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모두 6회에 걸쳐 부석사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전개해 왔다. 잠시 숨을 고르는 측면에서 이번 호에는 부석사의 역사를 차근차근 정리해보기로 한다.

글이 부석사의 총체적인 역사에서부터 시작이 되었어야했지만 아직까지 부석사 역사를 전부 고증할 만한 자료의 부재로 인해 단편적인 사료들을 오랜 시간 취합하는데 소비해야 했다.

이번 호에 게재되는 부석사의 역사 또한 전부를 말할 수 없어 끊어진 것은 끊어진 대로 빈칸으로 남겨두고 정확하게 확인된 것만으로 부석사의 역사를 종합해보고자 한다. 비록 누더기 같을지언정 지금까지 제대로 정리된 예도 드물고 부분적인 오류도 확인되고 있어 남은 자료 만으로라도 제대로 정리를 하고 넘어 가야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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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의 창건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듯이 신라 문무왕 16년(676년)에 조정의 명에 의해 초창되었음이 『삼국유사』,『삼국사기』를 비롯하여 1916년 무량수전 해체수리과정에서 발견된 ‘鳳凰山 浮石寺 改椽記(봉황산 부석사 개연기)’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부석사의 출발은 의상 스님의 개인적 발원에 의한 창건이 아닌 국가적인 계획과 지원 아래에서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부석사 창건 초기의 모습은 어떠하였을까. 『바이블(Bible)』을 잠시 인용하면 ‘그 시작은 미미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였을까.

다수의 연구자들은 『삼국유사』,『삼국사기』등에 문무왕이 백성들을 동원해 서울(경주)에 성곽을 쌓으려 했다가 의상스님의 만류로 이를 중단했다는 일화를 들면서 부석사 창건 초기는 초가 몇 채 정도의 소규모로 청빈하게 시작되었다가 9세기에 현재의 석축과 석등 등이 조성되어 대가람으로 성장하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부석사가 있는 지역은 도성, 즉 경주에서 멀리 떨어진 산골 외곽이라는 점과 통일 전쟁 직후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경주 불국사와 같은 대규모 불사를 일으키는데 무리가 따를 것이라는 추측과 의상스님의 신앙관에 의해 지금과 같은 대규모 사역이 형성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는 면도 일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앞서도 언급했지만 부석사의 창건은 의상스님의 개인적 발원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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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 원경

『삼국유사』나『삼국사기』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송고승전』에 따르면 의상스님이 부석사에 터를 잡을 당시 다른 종파 혹은 집단이 이미 터를 잡고 활동하고 있었다는 기록을 곱씹어보면 부석사를 중심으로 나름의 일가를 이루고 있던 집단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는 곧 충분한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송고승전』의 내용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지만 나름의 근거는 있다고 본다.

그 근거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부석사 주변에 남아 있는 석불들이다.

국보 제201호 봉화 북지리 마애여래좌상, 보물 제221호 영주가흥동마애불상군, 국보201호의 발견 장소 인근에서 출토된 경북대박물관 소장 석조반가사유상, 순흥 숙수사지(소수서원) 출토 삼국시대 금동불 등의 예가 바로 그 근거다. 의상스님이 현재의 터에 부석사를 창건하기 이전 이 지역은 다른 종파의 불교세력 혹은 미륵을 신봉하는 종도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송고승전』에서는 ‘권종이부(權宗異部)’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산적이나 유랑민들의 집촌이라면 굳이 ‘권종이부’라는 표현을 썼을까 라는 부분도 고민을 해보아야 할 문제다.

특히 부석사가 위치한 죽령지역은 과거부터 군사적 요충지이자 교통로로 그 중요성이 매우 큰 지역이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편 의상스님은 ‘권종이부’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현 부석사 터에 마음을 두었지만 그들과 충돌하는 불상사는 원치 않아 ‘대화엄의 가르침은 복되고 선한 곳이 아니면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를 눈치 챈 용이 된 선묘낭자는 사방 1리나 되는 큰 돌을 허공에 날려 ‘권종이부’ 세력을 모두 쫓아내고 오늘의 부석사를 창건하였다는 것이 부석사 창건 설화의 요체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주목해야 될 사항이 있다. 바로 『송고승전』의 선묘(善妙)설화는 또 다른 기록과의 연관성을 가진다는 점이다. 『삼국유사』에 문무왕이 죽어서 용이 되어 불법과 나라를 수호하겠다는 내용과의 관련성이다. 즉 선묘는 죽어서 용이 되어 의상스님의 호법신장이 되었고, 문무왕은 죽어서 호국용(護國龍)이 되었다는 내용이다. 용이 가진 상징성을 고려한다면 부석사 창건에서 ‘부석(浮石)의 이변’은 곧 왕명에 의해 부석사가 창건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하나의 사건을 상징화했다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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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 창건시기의 모습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물론 최초 가람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초가삼간이나 임시 처소를 사용했겠지만)

의상스님이 부석사 터를 잡고 난 뒤 문무왕은 스님에게 전장(田莊)과 노비를 하사하려하지만 『열반경』에서 말한 8가지 부정한 재물을 들어 거절했다는 내용이 『송고승전』에 전한다.

전장(田莊)과 노비는 그렇다 치지만 왕명에 의해 추진된 부석사 창건이 100년이 넘게 지나서야 본격적인 가람조성이 이루어졌다는 현재의 가설들을 쉽사리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국가적인 토목사업과 불사(佛事)를 과연 동일하게 여겨 의상스님의 청빈함을 강조한다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문제다.

필자가 현재까지 부석사 경내와 주변 곳곳을 조사한 바로는 창건연대로 알려진 676년부터 석축(石築) 공사 등은 시작되었고 그 기반을 바탕으로 무량수전을 중심으로 한 중요건물들의 건축도 이루어졌다고 본다.

그러한 이유 중 하나는 702년 입적할 때까지의 뚜렷한 행적이 없다는 점인데 이에 대해 부석사와 소백산 남록에서 『화엄경』등을 강의하면서 제자들을 가르쳤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스님이 ‘부석사’의 조영(造營)에 직접 참여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불국사 창건과 관련된 『삼국유사』의 기록을 바탕으로 볼 때 751년 시작된 공사는 776년 김대성이 죽자 나라에서 이를 완성했다는 기록을 참조해야한다. 불국사 창건에 무려 25년이라는 세월이 소요됐고 그 사이 창건주가 죽는 일이 생겨 나라에서 이를 대신했다는 것과 676년 창건되었다는 부석사는 1차 완공 시기는 알 수 없지만 702년 의상스님의 입적까지 26년간의 시간이 있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현재까지 부석사에 대한 제대로 된 지표조사나 국지적인 발굴이 이루어진 적이 없다. 하지만 필자의 ‘맨땅에 헤딩’하는 조사를 바탕으로 본다면 최전성기에는 무량수전을 중심으로 동서(東西) 5리 즉 10리(4㎞)에 이르는 광활한 사역이 존재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