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종 기자
urubella@naver.com 2014-10-21 (화) 14:55대구에서 어린이 법회가 가장 활성화한 절 보성선원. 매주 어린이 및 학생법회에 100명 가까이 불자들이 모이는 드문 절이다. 이 절의 주지 한북 스님은 제주도 법화사에서부터 어린이 포교에 일가를 이뤘던 스님이다. 스님은 보성선원 주지로 부임해온 후 절의 재정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어린이 및 학생법회에 쏟아 부었다. 어린이와 학생 불자를 양성해야 불교의 미래가 열리고, 또 자연스럽게 절의 발전도 이루어진다는 소신을 대구에서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학생 불자들이 100명을 육박하는 숫자로 불어났다. 그러나 좀처럼 100명을 넘어서지 못했다. 스님은 어린이, 학생법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을 연구하다가, 보성선원의 로고가 그려진 대형버스 구입을 결심했다. 대형버스를 구입하면 절 안에서만 진행하던 어린이법회의 활동이 훨씬 더 활발해지고 발전의 추동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섰던 것이다. 스님의 원력은 그때부터 버스를 구입할 재원을 마련이었다.
한북 스님의 원력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고, 마침내 평택 명법사에서 활발하게 전법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화정스님의 귀에 까지 알려졌다. 화정스님은 보성선원 주지 한북스님이 어린이와 학생들의 법회를 위해 대형버스를 구입하려 한다는 원력을 듣고 2천만 원을 선뜻 보시했다. 이 돈은 본래 내년 부처님오신날을 기해 봉축등탑을 만들려고 비치해 둔 돈이었으나 ‘미완의 어린 부처’들에게 그 뜻을 회향한 것이다.
재가불자들의 동참도 이어졌다. 서울의 한 불자가 1천 만 원을 선뜻 보시했고, 보성선원 신도들의 크고 작은 정성들이 모아졌다. 그렇게 해서 마련된 중고 대형버스는 산뜻한 도장을 거쳐 대구 어린이, 청소년 불자들의 자부심으로 거듭났다.
새 차보다 더 산뜻해진 대형버스를 구입한 한북 스님과 정송기 지도교사 등 법회 운영진, 어린이, 학생 불자들은 이 기쁨을 도움을 준 명법사 화정 스님과 보성선원 주지의 소임을 맡겨준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 등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일정을 마련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19일. 55명의 어린이, 학생불자들을 태운 보성선원 대형버스와 봉고차가 서울에 나타났다. 3시간 가까이 달려 법진 스님이 계신 서울 성북동 정법사까지 왔지만 보성선원 불자들의 표정은 마냥 밝았다. 정법사에서 제공한 비빔밥으로 공양을 마친 후 대웅전에서 법회를 봉행했다.
법진 스님은 기쁜 표정으로 보성선원 어린이 및 학생 불자들을 향해 쉽고 짧은 법문을 했다.
“대구 보성선원 어린이 및 학생법회 회원들이 정법사를 방문해 준 데 대해 감사하고 환영한다”고 인사를 한 법진 스님은 “예전 어린이들보다 덩치가 커 모두 중고생같이 보인다”고 늠름한 모습을 반겼다. 법진 스님은 이어 “《아함경》에 보면 ‘부처님의 아들딸이 부처님 말씀에 따라 새롭게 태어난다’는 말이 있는데 이 얘기는 부처님 가르침을 만나고 나서 게으른 자가 부지런해지고, 부모님 말씀 잘 안 듣던 애가 부모님 말씀을 잘 듣게 되고, 어리석은 애가 지혜롭게 다시 태어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참다운 불자가 되려면 계정혜 3학(三學)을 당연히 닦고 배워야 한다”면서 “계(세상 사람들이 반드시 지키고 의지해야 할 규칙) 정(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을 없애는 것) 혜(지혜롭게 세상을 살아나가는 방법)를 지켜 나가 불자로서 참되게 새로이 태어날 것”을 당부했다.
보성선원 어린 불자들도 그동안 법회에서 배우고 익힌 지혜를 맘껏 과시했다. 불교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을 웅변으로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법진 스님은 법문을 마치고 법회 회장 이준희 군에게 법회발전과 운영에 써달라며 금일봉을 전달했다. 기념촬영을 마친 후 법진 스님과 정법사 대중들의 배웅 속에 청와대 길 참관에 나선 학생들은 청와대 영빈관이 보이는 신무문 앞과 북악산이 올려다 보이는 분수대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이어 한국불교의 심장이라 불리는 조계사를 참배했다. 마침 조계사는 국화꽃 축제가 한창이었다. 학생들은 대웅전 참배를 마치고 다채롭게 진열된 국화를 배경으로 저마다 기념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시간에 쫓겨 결국 일정에 포함돼 있던 인사동 구경을 포기한 채 서둘러 평택으로 내려갔다. 명법사로 찾아온 대구의 어린이청소년 불자들을 맞이한 화정 스님은 어린이들에게 자장면 선물을 제공했다.
이날 학생법회 회원들은 한 독지가가 제공한 과수원에서 농장체험을 통해 직접 재배하고 수확한 사과를 정법사와 명법사에 답례품으로 보시했다. 어린이와 중학생 불자들로부터 사과 선물을 받은 법진 스님과 화정 스님의 표정은 사과처럼 환하게 빛났다. 모처럼 느끼는 뿌듯함, 행복함인 듯했다.
김진아 어린이(대구 대서초 6)는 이날 나들이에 나선 소감에 대해 “동생들과 언니 오빠들이 함께 다녀 너무 재미있었다. 점심 때 비빔밥도 꿀맛이었다. 청와대를 지키는 경찰에게 인사했는데 부끄러웠다. 다음엔 부산 해운대를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래 보다 덩치가 큰 이상호 군(대구 상원중 3)은 “보람 있었다. 정법사 큰스님 법문이 가장 기억에 남고 감명 깊었다”며 “고등학교에 진학해도 보성선원 법회에 계속 다닐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