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학종 미얀마 수행기

종정까지 종단정치에 휘둘리면 ‘불행’<br>사부대중 신망 받는 선지식 추대해야

이학종기자 | urubella@naver.com | 2011-11-17 (목) 15:32

조계종의 제13대 종정을 추대하는 종정추대위원회가 오는 12월 14일로 다가왔다. 조계종의 종정은 종단의 신성을 상징하며 종통을 승계하는 최고의 권위와 지위를 갖는 자리다.

11대에 이어 12대 종정을 연임하고 있는 도림 법전 대종사는 1차에 한해 중임할 수 있는 규정에 의해 내년 3월 25일 임기가 만료된다. 따라서 이번 위원회에서 종정 추대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의 종정은 종헌 21조 1항에 의거, 원로회의 의원, 총무원장, 호계원장과 중앙종회의장이 추대한다. 종정의 자격은 종헌 20조에 의거, 승납 45년 이상, 연령 65세 이상, 대종사 이상의 행해가 원만한 비구 중에 추대된다.

종정은 전계대화상 위촉권한과 포상과 사면·경감·복권을 행할 수 있는 권한(종헌 23조), 종단 비상시에 중앙종회를 해산할 수 있는 권한(종헌 24조)을 가지고 있다. 권한 행사를 하려고만 하면 막강한 권한이 부여되어 있는 자리다.

한 때 종정중심제가 시행되던 때를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종정의 자리가 정치적으로 휘둘린 적이 없어, 종정은 종단의 권위를 상징하는 자리로 인식되어 왔다. 따라서 어느 분이든 종도들의 신망과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어른이 종정자리에 오르는 것이 관행이었다.

조계종의 경우, 한동안 해인사의 방장이 종정을 맡아왔다. 성철 종정 열반 후 서암스님이나 월하 스님 등 다른 문중 스님이 잠시 종정에 오른 적이 있으나 종단분규사태로 임기를 마치지 못한 채 물러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98년 종단분규사태 이후 해인사 방장이었던 혜암 스님이 종정에 추대된 데 이어 역시 후임 해인사 방장 법전 스님이 종정으로 추대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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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의 종정 추대는 서너 분의 원로스님들이 자천타천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추대를 둘러싼 경쟁구도가 격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그중 두 스님이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공히 정치적 해석이 나오고 있을 정도로 복잡하게 진행되는 양상이다.

종정후보에 오른 분들은 다 그만한 자격이 있겠지만, 우려스러운 것은 종단의 신성과 권위를 상징하는 종정의 자리까지 정치적 풍향계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듯한 현실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종정의 자리는 그 권한을 행사하려고 하면 그야말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이다. 따라서 종정예경실장 추천권을 총무원장이 갖도록 해야 한다는 등 벌써부터 이런저런 우려와 정치적 해석이 난무하고 있기도 하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조계종 종정이란, 조계종만이 아닌 한국불교 전체를 대표하는 정신적 지도자로서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막중한 자리가 만에 하나 종단정치의 여러 가지 변수에 의해 정해진다면 한국불교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조계종이 선종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종정은 마땅히 현재 가장 추앙받는 선사 가운데에서 모셔야 할 것이다. 화려한 경력이나 이력만 따질 것이 아니라, 공문의 최고지도자로서 한국 간화선의 위상을 견고히 하고 선양할 능력과 인품을 갖춘 선지식인가를 추대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한 종단의 신성을 상징하는 자리이기에 세속보다 더 세속적이라는 지탄을 받고 있는 종단의 정치세력들과 어떤 형태로든 연계되지 않는 어른을 종정에 모시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제방납자를 제접하는 데 있어 어떤 막힘도 없는 활활자재하고 출중한 기량을 갖춘 최고의 선지식을 종정으로 모셔 자랑스러운 간화선의 전통을 잇고 선양하는 일대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오직 ‘정법에 대한 확고한 견해와, 사부대중의 귀감이 될 만한 수행력을 갖추고 있는가’만이 종정 추대의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종정을 모시는 데, 나이나 경력을 크게 따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혹여 종정에 모실 자격을 갖춘 선지식이 고령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추대를 망설이게 하는 장애일 수 없으며, 60대 중반의 상대적으로 젊은 수좌라고 하더라도 능히 제방납자를 제접할 기량과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 주저 없이 모셔야 한다고 본다. 단 하루가 되든, 또는 10년이 되든 가장 존경받는 스승을 종단의 최고 어른으로 모신다는 정신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조계종의 선문에서 가장 존경받고 있는 선지식은 어떤 분인가? 가장 종단의 신성과 종통을 잘 선양하고 지켜나갈만한 실력을 갖춘 적임자는 누구인가?

