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고, 인도로 유학해 미술을, 아니 삶을 공부했던 화가 김은하. 어쩌면 견뎌내지 못했을 모질고 겨운 나날들을 불보살님을 향한 믿음과 사랑으로 극복하면서 살아온 회색의 삶들. 그러나 그녀는 <원각경>을 수없이 반복해 읽으면서 일체가 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환과 타협하며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가시밭길 걸으며 알아가기 시작했다. ‘넌 그냥 그렇게 살아’, ‘그렇게 살면 되지 뭘 그리 고뇌하고 그래?’ 등의, 마라들의 거센 유혹과 싸우면서, 이뤄낸 그녀의 깨침은 이내 붓으로 분출됐다. 그녀의 삶이 용출되어 그려지는 그녀의 그림들은 그래서 완전한 구상화이다. 뭔지 잘 알아보기는 어려워도, 작열하는 태양광처럼, 또는 살을 에는 혹한처럼 강렬함과 절절함으로 빼곡하다. 엉뚱하게 보일 수도 있고,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그의 표현들은 이 세상이 다 업의 환영임을, 환이며 허깨비임을, 제발 뭇중생들이 그 진리를 알아차리라는 간절한 몸짓에 다름 아니다. 그의 표현이 황망하고 놀라울수록 그 심연에서 스며 나오는 자비심을 엿볼 수 있음은,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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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mic ghost, 환, 幻 : 허깨비 같은 것으로 만물이 가진 끊임 없이 변화하는 속성과 닿아 있다. 눈, 코, 입, 귀, 살갗, 의식 같은 내부의 감각들이 바깥의 모양, 냄새, 맛, 소리, 촉감, 생각을 만나 쌓여가며 집적된 데이터들이 스스로의 이미지를 무한복제하면서 내부와 외부가 굴절되고 혼동된 환의 세계를 살아간다. 이런 속성들은 생명체 간의 끌어당김과 밀어냄을 통해 대물림되는 속성을 가진다. 마음의 행위의 주체라고 말하는 자아는 빈번하게 허깨비와 마주한다.” -작가의 말 중에서

현대미술작가 김은하의 2014년 작업 Karmic ghost에 나타나는 시각언어는 독립문 영천시장을 오가며 받은 영감 위에 이루어진 것들이다. 그녀는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사물들을 선승처럼 관조한다. 존재감을 상실한 저 물물들이나 심볼은 현재와 조우하며 내밀한 역사의 순환을 묵묵히 웅변한다. 그들은 거울인양 우리들의 자화상을 향해 반사하듯 질문을 던진다. 사물이 던지는 질문들은 그녀가 자신을 향해, 아니 세상을 향해 던지는 질문들이다.
 
그대가 사로잡혀 달려가는 그곳은 어디인가?
그대가 가려는 그곳은 생명체들 간에 만들었던 태초의 약속을 어떤 방식으로 이뤄내는 곳인가?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당신은 어떤 일들을 할 수 있는가?
그리고 언제 당신은 그 일을 시작하고 이뤄낼 것인가?

“환의 망각 위로 떠오른 이런 질문들을 우리 곁으로 데려다주는 시각적 기호로써 작품을 제작했다”는 김은하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그래서 한 편은 법문을 듣는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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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준비하며 작가는 이 사바세계가 그녀에게 준 가장 소중한 선물, 아들 녀석과 가을풍경 같은 대화를 나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깜빡이며 녀석이 묻는다.

“엄마! 도깨비들이 진짜 세상에 있어요?”
“물론이야. 사람들은 자기 안에 도깨비를 키우기도 해.”

허, 그런데 어쩌랴! 이 정겨운 대화를, 모자의 사랑을 엿보게 하는 이 아름다운 정경들 또한 환인 것을!

김은하 작가의 제6회 개인전은 11월 5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충정로 충정각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도 주목을 받거나 작품이 대거 팔려나가는 소위 세속적 성공을 거두지는 못할 것이다. 언제나처럼 이번에도 실패를 목표로 전시회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이 가난한 작가의 웃음소리가 아련하게 귓전에 맴돈다.

아무려나, 작가는 이번 개인전을 준비하기 위해 소요되는 최소한의 후원금을 모집 중이다. 후원자에게는 소중한 작품으로 보답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후원계좌는 ‘국민은행 032-21-0884-07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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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전>
2014.11 Karmic ghost 환幻
2013.10 별 헤는밤, 충정각, 서울
2012.03 star mon dragon, 충정각, 서울
1999.12 潛 잠/Zam Zam, 갤러리 보다, 서울
1997.11 From the threshold 문턱에서, IIC(India International Cantre)기획, New Delhi, India
1995.11 neut. sexlessness: from the differentiation of practice into general intuition
(중립/무성: 실행의 개별화에서 일반직관에 이르기), MSUGallery, Baroda, India

<공공미술 프로젝트>: Instant Theatre & Painting 즉흥극과 미술
2005 소통, 순환, 재생, 나눔 밀머리미술학교(3Ms) / 찾아가는 현대미술,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인천
2004 부유하는 섬-신안군 섬 순회 찾아가는 미술관 / FLOW-스톤앤워터 안양천프로젝트 / 가상의 딸-서울 여성플라자
2001. TCV(Tibetan Children's Village) School (2Ms), Dharamshala, India
2001~2002  365일 현지체험 <인도의 티베트 망명인>, 인도, 네팔, 뉴욕
레지던시  1996 Environment/Ecology, 구자라트 주 산업공사주관, Umargaon, India

<미술·문화 활동>
2000~2014 영-한·한-영 번역/통역/강의
(cf. Black-shelled sculptures and Mago Civilization, 2012, 스페이스 신정)
2007 Open Studio Network 총괄팀장
1998~2009 서울여자대학교, 육군사관학교, 인하대학교 강의

<교육>
2007 Teaching Artist수료, Lincoln Center Institute, New York, USA
1997 MA Painting, Maharaja Sayajrao University of Baroda, India
1992 BA Painting, 서울여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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