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육왕사와 천동사(天童寺)는 지척이다. 차로 이동하는 시간이 10분 남짓한 약 2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다. 이 두 사찰은 그러나 간화와 묵조라는, 각기 다른 선(禪) 수행법의 근본도량이라는 운명적 관계에 있다.

아육왕사에서는 대혜종고라는 선종사의 거장이 주석하며 오늘의 간화선(看話禪) 수행체계를 가다듬었고, 천동사에서는 묵조선(默照禪)의 주창자 굉지정각(宏智正覺, 1091~1157) 선사가 20여 년간 머물며 입적할 때까지 묵조선풍을 드날렸다.

천동사는 서기 300년경 서진(西晋)의 의흥(義興)에 의해 창건됐다. 천동사라는 절 이름은 흥미로운 창건 설화에서 비롯됐다.

이곳에 처음 의흥이 절을 세웠을 때에는 깊은 산중이라 사람을 거의 볼 수가 없었는데, 우연히 한 동자를 만나 공양을 받으며 수행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동자가 자신은 대사의 수행하는 모습에 감동한 하늘의 옥제(玉帝)께서 보낸 태백금성화응동자(太白金星化應童子)이며, 이제 많은 사람이 올 것이므로 돌아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이에 의흥은 동자의 이름에서 태백을 따 산의 이름을 태백산(太白山)이라 정하고, 절 이름은 천동사라고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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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천동사는 선종의 근본 도량이 되었고, 당나라에서 명나라에 이르기까지 대가람으로 이름났다. 현재의 모습은 1631년 밀운(密雲)이 중창한 것이다. 천동사에는 모두 3개의 산문이 있는데, 각 산문의 간격은 1km에 이르렀다고 한다. 경내에는 천왕전과 응공당·종루·십팔나한전·장경각·선실·객실 등이 남아 있다. 당초 이 절의 건물을 모두 합하면 999칸이었다고 전하는데, 현재도 700여 동의 전각이 남아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 절에서 묵조선풍을 진작시킨 굉지정각(일명 천동정각)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묵조선의 거두 굉지정각은 간화선을 정립시킨 대혜종고와 더불어 송대(宋代)의 선종을 대표하는 선사이다. 그는 조동종의 묵조선을 제창한 사람이다. 산서성의 습주습현 출신으로 속성은 이씨다. 11살에 고향의 계명사에 출가하였으며 자운사에서 구족계를 받았고, 단하자순(1064∼1117)의 문하에서 수학하여 깨닫고 그의 법을 이었다. ≪종용록(從容錄)≫의 근간이 된 《송고백칙(頌古百則)》을 저술하였다

굉지정각 선사의 선사상은 묵조선이다. 굉지정각의 ‘묵조명(默照銘)’에는 묵조선의 요의가 잘 표현되어 있다. 좀 긴 듯하지만 묵조명의 내용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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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묵조는 조론(肇論)의 ‘성인은 깊은 마음으로 묵묵히 비춘다’라는 것에서 연원한 것으로, 명상을 의미한다. 송대의 조동종에서는 당대의 전통적인 조사선의 정신을 이러한 좌선의 실천으로 새롭게 체계화하여 묵조선을 전개했다. 즉 묵묵히 좌선하는 가운데 영묘한 마음의 작용이 있다고 하는 것이 묵조선의 요지이다.

묵조선이란 명칭은 대혜종고가 굉지정각이 묵조명(默照銘)을 펴낸 뒤, 수행자들이 면벽좌선(面壁坐禪)함을 야유조로 이같이 불렀던 데서 유래한다. 이는 본래 자성청정(自性淸淨)을 기본으로 한 수행법으로, 갑자기 대오(大悟)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속에 내재하는 본래의 청정한 자성에 절대로 의뢰하는 선이다. 이에 반해 간화선은 큰 의문을 일으키는 곳에 큰 깨달음이 있다고 하여, 공안(公案)을 수단으로 자기를 규명하려 하는 선법이다. 대혜 종고는 묵조선을 사선(邪禪)이라 공격하였지만, 결국 양자의 차이는 본래의 면목(面目)을 추구하는 방법의 다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굉지(宏智)정각은 《묵조명》을 통하여 묵조선이 불조 정전(佛祖正傳)의 참된 선이라고 주장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대혜종고가 다소 지나치게 묵조선을 공격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간화선을 통해 당시의 정치적, 사회적 혼란을 극복하고자 했던 대혜종고에게 굉지정각의 묵조는 방관적 태도로 비쳐졌다. 또한 당시 주전파(主戰派)와 주화파(主和派)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던 사대부들 중에 주전파는 개혁적 성향인 대혜종고의 간화선을 따르는 반면, 주화파는 묵조선을 지지함으로써 서로 대립하고 배척할 수밖에 없었던 정치적 상황도 맞물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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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혜종고의 거센 공격에 대해 굉지정각은 “밖에서 흘러 전하는 인연에 집착하지 말고, 일체 모든 만물이 부처임을 받아들여 그 마음이 오묘해지면 만사를 바로잡게 될 것이니, 진실로 해야 할 것은 오직 고요히 앉아서 묵묵히 참구하는 것 뿐”이라며 대응을 피했다.

