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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수륙재의 진수! 진관사로 오세요”
이학종 기자 urubella@naver.com 2014-10-07 (화) 15:40
“진관사 스님들과 신도 대중들이 다 함께 큰 연(輦)을 들고 진관사 일주문밖으로 나가 영가를 맞이한다. 연에서 이어진 흰 천을 손에 손에 잡고 가는 사람들의 긴 행렬로 가을 삼각산의 계곡과 숲길은 일 대 장관을 이룬다.” (시련 의식)
“스님과 대중들이 연에 영가를 모시고 일주문 안으로 들어와 홍제루 앞에 차려진 ‘대령소’에 연을 내려 놓고는, 아득히 먼 길을 온 영가의 고단함을 위로하고 차와 국수를 올리며 법회에 모시기 위해 간단한 법문도 들려드린다. 주지스님이 차를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많은 대중들이 각자의 소중한 분들을 떠올리며 절을 올린다.”(대령 의식)
“‘대령소’ 바로 뒤편에 목욕탕 역할을 하는 ‘관용소’과 차려지고, 여기서 영가의 고단함과 번뇌를 씻어준 후 깨끗한 새 옷으로 갈아 입혀 드린다. 관욕소 안에는 수건, 향탕수가 담긴 대야, 버드나무 가지로 만든 칫솔, 계란 모양의 난경이라는 거울 등이 정갈하게 준비되어 있다. 목욕을 마친 영가는 비로소 대웅전 부처님을 향하여 큰 절을 올린다.”(관욕 의식)
“드디어 진관사 청정수월도량에서 큰 법회가 열리게 되니, 대웅전 앞에 석가모니 부처님의 영산회상을 펼치기에 앞서 불법을 수호하는 신중님들을 불러내어 한 치의 삿됨도 없는 맑고 향기로운 도량으로 만든다.” (신중작법)
“석가모니 부처님의 영산회상을 상징하는, 엄청난 크기의 대형 불화인 괘불을 대웅전안에서 모셔 내와 괘불대에 거는 의식을 거행한다. 조선시대에는 이 괘불을 ‘괘불님’이라고도 불렀는데, 가뭄이 들 때 괘불님을 밖으로 꺼내 모시면 단비가 내리고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진관사 대웅전 뒤편에 고이 모셔졌던 괘불님은 이날 많은 대중들 앞에 그 자비로운 모습을 드러내시어 환희로운 영산회상 당시를 펼쳐주신다.” (괘불이운)
“괘불이운 마치면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설법하시던 영산회상이 재현되어, 스님들에 의해 웅장하고 아름다운 음악과 무용이 환희롭게 펼쳐진다.” (영산작법)
이 뜻 깊은 날을 위해 초청된, 큰 어른스님이 나서 영산회상 석가모니 부처님을 대신하여 깨우침의 법문을 들려준다. 이날 법사는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설정스님을 모셨다.
수륙재 의식은 석가모니 부처님, 아난존자 그리고 불타는 듯 무시무시한 얼굴에 목구멍이 바늘과 같이 가늘어 물 한 모금 마시기 어려운 아귀 대왕 ‘면연’의 이야기인 연기설화에서 비롯됐다.
옛날, 아난이 홀로 맑은 처소에 머물고 있었는데, 한 밤중이 되자 ‘면연’이라는 아귀가 나타나 아난에게 다음과 같이 말 하였다. “너는 삼일 후에 나의 아귀 세계에 태어날 것이다. 만약 백천 나유타 겁의 항하사만큼 많은 아귀들과 백억 바라문 선이들에게 각각 음식을 보시하고 나를 위하여 삼보께 공양하면 너는 수명이 늘어나고 하늘에 태어나리라.” 아난이 부처님께 이 고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여쭈니,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출구면연아귀경』의 ‘일체공덕광명 무량위덕력대다라니’를 설하셨다. 이것이 수륙의 인연으로 최초의 근본이며 수륙의 명칭은 일찍이 없었다.
“일체의 부처님과 보살님 그리고 외로운 영혼들에게 법회가 열리는 것을 알리기 위하여 말을 탄 사자를 청하고, 말이 쉴 수 있는 마구단도 홍제루 아래에 따로 차린다. 사자는 대접을 잘 받은 다음, 법회가 열림을 고하는 문서를 들고 돌아간다.” (사자단)
“이어서 하늘의 다섯 방위[중, 북, 서, 남, 동]를 관장하는 황제들을 청하는데, 일체의 부처님과 보살님과 외로운 영혼들이 법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늘의 다섯 길을 열기 위해서다.” (오로단)
“일체의 부처님 등을 청하여 공양을 올립니다.” (상단)
“일체의 보살님 등을 청하여 공양을 올립니다.” (중단)
“일체의 외로운 영혼 등을 청하여 시식을 베풉니다.” (하단)
“일체의 보살님 등을 청하여 공양을 올립니다.” (중단)
“일체의 외로운 영혼 등을 청하여 시식을 베풉니다.” (하단)
“봉송회향 재를 마친 후, 스님들과 대중들은 일체의 부처님과 보살님과 외로운 영혼 등을 사찰 밖으로 모시고 나가 배웅한다. 단에 올렸던 의물, 방문, 위패 등을 소대에서 태우고 나면 모든 의식이 끝난다. 동참 대중들은 수륙재가 원만하게 회향된 것을 기뻐하며 모두 모여서 덩더쿵 얼쑤~ 환희로운 춤을 춘다.”
