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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신자유주의 반대 나서라”<br>[이학종 칼럼] 잇단 가족자살을 보며
이학종기자 urubella@naver.com 2014-03-04 (화) 23:53
미국 월가의 거품 붕괴와 추락과 그 여파로 인해 세계 경제가 깊은 불황의 늪으로 빠지며 지난 수 년 간 지구촌 곳곳에서, 1%에 대한 99%의 반기라는 명제로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고 부를 독점해온 신자유주의에 대한 분노와 비판이 줄을 이었다. 한국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신자유주의 정책은 고도의 금융기법을 구사하는 금융자본이 자유롭게 국내로 드나들며 주식시장과 주요산업에서 시세차익을 통해 천문학적인 부를 거머쥐게 하는 한 편, 자유시장 경제라는 기치 하에서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무한경쟁을 허용함으로써 이미 철옹성같은 기득권을 가진 대기업, 재벌기업들이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무소불위의 주도권을 쥐고 부와 기회를 독점하도록 방관하여 우리 사회를 심각한 불균형, 불평등하게 만들어 왔다.
또한 국민의 생활과 직결되어있는 주요 공기업들에 대한 민영화를 시도하여 국부유출과 민생불안을 초래할 뿐 아니라, 주요 부유층에 대한 세금이 감면되고 복지예산과 대상이 축소되며 노동과 환경에 대한 규제가 완화됨으로써 빈부격차와 실업난. 환경오염이 심화되고, 교육·의료·복지 등 사회보장 프로그램과 사회적 안전망이 축소되는 문제점을 필연적으로 불러온다.
신자유주의는 국제적으로는 후진국, 약소국에 대한 선진자본주의국의 부의 약탈과 경제적 지배로 현실화되지만 한 국가 내에서는 대기업, 재벌기업, 다국적기업 등 기업권력이 부와 기회를 독점하면서 불평등을 심화시켜 민생을 도탄에 빠트린다. 즉 세계적으로든 국가 내에서든 가진 자가 더 많이 가지려는 탐욕과 도덕적 해이가 불공정한 시스템을 만들고, 그 곳에서 빈익빈 부익부와 부의 편중이 가속화 되면서 절대적 빈곤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급기야 삶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멕시코의 경우다. 북미자유무역협정은 멕시코의 민주주의가 시작되면서 비롯되는 위험에서 미국 투자가들을 보호하기 위해 멕시코를 시장경제라는 울타리에 가두기 위한 올가미로 작용을 했다.
미국 노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도덕한 언론의 지원으로 통과된 NAFTA는 미국의 노동자와 멕시코의 기업, 노동자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있으며, 소수의 다국적 기업과 금융엘리트들만 이익을 보고 있다.
멕시코는 미국 대기업의 저가 공산품의 생산기지로 전락했고, 멕시코 노동자들은 미국 산업 노동자들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NAFTA 체결이후 멕시코의 거대 영농기업과 외국 기업은 엄청난 성장을 거듭하는 반면 대부분의 멕시코 농민들은 농업생산을 포기하면서 극심한 빈곤상태에 놓여있다. 멕시코에서 다국적 기업의 고용환경은 상당히 열악한데 GE는 노동자들을 노조를 결성한다는 이유로 해고했고, 포드는 전 직원을 해고한 후 훨씬 낮은 임금으로 노동자를 재고용했다.
신자유주의는 종주국인 미국에서조차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극소수의 부자만이 엄청난 이익을 거두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미국 전체 인구의 1%가 미국 전체 주식의 절반을 가지고 있으며, 거의 모든 자산을 상위 10%의 부자가 소유하고 있다.
경제는 발전하지만 일자리는 창출되는 않는 ‘일자리 없는 성장’, 경제성장의 과실이 몇몇 사람의 손안에 떨어지고 수백만 사람들은 점점 가난해지는 ‘무자비한 성장’, 강을 오염시키고 숲을 파괴하고 천연자원을 낭비하는 등 현재의 사람들이 미래의 세대를 위한 자원을 벌써부터 낭비하고 있는 ‘미래가 없는 성장’이 신자유주의가 가져다주는 폐해들이다.
