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여성 불자가 찾아 와서 대화를 나누던 중 이거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각한 내용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 여성 불자는 자신은 수행에 관심이 있어 여러 공부도량을 찾아다니다가 요즈음에 위빠싸나 수행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위빠싸나 수행을 지도하는 스님이 법문을 하시는데 한국불교에서 그동안 믿어온 관세음보살이나 지장보살은 정법이 아니고 모두 힌두교의 잡신들이며, 불성이나 여래장사상도 힌두교의 아트만 사상의 변형이라고 하면서 대승불교는 엄밀히 말해 불교가 아니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여성 불자는 이 말에 현재까지 믿어 왔던 불교에 엄청난 혼란이 생긴다면서 과연 어떤 불교가 진짜 불교냐고 묻는 것이었다.

사실 그동안 상좌부 계통의 수행자들이 한국불교의 신행형태에 비판을 가해 왔다는 것은 알고 있는 사람은 다 알고 있는 터이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 이 같은 상좌부계통의 일부수행자들이 대승불교에 대한 정통성을 훼손하는 언사는 도를 넘고 있다.

대승비불설 주장은 물론이거니와 용수와 세친 같은 대승의 논사들을 외도로 표현하는가하면 대승불교를 일으킨 사람들은 불자들이기보다는 힌두교도들이었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힌두교도들이 계획적으로 불교교단에 머리를 깎고 들어와 불교를 힌두교로 둔갑시켰다는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이 같은 주장이 겉으로까지는 아니라도 상좌부계통의 수행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제 정설이 되어 한국불교의 현 신행형태는 모조리 거부된 채 오로지 상좌부 불교만이 불교라는 독단을 확산시키고 있는 중이다.

나는 일찍부터 한국의 대승불교위기론을 주장해왔다. 대승의 가르침이 한국불교에서 점점 쇠퇴 하는 징조로는 경전 해설서와 논문의 감소, 대승경전 중심의 강의 부재 현상, 포교 및 교육기관의 감퇴 및 사양화 등 여러 상황들을 통해 알 수 있는데 그 원인으로 상좌부계통의 불교가 준 영향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바로 위와 같은 상좌부 계통의 수행자들이 한국불교의 대승사상을 폄하 또는 공격함으로 인해 한국에서의 대승불교는 보이지 않는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국불교에 상좌부 계통의 불교가 들어와 저변을 확대하고 그 역량이 커진다는 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환대해야한다. 기복과 미신이 만연한 채 세속화 된 한국불교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상좌부불교는 분명 좋은 일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좌부불교 수행자들의 대승의 가르침에 대한 무분별한 비판은 망발에 다름 아닐뿐더러 한국불교의 미래를 어둡게 할 뿐이다.

때문에 상좌부 계통의 수행자들이 이런 견해들을 시정하지 않고 대승법을 공격한다면 기우일지는 모르나 한국불교는 이념적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되고 이로 인해 큰 혼란을 가져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실은 상좌부 계통의 수행자들이 대승을 공격하지 않고 근본불교 경전만을 중심으로 불법을 편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혼란이 불가피하다. 대승과 근본불교의 가르침에는 여러 가지 법을 해석함에 있어 적지 않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대승의 가르침을 비판까지 하게 되면 그 혼란은 매우 커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같은 혼란을 방지 할 수 있을까?

이를 예방하려면 먼저 상좌부 계통의 수행자들은 대승의 가르침이 석가세존의 진설이냐 아니냐를 따지지만 말고 대승의 가르침을 자세히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본다. 눈여겨보면 대승을 비판하는 수행자들 중에는 대승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비판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대승을 평가하려면 대승을 바로 알아야한다.

과연 대승의 가르침에 나오는 불보살들이 힌두의 신인지, 여래장 사상이 힌두교의 아트만이나 푸루사와 같은지, 법신불이 브라흐만과 동일한 존재인지등 대승의 가르침을 을 제대로 파악하고 나서 대승을 말해야지 그렇지 않고 니까야에 나와 있지 않다고 해서 무조건 대승을 비판 한다면 봉사 줄서기와 다름이 없는 꼴이 된다.

남방불교 계통의 수행자들에게 건의하고 싶은 것은 설혹 대승이 상좌부 계통에서 소의 경전으로 삼고 있는 니까야와 다르다고 해서 함부로 비난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니까야만이 불설이라고 생각하면 니까야의 가르침을 충실히 전하되 대승의 정신도 이해하는 태도를 보여주어야지, 그렇지 않고 대승을 외도의 가르침인양 지나치게 비판 한다면 상좌부 불교 또한 대승으로부터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그 다음으로, 종단의 상좌부 불교와 대승불교에 대한 전반적인 비교 연구가 있어야한다. 상좌부 불교의 역할이 눈에 띄게 커지면서 대승과의 이념차가 생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 종단은 당연히 이에 대한 대응 법을 마련해야 한다.

간화선과 위빠싸나 수행의 비교 분석만을 따로 떼어 놓고 연구 할 것만이 아니라 또 승가대학 교과목 속에 초기불교 과목만 증설 할 것이 아니라 초기불교와 대승 불교의 갖가지 법의 차이를 모두 연구해야 한다. 그리고 이 가운데에서 대승의 당위성과 위대성을 찾아내고 상좌부 불교의 대승불교 비판에 대한 쐐기를 박아야 한다. 종단은 부처님 직설이라면서 정통성을 내세우는 상좌부 계통의 수행자들에게 왜 대승불교를 신봉해야 하는가를 분명히 밝혀주는 노력을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어쩌면 상좌부 계통의 일부 수행자들이 행하는 대승에 대한 비판은 한국불교에 약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로 인해 한국 불교가 대승의 가르침을 더욱 견고하게 지켜 나아 갈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