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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 국사의 ‘철학하기’ 요즘 선사들이 배워야”

최승천 기자 | hgcsc@hanmail.net | 2014-10-20 (월)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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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법련사 대웅전에서 열린 보조사상연구원 제24차 국내학술대회.

 

“지눌은 누적된 역사 속에 생산된 과거의 사상을 시간적인 흐름 속에서 이해하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현재적 관점에서 그런 과거 사상들을 허심탄회하게 수용하고 있다. 사상의 현재성에 주목하고 만년에 이르도록 자신의 철학적 문제로 수용하고 또 고민하는 지눌의 자세는 현대 한국의 불교학계에 많은 교훈을 남긴다. 자기 철학은 없고 역사적 기술만 늘어놓는 그런 현재 한국에서 불교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의 현실 말이다.”


18일 서울 법련사 대웅전에서 열린 보조사상연구원 24차 국내학술대회에서 연세대 신규탁 교수(사진)가 던진 말이다.

 

신 교수는 이날 ‘보조 지눌 사상의 통시적(通時的) 현재성(現在性)-정토관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염불하여 정토에 왕생하는 정토사상’을 대하는 보조국사의 ‘모호성(ambiguity)’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먼저 이에 대한 학계의 두 부류의 해석을 제시했다. 하나는 보조국사 자신이 정토사상을 부정했다는 해석으로, 고 심재룡 교수(전 서울대)의 입장이다. 다른 하나는 보조국사가 아미타불 명호를 염송하는 정토신앙의 실천, 곧 염불문에도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해석으로 길희성 교수(전 서강대)의 입장이다.


신 교수는 “<권수정혜결사문>에 기술된 보조 국사의 표현에는 ‘모호성’이 내재해 있다면서, 결국 보조 국사는 기본적으로는 ‘유심정토’설을 주장하면서 ‘타방정토’설에 대해서도 수용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보조 국사는 불경 속에 엄연하게 제시되어 있는 ‘타방정토’설에 대해 무시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당시 현실에 만연하는 ‘수행 없는 왕생발원적 세속화’와도 타협하지 않았다. ‘수행에 입각한 타방정토 왕생’이라는 보조 국사의 대안이 표면적으로 보면 간화선 수행자의 어정쩡함으로 비쳐질 수도 있지만, 국사는 회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보조 국사는 ‘유심정토’설을 옹호하지만, 경전에 나타난 교설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지도 않았다.”면서, “이 점은 요즈음 한국의 선사들이 ‘마음[心]’ 하나를 ‘전가의 보도’처럼 마구 휘둘러 안이하게 불교의 모든 교리를 ‘본분 도리’로 한 칼에 해치우는 무식함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비판했다.

 
이어 신 교수는 이같은 보조 국사의 ‘철학하기’가 ‘모순의 노출과 종합’이라는 입장에서 자신이 말하는 ‘통시적 현재성’이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논평을 맡은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변희욱 연구원은 “보조의 정토관에 내재한 모호성에 관한 해석은 설득력이 있다.”면서, “논문이 해석한 보조의 정토관은 보조의 불교 전반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혹시 모순성은 없는지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에서 동국대 최연식 교수는 “신 교수가 제시한 ‘통시적 현재성’은 학문하는 사람에겐 당연한 것 아니냐”면서, “보조 국사의 정토관은 ‘유심정토’설이 중심”이라고 주장했다. 박해당 (서울과학기술대) 박사도 보조 국사가 ‘타방정토’를 주장했다고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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