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연재 > 정준영교수의 남방의 選佛場

마치 소가 고삐에 끌려가듯<br>팽팽한 긴장 유지되는 수행처

| | 2008-08-26 (화) 00:00

이른 새벽 커다란 목탁소리에 빤디따라마의 알아차림이 시작된다. 수행자들은 아직 어둠이 내린 숲속을 조심히 걸어, 비구와 우바새들은 남자 수행처로 틸라신과 우바이들은 여자수행처로 발걸음을 옮긴다.

숲 속의 수행처는 매우 고요하고 한 적한 곳에 위치하고 있어 수행자들이 집중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빤디따라마 선원 입구표지판크게보기

빤디따라마 숲 속 명상센터는 양곤에서 만달레이로 가는 방향으로 약 64km정도 떨어져 있다. 명상센터 안내판이 보이는 큰 길로부터 비포장도로로 3km정도 더 들어가 위치하고 있기에 외부와 차단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숲 속 명상센터는 우 빤디따비왐사(Sayadaw U Paṇḍitabhivamsa, 1921~) 사야도께서 1990년 양곤에 ‘빤디따라마 쉐타곤 사사나 예익타 수행 센터(Paṇḍitārāma Shwe Taun Gon Sāsana Yeiktha Meditation Center)’를 처음으로 설립한 이후 5년 후인 1995년에 만들어졌다. 약 400,000㎡(100acre)의 대지위에 세워진 ‘빤디따라마 세 메인 곤 숲속 센터(Panditarama Hse Main-Gone Forest Centre)’는 도시로부터 벗어나 보다 집중적으로 수행하기 원하는 수행자들을 위해 설립된 미얀마의 두 번째 빤디따라마 명상센터이다.

우 빤디따 사야도는 1950년에 마하시 명상 센터(Mahasi Meditation Center)에서 위빠사나 수행을 시작하였으며, 마하시 사야도께서 1982년 입적하신 후 1990년 빤디따라마 명상센터가 설립되기 전까지 마하시 명상센터의 선원장을 역임하셨다. 따라서 이곳은 마하시 계통의 수행센터로 수행방법 역시 마하시 명상센터와 같다.

빤디따라마 명상센터와 마하시 명상센터의 차이점을 찾는다면 무엇보다 자애관(慈愛觀, mettā-bhavana)과 엄격함이라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먼저 빤디따라마의 수행에는 사랑을 방사하는 자애관이 포함되어 있다. 수행자들은 모든 존재를 위해 사랑을 보내는 자애관과 chanting으로 하루의 명상을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사실 자애관은 실제가 아닌 관념으로 시작되기에 사마타(samatha, 止)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마하시 명상센터에서 표방하는 순수한 위빠사나 수행(純觀, suddha-vipassanā)방법과는 거리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사무량심(四無量心)의 시작인 자애관은 수행자들의 마음을 넓고 평온하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두 번째는 엄격함이다. 수행의 의지는 수행자에게 달려있는 것이기에 어느 센터가 어디보다 엄격하다고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수행처의 운영방법이 수행자의 부족한 의지를 도와주는 것이 사실이고, 주변의 평가 등을 고려해 보았을 때 빤디따라마 명상센터는 오늘날의 마하시 명상센터에 비해 엄격하다고 볼 수 있다.

남자 수행처 입구크게보기

몇 가지 예를 보면, 이 곳 숲속 명상센터의 수행자들은 철저하게 침묵[黙言]을 지켜야 한다. 심지어 외국에서 손님이 찾아온다고 할지라도 정해진 시간외에는 만날 수 없고, 밖에 나갈 수도 없다. 공양시간 외에는 정해진 일정표에 따라 수행처에 머물러야만 하며 규정을 어길 시에는 지도스님들로부터 엄한 질책을 받게 된다.

또한 하루나 이틀 사이로 계속되는 수행인터뷰를 통해, 수행자가 수행의 진도를 보고하지 못하면 또 다른 질책이 이어진다. 물론 이는 지도자의 질책이라기보다 수행자 스스로의 자책에 가깝다. 왜냐하면 지도스님들께서 아주 상세하게 수행자들의 수행과정을 이끌어 주시기 때문이다.

수행의 핵심이 스승의 가르침에 있다고 볼 때 이는 큰 장점이다. 몇몇 수행자들은 스승의 살아있는 지도가 항시 긴장을 유지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리고 몇몇 수행자들은 마치 소가 고삐에 끌려가듯이 스승에게 매달려가는 느낌을 받는다고도 말한다.

아마도 마하시 명상센터에서 시작된 위빠사나 수행정신이 오늘날 빤디따라마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정준영(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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