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08개의 사찰을 돌아다니며 7년간 사찰 주변의 생태환경을 모니터링한 산사의 숲을 거닐다 시리즈의 마지막 10권이 나왔다.

그 7년간 이 책의 저자인 사찰생태연구소 김재일 소장은 죽음의 문턱을 여러번 넘나들었다. 백 여덟 사찰의 불보살들이 돌보았음을까. 그는 점점 더 건강을 되찾았으며, 결국 산사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이 시리즈를 처음으로 시작한 이듬해인 2003년 김재일 소장은 폐암이 발병했다는 진단을 받았다. 새만금 갯벌로 반대시위 겸 갯벌탐사를 갔다가 감기가 들었다 싶어 병원을 들렀는데 폐에서 악성종양이 발견된 것이다. 그해 국립암센터에서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암치료로 인해 빠진 머리를 털모자로 가리고 다시 산사를 찾아갔다. 그리고 부처님께 발원했다.

“제가 이 모니터링을 끝낼 수 있을 때까지 만이라도 제 숨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이 기록이 남아야 수십년, 수백년 뒤에 후손들이 사찰 숲의 실태를 알 수 있습니다.”

크게보기김 소장은 마지막 10권을 펴내며 “아마 그 발원의 힘 때문에 내가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 사찰을 108개로 선정한 것은 108이라는 숫자가 주는 불교적 상징성 때문이다. “인간이면 누구나 벗어날 수 없는 번뇌 중에서도 환경문제는 인류의 생멸이 걸린 현실적이고도 상징적인 번뇌이며, 이보다 더 시급한 시대의 화두는 없다”는 것이 김 소장의 설명이다.

『산사의 숲을 거닐다』에는 풀과 나무, 이끼와 버섯, 곤충, 어류, 조류, 포유류, 지질 등 사찰 주변의 온갖 자연생태들이 망라돼 있다. 108사찰들은 대부분 산중에 있는 전통사찰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조계종 24개 교구본사를 비롯해 5대 적멸보궁, 3대 관음도량, 종파와 상관없이 탐방객과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사찰, 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사찰들이 중심을 이룬다. 산내 사찰이나 암자까지 포함하면 사실 200여개가 넘는 사찰들이 담겨져 있다.

절반 정도는 관련 전문가나 숲 해설가들이 동참하기도 나머지 절반은 혼자서 조사를 다녔다. 그들과의 시간을 맞추기도 어려웠지만, 그들과 함께 동행할 만큼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가끔 절에 카메라를 메고 펜과 메모지를 들고 들어가면, 기자가 취재차 온줄 안 주지 스님들의 불벼락이 떨어지기도 했다. 충남의 K사에서는 공양간에 들어갔다 밥 한숟가락 못얻어먹고 공양간에서 쫓겨난 일도 있었다. 순전히 손에 수첩을 들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폭포와 계곡이 수려하여 전남의 소금강이라고 불리는 강천사에 들렀더니 수십만평 사찰숲을 공양미 300석에 팔아넘기고 겨우 2000평만을 부지한 채 초라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모습을 보곤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우리는 왜 이리 무지몽매한가’ 싶어서.

하지만 김 소장은 “사찰 숲을 찾아다닌 길 그대로가 감동의 길이었다”고 말했다.

큰 강 하구에 사는 재첩을 중부 내륙 산간오지에서 만난 일부터 나무 한 그루 아끼기 위해 사찰 기둥을 누더기처럼 기운 옛 스님들의 나무사랑에 이르기까지, 눈길 닿는 처처소소 걸음걸음에 감동이 있었다고. 그의 눈에 비친 사찰 숲은 멸종위기의 동식물이 분포하는 생태계의 보고이자 천연기념물들이 존재하는 말 그대로 보물창고였다.

그러나 폐암 치료를 받는 몸을 이끌고 차도 없이 대중교통으로 전국 곳곳의 두메산골을 찾아다니는 길이 어찌 감동만이 존재한 길이었을까.

그의 노고와 정성을 알기에, 이 시리즈의 마지막을 접하는 순간 감동과 고마움이 밀려왔다.

김 소장은 이 책을 펴내며 “작은 희망사항으로 그칠지도 모르지만 이 책이 1세기 뒤 혹은 더 먼 훗날 이 땅에 살 사람들에게 오늘의 산사의 숲을 알려주는 메시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전했다.

아마 그들은 산사에서 만난 그의 감격스러움과 힘겨운 발걸음, 그리고 산사 속에 담긴 붓다를 향한 이 시대인들의 마음까지 함께 떠올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