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화숙수공예연구소 곽화숙 소장(50). 그이는 ‘크리스털 야생화’라는 독창적인 핸디메이드 장르 개척자다. 주름종이로 우리 야생화를 진짜와 거의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만들어내는 신이한 솜씨를 가졌다. 최근에는 그이의 작품에 LED를 부착해 화려함까지 곁들이니,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곽화숙 선생은 종교에 관한한 ‘경계인’이다. 불교와 기독교의 경계에서 종교적 정체성을 아직은 분명히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어릴 적 다녔던 교회의 추억은 아슴해졌고 최근에는 일로 스님들과 만나고, 사찰도 자주 찾게 되면서 아직은 여리지만 불심을 키워가고 있는 중이다.

“조계사 연등축제 때 우정국로 부스를 배정받아 연꽃 만들기를 진행했습니다. 2년 연속 했지요. 또 불교박람회에도 나갔어요. 큰 호응을 받았지요. 그리고 몇몇 사찰의 불단 앞에 연꽃을 만들어 장엄한 경험도 제법 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불교와 친근해졌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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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만든 크리스털 들꽃들을 애지중지 매만지고 있는 곽화숙 선생.

초등학교 때 만들기 도(道)대회에 나가면 도맡아 1등을 차지했을 정도로 어릴 때부터 그림그리기 등 손재주가 남달랐던 그이는 아트플라워, 지점토, 칼라믹스, 비즈공예 등을 공부하면서 두드러진 솜씨를 발휘했다. 수공예에 관한한 타고난 재주가 있었다. 그러다가 전통지화의 맥을 이은 아트플라워를 마스터한 후 크리스털 야생화라는 장르를 독창적으로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크리스털 야생화는 100% 핸디메이드죠. 많은 분들이 작품을 처음 보면 다 놀랍니다. 처음에는 생화인 줄 알아요. 손으로 만든 것이라고 하면 만져보기도 하고, 아주 신기해하시죠. 반영구라고 하면 또 한 번 놀라고요. 주로 8만원에서 10만 원 선에 작품을 판매하고 있고, 아주 작은 소품은 2~3만 원 짜리도 있습니다.”

곽화숙 선생이 크리스털 야생화에 빠져든 또 하나의 이유는 사람들이 들꽃 등 식물을 꺾거나 잘라내는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꽃꽂이용으로 사용되었다가 시든 꽃들이 쓰레기통에 마구 버려진 것을 보면 마음이 몹시 아팠다. 정식으로 불교를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그이의 마음속에는 불살생(不殺生), 즉 생명을 죽이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이 시나브로 깃들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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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는 지난 11월 1일 강화 선원사에서 크리스털 야생화 전시회를 열었다. 제2회 연근김치축제 축제에 모여든 많은 사람들이 정교하게 만들어진 금낭화, 민들레 등 여러 가지 들꽃들과 연꽃 등을 신기한 듯 살펴봤다. 꽃마다 LED전구를 설치해놓지 않았다면 생화로 착각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빼어난 솜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의 이런 솜씨는 입소문을 타고 번져 나가 지금은 식물관련 박물관 등에서 작품제작을 의뢰받아 납품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의 작품은 장식품뿐만 아니라 훌륭한 교육 자료로도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곳 강화 선원사 법당 부처님 전에 제가 만들어 공양올린 연꽃이 장엄되어 있습니다. 그밖에도 몇몇 사찰에도 작품이 공양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배운 제자들 가운데 불자들이 덜 있는데, 각자 인연이 있는 절에 작품을 올리고 있기도 합니다.”

크리스털 야생화를 작품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보통 1년 정도의 공부가 필요하다. 수공예이기 때문에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1년만 열심히 공부하면 누구나 예쁜 꽃을, 그것도 반영구적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곽화숙 선생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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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범계역과 인사동 대일빌딩 인사코리아에 연구소와 교육장을 개설해놓고 있는 곽화숙 선생은 ‘들꽃누리’라는 업체도 개설해 놓고 있다. 취미반과 전문가반으로 나눠 수강생을 교육하고 있기도 한 그는 이미 전문가가 된 후에 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해 뒤늦게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공예문화정보디자인학과를 졸업했다. 만학이었지만, 필요성을 절감하며 다닌 대학이었기에 남들보다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다며 연꽃을 닮은 미소를 짓는다.  

제자들 중 30여 명은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마침 그의 제자 정미숙 씨 자매가 스승을 돕기 위해 선원사까지 따라왔다. 인사동 구경을 나왔다가 ‘우연히’ 곽화숙 선생의 매장 앞을 지나며 발견한 크리스털 야생화가, 그들 자매를 이 세계로 끌어들였고 불과 10개월 만에 이미 전문가의 수준이 되었다. 정미숙 씨는 자신이 다니는 노량진의 한 작은 사찰의 불단 앞에 정성껏 연꽃을 만들어 공양을 올렸다. 자신이 만든 작품을 보고 신도님들도 좋아하고, 스님도 너무 좋아하시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고. 연꽃작품을 본 스님께서 어느 날 목단을 만들어달라고 주문을 해 오셔서 이제는 당당하게 사례비를 받고 만들고 있는 중이라며 어깨를 으쓱한다.

“옛날부터 절에서도 지화를 만들어 왔잖아요. 지화를 만드는 것은 겨울철에는 꽃 공양을 올릴 수 없으니까 종이로 꽃을 만들어 꽃 공양을 올리는데서 비롯됐다고 하지만, 사실은 식물이라도 함부로 베거나 꺾어서 공양을 올리는 것을 가급적 삼가라는 뜻도 담겨 있다고 생각됩니다. 전국의 모든 절에서 생화 대신 지화, 특히 크리스털 야생화를 만들어 올린다면 애꿎은 꽃을 희생시키는 일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겁니다. 불살생은 동물(유정물) 뿐만 아니라 식물(무정물)에도 같이 적용돼야 하지 않을까요?”

곽화숙수공예연구소: 031)386-2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