종정추대의 권한을 가진 분들은 부디 눈앞의 이해를 벗어나 한국불교 전체, 그리고 오직 한국불교에서만이 그 적통을 계승하고 있다는 간화선풍의 진작을 이끌 선지식을 찾는 발초참현의 정신을 가져주시기 바란다.

다 알다시피 현재 한국불교는, 특히 조계종은 지나치게 속화 되었으며, 세간보다 한술 더 뜨는 정치집단처럼 망가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부대중은 물론 국민적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음도 여러 조사결과 사실로 입증되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종단의 마지막 남은 청정한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종정 자리만큼은 제발, 종단정치에, 이해관계에, 사사로운 반연 따위에 얽히어 오염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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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종정 2011-11-17 17: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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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지가 흐터져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은 더이상 선종으로 위상을 상실하였으며 선원장들이 많이 있으나 이도 교종의 다른 모습일 뿐....더이상 기대해서는 않된다.  그냥 다음에 대통령출마나 하시게 해드려야 정치의 꼭지점에서 빨리 되돌아올 것이다.
납자 2011-11-17 18: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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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종정 병에 걸려 있고, 미국에 가서 돈 뿌리고 온 분만 안되면 된다. 선학원 개인사찰 가진분이 종정 되면 큰 웃음거리다. 종도들 모두 개인사찰 가질려고 할 것이다.
발초참현 2011-11-22 21: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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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자'라는 분은 바보아닌가? 조계종 역사도 모르는가? 선학원은 조계종의 모태인데 94년 종단개혁 이후 개인사찰들을 구속하기 위해 느닷없이 선학원을 적으로 만들어 비판하기 시작했다는 거 모르는가? 당신이 말하는 그 사찰은 이미 74년에 설립해서 선학원에 등록했던 사찰이라오...
그리고 자네는 미국가서 포교해 보았는가? 그리고 그 행사에 참석해보았는가? 총무원은 미국에서 사찰음식 홍보한다고 20억을 썼는데 고작 600명이 왔다네,,그것도 대부분 한국인들로...하지만 큰스님의 미국행사는 총무원의 무관심 속에서 자체비용 2억가량을 투자해서 2천 여명의 미국 현지의 지성인들의 동참을 유도했다네... 어느 유명 기획사 대표가 그러더군..자기네가 그정도 행사하려 해도 20억은 족히 들어가야 하고, 설사 그만큼 들어갔다하더라고 이번 미국법회행사만큼 성공적으로 하기란 불가능하다더군...잘 알고 비판하시게....
그리고 종정병에 걸렸다고 함부로 말하지 마시게...자네같은 범부가 그 어른의 깊은 속마음을 어찌 가늠하겠나.
재가납자 2011-11-18 10: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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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용화사 법보선원 선원장이신 송담 큰스님을 종정으로 모셔야 조계종의 격조가 되살아납니다. 송담 큰스님은 종정직을 사양하시겠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최고의 선지식을 모셔야 한다면 단연 송담 큰스님이십니다.
종정예하추대 2011-11-18 18:4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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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정스님은 젊은날 왜색불교 청산을 위해 온몸을 던진 조계종 큰스님이되야 한다. 살펴보면 종단개혁과 종단을 엄청난 분규로 몰고간 원장삼선 반대에 보살행으로 실천하고, 그후 선방에서 젊은 수좌스님과 함께 선수행을 지금껏 해오신 불교정화 6비구의 유일한 생존자이신 월탄큰스님이 적격자라 생각한다.  이제 정치승들은 선방에가서 10안거쯤 하시고 정치하러 견지동으로 오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성불하여 삽시다
발초참현 2011-11-22 21:3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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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가 넘 시원하고 쾌활합니다.
덧붙이자면, 신성을 상징하고 법통을 승계하는 종정이라는 자리...헌데 임기제란다...신성에 임기가 있고 법통에 임기가 있는 모양이다..웃기다..그래놓고도 대한불교조계종이라니...
