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지현 기자
momojh89@gmail.com 2014-10-22 (수) 17:47“남자 둘이 껴안고 있네. 저 사람들 호모인가 봐. 진짜 이상하다.”
일상생활에서 나올 법한 말이다. 유난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흘려버릴 수도 있는 말. 그러나 이런 종류의 말이 누군가에게 비수처럼 날카로운 말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노동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에 대해 논의하는 ‘평등한 일터를 위한 토론회’가 10월 21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조계종 노동위원회(위원장 혜용 스님)이 주최하고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주관했다. (사진)
발제자로 나선 곽이경 동성애자인권연대 노동권팀장은 노동현장에서 알게 모르게 일어나고 있는 차별 현실을 소개하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성소수자에 대한 제도적 차별을 이야기할 때 가장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것은 ‘이성애 중심적 가족제도’가 야기하는 차별이다.
곽 팀장은 “휴가, 각종 수당, 경조사비, 보험 적용에서의 배제는 성소수자들에게 무엇보다 가장 큰 박탈감을 불러일으키는 차별 유형”이라며 “이러한 차별은 가족 구성이 허용되지 않는 성소수자 가족에게 가해지는 가족상황 차별이고, 동시에 기혼자와 그 가족에게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비혼인 성소수자들은 선택지에서 아예 제외되는 간접차별”이라고 설명했다.
‘여자는 여자다워야…’, ‘남자는 남자다워야…’라는 성적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도 성소수자를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곽 팀장은 “외모와 성격 등이 기존의 전통적인 남성성과 여성성에 부합하지 않는 성소수자들이 상대적으로 많다”며 “남·여성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이 작업장 내에서 재생산 되어 차별로 기능하게 된다”고 말했다.
내 가족 중에, 내 친구 중에 성소수자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절대 그럴 리 없어”라고 몸서리를 친다면, 호모포비아적 요소를 다분히 가지고 있는 것이다. 곽 팀장은 호모포비아의 폭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하루의 대부분을 함께 보내는 직장 동료들과 함께 식사를 하거나 담소하는 자리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호모포비아적 발언에 직면할 때마다 성소주자들은 복잡한 심경에 사로잡힌다. 동성애 혐오적 태도와 발언이 자신을 겨냥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로 하여금 위협을 느끼게 만든다.”
곽 팀장은 성소수자 운동의 세 가지 실천 방법으로 ▲드러내기 ▲연대 ▲공통점 찾기를 제안했다. 곽 팀장은 “성소수자도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노동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재를 실현할 권리가 있다”며 “일터에서 내가 생긴 그대로 존중받는 것이 노동자에게 얼마나 기본적인 권리인가 하는 것 또한 강력히 주장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