이처럼 대혜종고와 굉지정각은 선 수행방법의 차이를 놓고 견해 차이를 보였지만, 서로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 김호성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굉지정각 선사가 입적하기 1년 전인 1156년, 대혜종고는 굉지정각을 만나기 위해 천동사를 불쑥 방문했다. 그리고는 오랜 유배에서 풀려나 아육왕사(阿育王寺)의 주지 소임을 맡게 됐는데 개당법회(開堂法會)의 백추사(白鎚師)가 되어 달라고 부탁했다. 백추사란 주지가 처음 법석에 올라 법좌를 펼 때, 주지의 상당이 원만하게 이뤄졌음을 증명하는 법사를 일컫는다. 이때 굉지정각은 그토록 자신을 비난하던 대혜종고의 부탁을 흔쾌히 승낙했다. 굉지정각이 백추사 역할을 수락한 것은 대혜종고의 주지 자격을 인정한 것이다. 대혜종고 또한 그토록 맹렬히 비난하고 부정했으면서도 자신의 개당에 굉지정각을 찾아가 백추사로 청한 것은 그 역시 굉지정각을 인정하고 있었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1년 뒤, 원적에 든 굉지정각은 묵조선을 따르는 후학들을 젖혀두고, 간화선을 주창한 대혜종고에게 후사를 당부했다.”

굉지정각이 입적하자 대혜종고는 크게 슬퍼하며 다음과 같이 애도했다.

“바야흐로 깃발은 꺾이고 대들보가 부러져 법의 강은 마르고 법안(法眼)은 없어지리라. 그렇다 하더라도 진정 천동(굉지정각)의 진실한 말이 무엇인지 서슴지 말고 말하라. 지음(知音)을 안 뒤에 또 누가 아는가.”

굉지정각이 이때 남긴 임종게는 가희 최고의 걸작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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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지현 스님의 해석에 따르면, 굉지정각의 임종게에서 ‘흰 새’는 지적인 번뇌(迷理惑)를, ‘물안개’는 감정적인 번뇌(迷事惑)를 뜻한다. 지적인 번뇌와 감정적인 번뇌를 모두 끊어 냈으니, 어찌 가을 물이 하늘에 닿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런 기개라면 삼천대천세계 어느 것에도 걸림이 없는 살활자재의 경계가 아니겠는가.

아무튼, 대혜종고와 굉지정각 두 선사는 시절인연으로 겉으로 서로 대립해야 했지만 속내는 서로 믿고 의지하며 공감했음을 굉지의 임종에 이르러 세상사람들은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이 두 선사를 선문(禪門)의 이대감로문(二大甘露門)이라 칭송했다.

굉지정각은 48세 되던 해 천동사에 들어와 줄곧 20여 년을 후학 양성에만 전념했는데 당시 그의 지도를 받은 학인의 수가 무려 1만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지금도 천동사에는 1000명분의 밥을 짓던 ‘천승과(千僧鍋)’라는 무쇠 솥이 남아 있어 당시 천동사의 위용을 입증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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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옛 사격을 잘 유지하고 있는 천동사의 730개 전각 중 방문객이 참배할 수 있는 곳은 대웅전과 천왕전, 법당, 나한전 등의 주요전각들이다. 천동사는 남송대의 선종사찰 양식인 7당가람 형태를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갖추고 있다. 7당가람 양식이란 중국의 선종 이래로 정착된 가람의 기본 구조를 말하는데 많은 수의 수행자들이 함께 모여 살고 정진하는데 반드시 요긴한 성격의 전각들로 구성되어 있다. 7당으로는 불상을 모시는 전각(殿閣), 법회를 여는 강당(講堂), 스님들의 거처인 승당(僧堂), 주고(廚庫) 즉 부엌, 욕실, 동사(東司) 즉 뒷간, 산문(山門) 등이 꼽힌다.