지금 한국사회는 전 세계를 강타한 신자유주의의 망령으로 인해 급격히 붕괴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작금 나타나는 현상들은 신자유의 주의에 폐해가 현실화하여 민생이 도탄에 빠져들고 있다는 염려를 갖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부가 특정계층에 집중되고, 국민의 70~80% 이상이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불안정한 삶의 위기로 내몰리는 신자유주의의 폐해는 단순한 불경기나 경기침체의 수준과는 그 궤를 달리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나라경제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삼성 현대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중심에 서서 눈부신 경제의 발전을 이룩하고 있지만, 오히려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극심한 청년실업난은 암울하고 불안한 미래를 예언하고 있다. 가계의 가처분 소득은 점점 줄어들고 급격히 늘어난 저소득층은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삶과 죽음의 문턱을 오가며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3월 2일, 30대 주부가 생활고를 이유로 4살배기 아들을 안고 아파트 15층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3일 경기 동두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7시 45분께 동두천시 상패동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윤모(37·여)씨와 아들(4)이 숨진 채 발견됐다. 윤 씨의 옷에서는 ‘미안하다’는 등의 글씨가 적힌 세금 고지서가 발견됐다. 조사결과 인근 원룸에 사는 윤씨는 이날 오후 6시께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선 뒤 이 아파트에 간 것으로 확인됐다. 승강기를 타고 15층으로 올라가는 모습도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윤씨는 재혼해 아들을 낳았고 남편이 데려온 딸(15)과 함께 살았다. 그러나 남편에게 변변한 벌이가 없어 세금을 제때 못 내는 등 생활고에 시달렸고 우울증까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전했다.
3월 3일 오전 8시 38분쯤, 경기도 광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이모(44) 씨와 딸(13), 아들(4)이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이 발견된 방 안에는 테이프로 문틈을 막은 흔적이 있었고 옆에는 타다 남은 번개탄 5개와 소주병 2개가 놓여 있었다.
3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쯤 강서구 화곡동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안모(남.57)씨와 아내 이모(55)씨가 연탄불을 피워놓고 숨진 채 발견됐다. 부부 곁에는 딸(21)에게 보내는 유서가 놓여 있었다. 유서에는 '먼저 가서 미안하다, 다음 생애에도 부모와 자식으로 태어나 행복하게 살자'고 적혀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부부와 함게 살던 딸은 친구를 만나러 외출한 뒤 집에 돌아왔다가 부모가 숨진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숨진 안씨는 택시 기사로 생계를 유지했지만 최근 건강이 나빠지면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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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이 공개한 세모녀 자살 현장에서 발견된 마지막 메모 사진.
이에 앞서 지난 2월 26일에는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한 단독주택 지하 1층에 살던 박 아개(61) 씨와 큰딸 김 아무개(36)씨, 작은 딸(33)이 번개탄을 피워서 숨진 채로 발견 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박씨의 남편이 12년 전 암으로 숨진 이 후 세 모녀는 식당일,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생계를 근근이 꾸려왔던 걸로 알려졌는데, 그 와중에 박 아무개 씨도 다쳐서 다니던 식당일을 그만두게 되었고, 큰 딸은 당뇨, 고혈압으로 노동력을 상실 한 채로 병원도 제대로 못 간 걸로 확인됐다. 이들 세 모녀는 죽음을 결심하고 나서 집주인에게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가슴 절절한 메모를 남겼다. 세모녀의 죽음은 한국사회의 처절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끼니 걱정 속에, 아파도 병원에 못가고, 비정규 단기 고용을 전전 하다가 빚과 생활고에 찌들다가 끝내 생을 마감하고 마는 사람들의 숫자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한쪽에선 단기 순이익이 몇 조 이고, 성과급이 몇 천이고 하면서 백화점 고가 물건들이 불티나게 팔려 나가는 서글픈 자화상이 현재의 대한민국 현주소다.