그래도, 종정은 선사여야 한다. 그것도 엄연히 법을 잇고 있는 대선지식이어야 한다.
율사, 율사가 돈으로 조실까지 했는데 이젠 돈으로 종정까지 사려한다. 한심하다...제발 어른스님들께서는 막아주시길 서원한다.
그리고 우린 언론기자분들께 부탁 있소이다.....선지식 스님네 찾기 힘들다고 아무나 선지식임네, 선사스님임네 하고 띄우지 말아주소. 기자분들께서 일반 대중들의 눈과 귀를 어둡게 한 잘못이 아주 많다오.....
정법안장 2011-11-23 10:4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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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종 대표님의 견해에 100프로 동의합니다. 종정은 정치적으로 추대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원로큰스님들도 이번만큼은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말았으면 합니다.
선필 2011-11-27 13: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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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대종사님, 종정에 대한 뜻을 거두어주시오.
본 종단은 조계선종이외다. 행정에 밝고 계율에 밝다하여 오르는 종정자리가 아니란 뜻이외다.
부처님의 정법안장이 달마대사로 만연하여 중국으로 건너와 육조대사로 만연하여 씨를 뿌리니 임제에 이르러 조계의 선이 꽃을 피워 오늘에 이르른 것이외다. 하여 오직 대한불교조계종단만이 그 법통을 잇고 있으며 또한 그 대종장이 여법히 납자들을 제접하고 계시거늘, 선원 두세철 나온 이력으로 선의 종장이라 자칭하여 조계종계단을 욕되게 하지 마옵소서.
소승 또한 율사로써 종단의 앞날이 심히 염려되고 후래에 누가 될까 염려되어 이렇게 간곡히 청하오니, 더 이상의 금권운동은 삼가하시고 존경받는 대종사요, 청정율사로 남아주시길 바라나이다.
연스님 2011-11-28 06:3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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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가 기대됩니다 . 새로운종정스님의 미래를 걱정해주시는분들이 많아서 좋습니다 .
육조 혜능대사 께서 5조 홍인 스님께 맥을 잇는 멋있는 순간처럼 종정 후보 스님들끼리 불교 언론과 사회 언론을 통해서 전통적인  법다운 의식을 만들어 법거량을 보여 주시고 법좌를 정하시는 종풍이 그립습니다 .
선필 2011-11-30 22: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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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멋진 말씀이오. 그리되었으면 참으로 좋겠소...
보리향기 2012-01-31 17: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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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간화선이 조계종단의 종풍이라고는 하나, 조계종단이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종단이라면, 이를 대표하는 종정은 종풍마저도 뛰어 넘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종풍은 그야말로 종풍이지 절대적으로 따라야 하는 도그마는 아니지 않을까요? 더구나 현실적으로 조계종단의 스님들 가운데는 간화선이 아닌 다른 방식의 수행을 따르는 분들도 많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종단의 신성'을 잘 지킬 수 있는 분이라는 말은 또 무슨 뜻입니까? 오늘날 불교의 폐단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현대인의 삶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고, 성직과 종단을 신성시 하는데서 비롯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이학종님은 오히려 종단을 더 신성하게 만들 수 있는 분이 종정으로 추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군요. 이를 청정이라는 뜻으로 새기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만, 그것도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계종단이 청정한 집단이라는 생각 자체가 또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저 相 내는 직책들을 벗어 던지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올바르게 이해하여, 이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재가냐 출가냐도 그저 하나의 선택일 뿐이죠. 출가한 스님들이 재가자들에 너무 큰 부담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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