그러나 묵조선의 근본도량인데도 불구하고 당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방장(方丈)은 보이지 않는다. 방장이란 일종의 주지실로 선방운영을 책임지고 총괄하는 역할을 하는 소임과 공간을 지칭한다. 이때의 주지는 오늘날처럼 사판에 해당하는 게 아니라 방장이나 조실에 해당한다. 방장실이 사라진 것은 아마도 중국불교에서 선맥이 희미해진 탓일 것이다.

천동사를 둘러보며 윤창화 사장과 김호성 교수는 절의 구조가 일본 조동종 영평사와 매우 흡사하다고 설명한다. 아마도 영평사의 사원구조가 천동사에 머물던 도겐 선사에 의해 천동사를 모델로 설계된 것 같다는 것이다.

이 도량의 가장 위에 위치한 18나한전은 앞서 언급했듯이 아마도 방장이었던 곳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18나한전으로 변했지만, 이곳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장마철에 18나한이 내려와 수해를 입을 절을 물길을 내어 살렸다는 설화 같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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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일반인들이 볼 수 있는 곳은 관광객들에게 출입이 허용된 곳들이다. 정작 천동사의 속살을 살펴볼 수 있는 선당(禪堂) 등에는 출입을 엄격히 금하는 팻말이 붙어 있다. 그러나 이미 아육왕사에서 금지된 곳을 방문했던 경험이 있던 터라, 주저 없이 선당 안으로 들어선다. 아육왕사보다는 조금 더 큰 깊숙한 곳에 위치한 선당에는 마침 인기척이 없다. 선당 주변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았다. 선당 입구의 문을 여니 정면에 승형(스님 모습)의 문수보살 성상이 우뚝 모습을 드러낸다. 선당의 중앙에 문수보살상을 모신 것은 참선의 목적이 반야지혜를 얻는 것이고, 지혜의 보살이 문수보살이기 때문이다. 중국불교의 사상을 크게 둘로 나눈다면 불성사상과 반야사상인데, 선종에서는 반야를 중시하고 있고, 따라서 당연히 스님 형상의 문수보살을 선당 안에 모시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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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당 안으로 들어서서 구조를 이리저리 살핀다. 선당의 모습은 인근 아육왕사 선당의 구조와 흡사하다. 가운데 문수성상을 모셔놓고 그 둘레로 좌선대가 설치되어 있다. 좌선대 뒤쪽으로는 침실역할을 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잠자는 곳, 앞 평상이 좌선을 하는 곳인 셈이다. 이것은 아육왕사가 선당 벽을 따라 좌선대를 둘러 배치한 것과는 약간 차이가 나는 것이다. 천동사 선당에는 선장 정면에서 양편으로는 좌선대 뒤에 잠을 잘 수 있는 침상공간을 함께 배치해 놓은 것이다.

그때, “음, 음” 헛기침 소리가 들린다. 선승 한 분이 구석에서 참선을 하다가 난데없는 침입자들에게 경고음을 보낸 것이다. 이크, 순간 당황해 얼른 발걸음을 뒤로 돌려 선당을 나섰다. 그리고는 다시 빼꼼이 선당 안을 들여다보니, 선승은 다시 선정에 들었다. 기왕에 저지른 일, 다시 선당 안으로 발을 들여놓고, 플래시를 죽인 채 사진을 찍었다. 어두운 곳에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았으니 사진의 질이 떨어질 것이지만, 묵조선맥이 제창된 천동선사의 선당 안을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촬영할 기회가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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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니 선승도 정진을 포기한 모양이다. 홀로 앉아 정진을 할 때에 윗옷을 벗어도 좋을 터이지만, 이방인이 선당 안을 서성이고 있으니, 신경이 쓰였는지 상의를 걸쳐 입는다. 그리고는 이내 또 눈을 감고 정진을 계속한다.

