려 이전의 부석사 역사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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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유사』 ‘욱면랑염불서승(郁面婢念佛西昇)’ 조에는 지금의 순흥 땅에 남자 신도 수십 명이 서방정토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만일염불계를 만들어 수행했다고 하는데, 그 중 아간(阿干) 귀진(貴珍)의 계집종 욱면은 과거 부석사의 소가 되어 불경을 등에 싣고 간 공덕으로 축생도를 벗어나 귀진의 집 계집종으로 태어났다고 한다. 욱면이 염불왕생한 때가 경덕왕때인 755년의 일이었다. 소의 등에 싣고 가야될 정도의 불경이라면 그 수량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이며, 특히 부석사의 소가 되었다는 것은 욱면의 나이와 기타 제반 요건을 살펴보면 늦어도 8세기 초에는 부석사에 소가 동원될 정도의 불사가 있었음을 엿볼 수 있는 좋은 단서가 된다.

『삼국유사』에는 또 진정(眞定)스님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의상스님이 제자 3천명을 모아 소백산 추동(錐洞)에서 90일간 『화엄경』을 강의했다고 한다. 3천명이라는 숫자가 상징적인 의미 일 수 도 있지만 당시 의상 스님이 제자들을 모아 부석사가 아닌 ‘추동’에서 화엄경을 강의해야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추동에서 의상스님이 『화엄경』을 강의한 때가 683년의 일이었으니 당시 부석사를 짓기 위한 대규모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추정할 수 있다. 또한 의상스님의 제자인 지통스님과 같이 부석사에서 수행하지 않고 태백산 미리암 동굴 등에서 수행한 제자들이 있었다는 것은 당시 부석사의 상황을 알 수 있는 좋은 예일 것이다.

8세기 부석사는 특별한 기록이 없어 더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하기 힘들지만 9세기에 들어서면서 부석사는 당대 고승들의 출가가 줄을 잇는다.

먼저 800년에 선종인 동리산파 혜철(慧徹:785~861)국사가 부석사로 출가하여 7년간 화엄을 수학한 것을 비롯, 810년 경에는 성주산파의 낭혜화상 무염(無染:800~888)스님이 부석사 석징대덕(釋澄大德)에게 화엄을 배웠으며, 희양산파의 개조이며 문경 봉암사 창건주인 지증대사 도헌(道憲:825~882)스님은 9세에 출가하여 17세에 구족계를 받기까지 부석사에 머물면서 범체(梵體)스님에게 『화엄경』을 수학하였다. 또한 사자산파의 징효대사 절중(折中:826~900)스님은 15세에 부석사에서 『화엄경』을 배우기도 했다. 이외에도 기록은 남아있지 않지만 적어도 9세기의 부석사는 신라의 출가 승려라면 누구나 거쳐 가야 될 관문과도 같은 사찰로 어찌 보면 한국 선종을 잉태한 모태(母胎)와도 같은 성지였을 것이다.

부석사는 9세기말에는 신라왕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삼국사기』에 궁예가 부석사에 그려진 신라왕의 벽화를 칼로 내리쳤다는 기록으로 보아 경내에 역대 신라왕들의 초상을 모신 전각이 별도로 존재했을 것이다.

궁예가 칼로 내리쳤다는 신라왕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가 경문왕의 아들이었던 점을 든다면 자신을 버린 아비를 향한 복수의 칼이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많은 연구자들이 부석사의 많은 석조유물과 무량수전 등이 경문왕대 조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부석사에 남아 있는 돌축대를 비롯하여 국보 제17호 석등, 보물 제255호 당간지주, 보물 제249호 삼층석탑, 보물 제220호와 제1636호 석조여래좌상 등 많은 유물들이 676년 창건이후 통일신라시대의 부석사를 상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