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인권 알리러 온 건데… 영화이야기만 물어본 조계종”<한겨레 6월 30일자 보도>

지난 6월 세계적인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의 방한과 관련한 한겨레의 이 기사는 불교의 이미지에 치명적 상처를 주었다. 이 보도를 놓고 불교계에 의견이 분분하다. 회자되는 견해들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다.

첫째는 한겨레 보도의 사실관계 왜곡 여부다. 이 문제는 리처드 기어가 산사체험을 접고 떠난 이유가 한겨레의 보도처럼 “티베트인들의 실상을 전하고, 차분히 한국불교에 대해 공부하고자 했지만 가는 곳마다 영화 이야기만 해 답답”해서가 아니라는 것이 조계종과 통도사의 해명으로 밝혀졌다. 전형적인 견강부회식 보도였음이 드러난 것이다.

통도사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리처드 기어가 열차 한 량을 빌려 통도사를 방문해 한국불교를 체험하고자 했던 계획을 철회한 이유는 가족, 특히 아들이 언론의 과열된 취재경쟁으로 인해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취재과열로 통도사는 불보종찰 통도사의 멋과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릴 좋은 기회를 날려버리는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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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기간 중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예방한 리처드 기어 가족. 사진=조계종총무원 제공

둘째는 이런 식의 보도는 일부 일간지 기자들의 불교(교단)를 우습게 여기는 풍조를 반영한 것이며, 이런 풍조는 불교계가 자초한 면이 없지 않다는 견해들이다. 사실 이런 시각들이 생겨난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조계종 총무원부터 일간지 기자라면 절절 매는 풍조가 있어왔고, 몇몇 뉴스메이커 스님들의 일간지 기자에 대한 과공(過恭)의 태도를 보며 씁쓸한 입맛을 다신 이가 한 둘이 아닌 까닭이다.

그 단적인 예가, 멀리 갈 것도 없이, 조계종 총무원이 한겨레 보도와 관련해 발표한 ‘해명문’의 내용이다. 이 글에는 불교계를 가벼이 여기고, 불교대표자를 깎아내린 보도에 대해 종단의 입장을 공손하게 설명했을 뿐, 해명문 어디에도 정정보도 요구나 그 흔해빠진 유감 표명조차 없다. 이런 조계종의 태도는 교계 언론에서 종단이나 종단 구성원에 다소 불편한 기사를 올리면 출입금지 조치를 하는 등의 위압적 태도를 보이던 것과 십만팔천리나 동떨어진 것이다.

설날이나 추석 명절 때 그 많은 훌륭한 불서들은 다 놔두고 일간지 기자가 쓴 불교관련서(?)를 대량 구입해 선물로 돌려온 종단의 수장이나 신도회 대표자에겐, 또 마치 불교를 통달한 선지식인양 언행하는 몇몇 기자들의 기고만장한 모습에 공감 또는 감동하는 표정을 짓곤 하는 몇몇 스님들에겐, 또 불교계의 제반 현실에 대해 그리 깊은 통찰을 가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 일간지 기자들을 종단의 세미나나 심포지엄에 발제자나 토론자로 ‘모시곤’ 하는 관계자들에겐, 아마도 이번 한겨레 보도가 마치 뒤통수를 맞은 것과 같은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혹시라도 아무런 충격도 없다면 달리 더 할 말도 없겠지만….

이런 지적에 대해 혹시 자격지심에서 내뱉는 불평불만으로 치부하거나, 교계언론 기자들의 자질 문제를 따지려 드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러기에 앞서 실력 있고 유망한 젊은이들이 불교계의 일터에서 생을 불사를 마음을 왜 내지 않는지를 먼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일간지 기자들이 쓴 책보다 훨씬 더 깊이 있고, 자료적 가치가 높은 책을 내는 교계기자들이 한 둘이 아니라는 점도 아울러 상기시키고자 한다.

이번 한겨레의 보도에 대한 종단의 태도는 영 마뜩하지 않다. 종단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분명하고 단호하게 잘못된 부분에 대해 바로잡을 것을 요구해야 옳다. 또 부지불식간 자리잡은 일간언론에 대한 저자세도 고쳐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어려운 여건에서도 불교계 각 분야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불교계의 젊은 인재들이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 사람들인가를 종단의 지도부가 이번 일을 계기로 절절하게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