선당을 빠져나와 인근 공양실로 발길을 옮겼다. 공양실은 식탁이 양편에서 마주 보게 놓여져 있고, 그 가운데 중앙에 주지(방장)의 공양자리가 따로 설치되어 있다. 양편에는 각각 붉은 바탕에 검은 글씨로 동사와 서사가 붙어 있다. 선종사찰에서 이판과 사판의 구분이 뚜렷하지는 않았겠지만, 동사에는 사판이, 서사에는 이판이 앉아 공양을 했을 것이라고 윤창화 사장이 설명한다. 또 공양실 바깥에는 운판과 목어가 나란히 걸려 있는데, 우리나라 사찰에서 공양시간에 맞춰 목탁을 치듯이, 아마도 공양시간을 알리는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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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동사의 주전(主殿)인 불전(佛殿)을 향해 서서 오른편 방향의 전각에는 일본에서 건너와 천동사에 머물며 스승 천동여정(天童如淨, 1163∼1228)으로부터 법을 배워 일본에 조동선을 전한 도겐 선사의 비와 영정이 모셔져 있다. 이것만으로도 묵조선에서 도겐 선사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가를 알 수 있을 정도다. 이렇게 제대로 모셔져 있는 것은 아마도 도겐 선사가 일본에 묵조선풍을 전한 후 정작 중국 땅에서는 묵조선풍이 스러져 간 때문인지도 모른다. 도겐 선사가 아니었다면 묵조의 선풍은 영영 사라져 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니, 묵조성지에서 도겐 선사를 각별히 예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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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여기서 도겐 선사의 스승 천동여정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천동여정은 천동산의 제31대 주지로 천태학과 계율을 배우고, 설두산(雪竇山) 자성사(資聖寺)에서 조동종의 족암지감(足庵智鑑, 1105∼1192)에게 인가를 받았다. 그는 조동종의 계승자이면서도 대혜종고의 제자 졸암덕광(拙庵德光)이나 무용정전(無用淨全)에게도 배웠다. 또 임제종 선사들과도 친하게 지냈다. 그래서 그는 임제와 조동이란 선의 종파적 발상을 혐오하고 언제나 전일(全一)한 불법을 이상으로 삼았다. 그의 이런 태도는 훗날 제자인 도겐에게도 그대로 전해졌다. 천동여정은 명리를 탐하지 않고 호방한 성품을 지녀서 정장(淨長)이라고도 불렸다. 그는 키가 커서 장옹여정(長翁如淨)이라고도 불렸으며 도겐에게 조동선백을 전했다. 그가 남긴 어록으로는 <천동여정선사어록>과 <천동여정선사속어록>이 있는데, 특히 속어록에는 제자 도겐의 후기가 붙어 있다. 또한 도겐이 스승 여정의 가르침을 정리한 <보경기>가 전한다. 여정의 가풍은 도겐 선사의 <정법안장수문기>에 잘 나타나 있다.

“내가 송나라 천동선원에서 수행했을 때는 여정선사가 주지를 맡고 있었을 때이다. 밤에는 11시까지 좌선하고 오전 2시반 혹은 3시에 일어나 좌선하였다. 여정 선사는 대중과 더불어 승당에서 좌선했으며 하루도 거르는 일이 없었다.”

도겐의 기록에 따르면 천동여정 선사는 엄격하게 정진에 임했고, 후학을 교육함에 있어서도 무자비할 정도로 강한 스승이었다.

천동여정 선사가 남긴 선시 반야송(般若頌)은 선가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데, 그의 경계를 잘 드러냈다는 평을 받는다.

여정의 제자이자 일본 조동종의 개조인 도겐은 여정의 이 반야송을 선시의 백미라고 극찬하고 있다. 바람에 우는 풍경 소리를 반야의 음으로 듣는다는 것은 깊은 직관의 경지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천동사를 대표하는 두 선문의 거장 정각과 여정의 이름 앞에 천동을 붙여 부르는 것은 두 선사가 천동산 선문에 미친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바로 이 여정에게 수학하여 그 법을 이은 제32대 선지식이 저 유명한 일본승려이자, 일본 조동종의 개창조인 도겐이다. 도겐이 일본에 전한 조동종의 묵조가풍에는 이처럼 천동(굉지)정각과 천동여정이라는 두 묵조선문의 태두들의 선풍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천동사 순례를 마치고 절을 빠져 나온다. 절 입구의 못에는 자라들이 헤엄을 치거나 뗏목처럼 띄워놓은 나무판자 위에 올라 휴식을 취하고 있다. 잔잔한 못이나, 소리 없이 모여 햇볕에 몸을 말리는 거북이나 모두들 말문을 닫고 있다. 묵조선의 제창도량에 살고 있는 두두물물이기에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천동산 입구에 걸린 광고 펼침막에는 절강성 정부가 앞으로 천동사를 관광위락시설로 개발할 것이라는 조감도가 자랑스럽게 펄럭이고 있다. 묵조의 선풍이 다 사라지고 그 흔적만이 남은 천동산에는 머지않아 묵조의 열반락이 아닌 유람객의 위락이 충만해질 것이다. 안타깝고 씁쓸하고 개운치 않은 느낌을 지우지 못한 채 순례일행은 다음 목적지인 천태산으로 향한다.

사람들의 느낌은 비슷한 것인가. 역시 천동사를 둘러보고 못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김호성 교수가 ‘천동사(天童寺)’라는 제목의 즉석시를 지어 낭독했다. 그 시를 소개한다.

(2010. 7.2 중국 천동사에서 김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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