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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칠 민화 작업을 하고 있는 성파 스님.

 

 사경, 선묵화, 옻 염색, 산수화 등 장르를 망라한 예술 활동을 해온 조계종 원로의원 성파 스님(통도사 서운암)이 이번에는 민화를 선보인다. 일반 민화가 아닌 옻칠을 통해 그 깊이를 더한 옻칠 민화전이다.

 

76세의 노장이 민화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9월 23일 교계 기자들은 만난 성파 스님은 “이번 전시회에서 민화를 주제로 삼은 것은 민화가 불교미술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라고 잘라 말했다.

 

성파 스님은 민화의 동시다발적인 확산에서 불교와의 상관관계를 확신했다. 스님은 “민화가 시작된 것이 180년 전이다. 이조 500년간의 억불이 극에 달해 사찰에서 불사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였다. 그 때 민화가 자연발생적으로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그 말은 민화를 ‘이름 없는 민중’이 그린 것이 아니라 사찰에서 단청을 하고 불화를 그리던 이들이 억불정책으로 일이 없으니 호구지책으로 민가에 내려와 민화를 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화의 소재인 연꽃, 용, 호랑이, 모란, 일광의 삼족오, 월광의 방아 찧는 토끼, 거북, 고기 등이 사찰 조형 문화에서 시작됐다는 점도 주목했다. 성파 스님은 “민화 학회에서도 인정하는 까치호랑이를 예를 들어, 여러 나라의 그림에 사납고 잡아먹을 것 같은 기세의 호랑이가 등장하지만 우리나라의 호랑이는 온순하고 순화된 호랑이로 표현된다. 내강외유의 호랑이는 바로 산신탱화에 나오는 호랑이다. 스님들의 염불로 순화된 호랑이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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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파 스님 작품 '호랑이'

 

 그렇다면 일반 민화에 비해 작업 과정이 더욱 까다로운 옻칠 민화를 그린 것은 무슨 연유일까. 성파 스님은 옻칠의 매력으로 중후감과 빛의 감각, 또 일반 물감으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을 꼽았다. 절집에서는 발우, 주장자 등에 옻칠이 쓰여 오래 전부터 불교문화의 한 부분으로 존재해온 점도 크게 작용했다.

 

성파 스님은 “그냥 민화를 하면 남 하는 것을 따라하는 정도”라며 “옻칠만화정도는 해서 발표해야 전통불교미술을 말할 자격이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우리 미술계에서 옻칠을 많이 사용해야 하는데, 당신이 누구에게 하라마라 시킬 수 없는 입장이니 스스로 해보인 것이라고도 했다. 작업 기간은 3년, 작품 수는 200여 점에 달한다.

 

한편 성파 스님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한평생 한국전통문화를 공부해왔다. 통도사 주지 시절 사경전시를 위해 우리나라 전통 감지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염색 기법을 연구하게 되는 등 전통기법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졌다.

 

그 결과라고 할까 과정이라 할까, 현재 성파 스님 문하에서는 4명의 사경 전문가가 공부하고 있다. 문화재보수기능자도 4명이나 배출했다. 서운암이 전통사찰로는 유일하게 (옻)칠방 작업실 운영하고 있으니 관련 예술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이 당연함직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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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파스님 작품 '혼성도'

 성파 스님의 이 같은 솔선수범의 예술 활동은 향후 불교계의 기대역할로도 이어진다. 한국 전통문화의 많은 부분이 불교에서 파생됐다는 것을 공인시키는 작업은 그 누구도 아닌 불교계 스스로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성파 스님은 “불교문화예술을 불교계에서 많이 연구하고 발전시켜야 불교가 이 어려운 고비를 지탱해나갈 수 있다”며 “나는 이 전시를 계기로 삼아 민화 나오는 하나하나를 사찰문화와 대조해 그 근원과 출처를 밝힐 것이고, 학계와 언론 등에 누누이 얘기해 이 전통문화들이 불교미술에서 나왔다는 것을 공인받고 싶다”는 절절한 심정을 표현했다.

 

성파 스님의 옻칠 민화전은 10월 15일부터 21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