조선시대 수륙재의 전통을 계승한 진관사 국행수륙재가 삼각산 진관사에서 봉행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26호 지정을 기념하는 뜻 깊은 수륙재 시연이다.
이번 수륙재는 낮재가 10월 11일(토)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 밤재가 10월 12일(일)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 이틀에 걸쳐 매을 8시간 씩 총 16시간 동안 봉행된다. 행사는 사단법인 진관사국행수륙재보존회와 대한불교조계종 진관사(주지 계호 스님)가 주관한다.
진관사 수륙재는 조선을 세운 태조 임금이 나라의 안녕과 국민의 평안을 기원하기 위해 진관사에 4번 거동하여 59칸에 이르는 장대한 규모의 수륙사(水陸社)를 세우고 국행수륙재를 봉행하였으며, 이후 600여 년 동안 수륙재 설행의 중심 사찰로 불교의례의 전통을 계승해 오고 있다.
첫째 날은 진관사 국행수륙재 중요무형문화재 지정 축하 기념식을 시작으로, 수륙재 낮재에 해당하는 시련, 대령, 관욕, 신중작법, 괘불이운, 영산작법, 법문이 진행되며, 둘째 날은 수륙연기, 사자단, 오로단, 상단, 중단, 하단, 회향봉송 순으로 진행된다. 특히 시련의식은 행사에 참여한 일반인 누구나 명다리를 잡고 진관사 마당에서부터 일주문까지 함께 걸으며 참여할 수 있고, 점심공양(식사)은 연잎밥으로 모두에게 제공된다. 둘째 날은 점심식사 전 장수를 기원하고 복을 주는 의미의 수륙과를 나눈다.
매년 봉행되는 진관사 국행수륙재는 연극․음악․무용․문학․미술이 결합된 종합예술공연적 가치가 내재되어 그 가치가 인정되고 있다. 시민들에게는 우리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함께 화합과 소통 그리고 나눔을 즐기는 축제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진관사 수륙재 재의식을 설행하는 스님들은, 재주(齋主)․법인(法印)에 계호 스님(진관사 주지), 어장(魚丈)에 동희 스님, 어산(魚山)에 진성, 동환, 무비, 법밀, 일구, 혜월, 기범, 지훈, 응찬, 덕현, 덕원 스님 등(진관사 수륙재 학교 법패학과, 법인학과)이 맡았다.
*진관사 국행수륙대재 의식 절차의 특징
진관사 국행수륙대재는 조선시대의 전통적 수륙대인 칠칠재(七七齎: 사십구재) 형식이다. 낮에 지내는 낮재와 밤에 지내는 밤재의 이부 구성을 유일하게 전승하고 있다. 입재를 시작으로 초재에서 칠재까지 총 49일에 걸쳐 진행되는데, 수륙재의 정점은 마지막 칠재이다. 칠재는 낮재와 밤재로 나누어 2틀 동안 지낸다.
낮재는 돌아가신 소중한 분들을 한분, 한분 정성껏 모셔서 청정하게 씻겨드리고 석가모니 부처님의 영산회상에서 다함께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는 재이다. 낮재가 돌아가신 소중한 한분, 한 분께 올리는 재라면, 밤재는 이 재를 올리는 공덕이 외로운 생을 마친 한량없는 우리 이웃들, 생명 있는 존재와 생명 없는 존재에 이르기까지 큰 공덕의 끼침이 있기를 기원하는 재이다. 그래서 밤재는 낮재와 달리 단을 차려서 청하여 모시는 상단, 중단, 하단의 법식이 있다. 상단에는 일체의 부처님을, 중단에는 일체의 보살님들을 청하여 공양을 올린다. 하단에는 일체의 외로운 영혼들을 청하여 시식을 베푸는데, 이 들이 감로수를 마심으로서 생의 갈증과 고통아 멎어 청량함을 느끼게 된다.
진관사 수륙재는 단 차림에서도 특징이 있다. 조선시대인 세종 2년(1420)의 국행수륙재 단차림의 기본 규정을 충실히 따르되, 오늘날 그 의미를 새롭게 되살려서 고림 음식과 공양물을 올린다.
상단은 아직 여물지 않은 올기 쌀로 지은 찐밥 서른 동이, 유과 아홉 그릇, 두부탕 아홉 그릇, 떡 아홉 그릇, 삶아 건진 국수 아홉 그릇, 과일 아홉 그릇, 여섯송이의 흰꽃이 담긴 화병 두 개, 재단과 재단 주위를 밝힐 등롱, 재화 공양물인 한지 천장, 수륙재를 집전하는 스님들에게 드릴 목면 한필, 재 음식을 밤낮으로 정성껏 지어 올린 이들이 위로하기 위한 베 다섯 필을 올린다.
중단과 하단의 고임음식은 찐밥이 각각 20동이와 열 동이로 차등해 올려지는 것 외에는 같다. 또한 하단에는 특별한 물품을 올리는데, 희고 가는 모시로 만든 수건 두 필을 대 바구니에 담아 놓는다. 영가를 목욕시킬 때와 주지스님께서 한 손에 발우를 들고 감로수를 뿌릴 때에 필요한 상징적인 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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