2012년 한국의 자살 숫자는 1만4,160명이었다. 인구 10만 명당 33.3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이며, 그중 노인 자살 율은 10만 명당 81.6명이라는 충격적인 숫자에 육박하고 있다. 심각한 것은 자살 이유가 경제적 어려움에서 오는 고통과 절망이라는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가족 집단자살이라는 형태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에게 아픔과 슬픔,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비극이자 우리 사회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반증에 다름 아니다. 이런 현상은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광풍과 무관하지 않다. 신자유주의의 거센 파고에서 최소한의 삶이라도 보장되는 사회를 위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하지 않으면 이런 비극은 멈추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목숨을 위협하는 생활고 앞에서 가족 그리고 자기 자신 외에 의존할 곳이 없다면 국가의 존재이유는 무엇이고, 자신들의 대표는 왜 뽑는 것이며 세금의 의무는 왜 지우는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이 같은 안타까운 죽음이 반복해 발생하게 되면, 우리 사회는 곧 이런 비극에 무덤덤한 사회가 되어버릴 것이다. 그런 사회가 된다면 이보다 더 비극적이요, 무서운 사회는 없다. 비극의 구조적 원인을 파헤쳐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그저 남의 일로 치부하고 넘어가는 세태가 만연한 사회, 그런 사회는 지옥이나 다를 것이 없다.
이번 세모녀의 죽음, 모자의 죽음을 나의 문제, 우리의 문제, 내 가족의 문제로 바라보지 않는다면 어떤 해결책이 나 올 수 없다. 이번 일은 정부, 국회 뿐 만이 아니라, 재벌, 대기업 등 신자유주의의 특혜를 보고 있는 기득권 집단, 그리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 땅위에 사는 모든 사람이 한 몸이며 내 몸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으로 대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최소화하는 대책 마련에 서둘러 나서야 하고, 국가는 소외되고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해 나가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정부와 국회는 기초연금, 장애인 연금 현실화, 중증 환자 의료보험, 노동력 상실자의 복지 등의 복지제도와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방안을 법제화하고 이번 자살 비극에서처럼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계층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대책마련이 강구되어야 마땅하다.
종교계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작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문은 전 세계의 가톨릭 신자 뿐 아니라 신자유주의의 그늘에서 삶의 고통을 겪는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감화를 주며, 정신적 지도자로서의 품격과 커다란 신뢰를 보여주었다. 그는 우리의 현실을 공동체의 위기라고 진단하면서, 배척하고 불평등한 경제체제에, 황금만능주의에, 봉사하지 않고 지배하는 금융시스템에 단호하게 노! (No!) 라고 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탐욕과 부도덕한 욕망을 부추기며 더불어 사는 삶을 외면하는 황금만능주의와 신자유주의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특히 불교는 연기(緣起)의 가르침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 만큼 우리 사회에서 빚어지고 있는 사회적 비극을 없애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막중한 사명과 책임을 가지고 있다. 성명을 발표하거나 구호, 퍼포먼스 등의 선언적 노력도 있어야 하겠지만, 더욱 절실한 것은 궁극적으로 서민대중의 삶을 핍박하게 몰아갈 수밖에 없는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을 앞장서 파헤치고, 이를 반대하거나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어젠다를 제시하는 일이다. 아울러 절집 안에서 횡행하는 천민자본주의의 흐름을 배격하고, 절집 내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관행으로 굳어가고 있는 왜곡된 정재의 흐름, 빗나간 사원경제의 질서를 바로잡는 노력도 병행하며 국민들에게 모범을 보여주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불교가 왜 필요한 것인지, 그 사상이 어째서 다른 종교에 비교해 수승한 것인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줄 의무가 한국불교에 있다. 오랜 역사를 통해 우리나라 민족문화의 바탕이라는 수사(修辭)를 입버릇처럼 되뇌지만 말고.
자발적 유료 독자에 동참해 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