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의 톱스타 이경미는 50~60대의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도 기억되는 존재다. 그녀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남산에 놀러 갔다가 광고기획자 눈에 띄어 모델로 발탁된 뒤 방송계에 입문했다. 1984년엔 KBS 가요대상 신인상 후보로 올랐고, 87년엔 김혜수·길용우가 열연한 KBS 인기드라마 사모곡의 주제곡을 불렀다.

그런 인기 절정의 그녀가 1986년 어느 날 생방송 도중 홀연히 사라졌다. 그녀가 잠적한 이유를 밝히는 방송이 만들어져 방영될 정도로 세인의 관심은 뜨거웠다. 인기 스타가 고행 길을 걷는 출가 수행자가 된 것에 대해 많은 추측이 난무했다. 연예인 이경미가 지나간 그 자리에 비구니 보현 스님이 탄생했다.

 
보현 스님(사진)이 최근 펴낸 책의 제목은 <땅콩 스님과 애벌레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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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스님께서 내게 주신 여러 가지 은혜로운 일을 불교에서는 몽중가피라고 합니다. 나는 몽중가피 속에 살았던 것입니다. 나의 인로왕보살이신 땅콩 스님은 우주에 충만한 부처님의 화신이기도 하고, 내 안에 본래 깃들어 있는 참 나이기도 합니다.”(21쪽)

보현 스님은 ‘땅콩 스님’ 이야기를 이상하게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알면 보입니다, ‘참 나’를 보지 않았다면, 수행을 통해 경계를 체험하지 않았다면 옳다 그르다 시비하지 말고 한번 수행에 입문해 보십시오.”(21쪽)

‘애벌레 선’은 보현 스님이 붙인 좌선의 별칭이다. 마치 애벌레가 나비가 되어 날아가듯이 지극히 홀가분해져 대 해탈인, 대 자유인이 되는 것을 말한다.

책은 보현 스님의 출가 이야기로 시작해 수행의 여정을 보여주는 생활선 이야기로 이어진다. 감정 선, 생각 선, 마인드컨트롤 선, 비즈니스 선, 성공 선, 리더십 선, 건강 선 등 일상생활 속에서 자기 안에 본래 간직한 무한한 에너지를 끌어내어 쓰는 다양한 방법을 자상하게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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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님은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지친 현대인들에게 ‘이제 수행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역설한다. 그러면서 좋은 생각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조금씩 모을 수 있도록 좋은 마음을 가지는 것에 집중하는 ‘마음 집중 7분 수행’을 제안한다.

“생활 속에서 헛말과 헛된 행동을 하게 되면 헛일이 자신에게 들어옵니다. 농담이라도 헛된 말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또한 현실성 없이 미덥지 못한 습관을 고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209쪽)

책의 뒤쪽에는 보현보살의 10대 행원을 실천선으로 풀어쓴 내용과 함께 스님에게 수행 지도를 받은 ‘부처님 마을’ 불자들의 생생한 수행 체험담 7편이 부록으로 실려 있다. 272쪽, 1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