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학종 미얀마 수행기
동반침몰 순환고리 빠진 불교<br>사람이 소중한줄 아는게 해법
이학종기자 2008-04-25 (금) 00:00
불교 사회적 영향력 급속히 감소
불교세의 감소가 피부로 느껴지는 시절이다. 불교 언론에 종사하면서 불교의 현장을 지켜보아온 지난 20년 중 요즘 그런 정황을 절실하게 피부로 느끼고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진행되는 불교세의 급락이 걱정스러울 정도다. 승단은 존경과 신뢰의 대상이 아닌 곳으로 굳어져가는 듯하고, 재가자 역시 심리적 위축으로 인해 불자로서의 자긍심을 잃어가는 조짐이 뚜렷하다.
이대로라면 불교가 곧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승단은 승단대로 귀의의 대상에서 멀어지고 있고, 이런 현상은 출가자의 급속한 감소로 이어져 갈수록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활력과 자신감, 이런 것들은 불교계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불교계가 활력을 찾으려면 교계 전반에 짙게 드리워진 ‘동반침몰의 순환 고리’를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나는 이 ‘동반침몰의 순환 고리’라는 표현을 찾아내기 위해 꽤 오랜 시간을 흘려보냈다. 악순환이라고 해도 딱 떨어지는 느낌이 덜하고, 약육강식이나 적자생존의 표현도 적합하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교계 동반침몰의 순환고리에 빠져
그러면 ‘동반침몰의 순환 고리’란 어떤 의미를 갖는 말인가. 예를 들어 설명해보기로 하자.
가장 잘 아는 분야가 언론이니 그 쪽부터 설명하고자 한다. 언론사의 수입부분을 살펴보자. 언론사의 수입은 종이신문의 경우 구독료와 광고수입이다. 강좌나 출판 등 여타 수익사업도 해보지만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 구독료 월 5천원은 거의 생산원가에 근접한다.
제작비와 우편 발송비, 원고료와 취재비 등 제작에 소요되는 비용을 구독료 수입으로 커버하는 신문사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이 값과 인쇄비, 우편료가 10년 전과 비교하면 천정부지로 올랐는데도 신문 값을 올릴 수도 없다. 신문 값 1000원을 올리는데 온갖 고민과 걱정이 소요된다. 오랜 고민 끝에 신문 값을 올리고 나면, 올라서 더 보지 않겠다는 독자들의 전화가 이어진다. 이럴 때면 억장이 무너져 내리게 마련이다.
구독료보다 신문사 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광고의 경우는 더 심하다. 일부 사찰이나 단체의 관계자들 사이에는 마치 광고비를 깎아내리는 것이 능력인줄 아는 이가 적지 않다. 사실 한 푼이 아쉬운 신문사에서 광고비를 깎는다고 광고 게재를 거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조금 적더라도 눈물을 머금고 광고게재를 허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광고비 깎는 게 능력인줄 아는 풍토라니
광고비를 깎아내리는 이가 그 단체에서 얼마나 능력을 인정받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이 곧 언론사의 경영부실로 직결돼 불교 언론의 침체를 부르고 결국 언론사의 목줄을 죄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것은 언론사 종사자의 근무여건을 악화시키고 결국은 유능한 인재들이 불교계를 떠나가게 하는 단초가 된다.
불교 언론이 성성하게 살아있지 못하면 불교계에 얼마나 많은 피해가 돌아오는지를 그들은 잘 인식하지 못한다. 만약 불교 언론이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워져 당당하게 필봉을 휘둘렀다면 MBC ‘뉴스 후’와 같은 된서리를 맞았을까. 이런 공중파의 보도로 인해 얼마나 많은 불자들이 불교와 멀어지고, 불교에 호감을 갖거나 관심을 두던 이들이 그만 발길을 돌리게 될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런 피해를 불교계는 피부로 잘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작게는 단순히 구독료를 내지 않고, 광고료를 깎는 것이지만 그것이 결국 불교계 전반의 동반침몰로 이어진다는 이치를 당장 몇 푼 아끼는 것에 급급해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언론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불교계의, 많지도 않은 일자리 중에 제대로 월급을 받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찰이나 불교단체에서 일하는 종무원들의 월급수준은 놀랄 정도로 작다. 언론사 사장의 월급이 대기업의 초봉수준과 비등비등할 수준에 머물고 있으니 더 말할 게 있겠는가.
대우 안하면 불교에 헌신할 인재 없어
이런 현실에서는 불교계에 인재가 모여 들 수가 없다. 탁월한 인재가 없으니 사찰이든 단체든 활력을 잃게 되고 그 엄청나다는 불교의 문화적 환경과 콘텐츠를 그대로 사장시킬 수밖에 없다. 이는 곳간에 보석이 아무리 많아도 꿰지 못하면 소용이 없는 것과 다르지 않다.
총무원과 포교원 등 중앙종무기관에서 다양한 기획과 프로그램을 어렵사리 마련해 본·말사에 내려 보내봐야 이를 소화해낼 종무인력이 산하기관에 갖춰지지 않았으니 허공에 정재를 날려 보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 또한 반드시 끊어내야 할 동반침몰의 순환 고리가 아닐 수 없다.
늘 나오는 이야기지만, 불교출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불자들이 책을 읽지 않으려는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사찰에서의 신행모습이나 교육방향이 불교공부나 부처님의 사상을 배우는 것보다는 다른 쪽에 중점이 두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불자들이 책을 읽지 않으니 대형서점에서 불교코너는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다. 기독교 서적코너가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기독교는 대형서점의 버젓한 코너 외에도 100평 규모 이상의 기독교 전문서점이 전국적으로 100개소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책맹에 미래가 없다는데 책을 읽지 않는 것을 관행으로 아는 불교의 미래가 어떨지 염려스럽다.
이런 연유로 불교출판은 갈수록 쪼그라든다. 불교출판사는 망하지 않는 게 용하게 느껴진 지 이미 오래다. 출판인들 개개인의 희생과 사명감이 아니면 불교출판 시장은 벌써 궤멸됐을 것이다. 불교책을 내고 싶어도 불교출판사가 없으면 낼 곳이 없다. 구매력이 약한 불교원고를 책으로 묶어줄 일반출판사는 없다. 편집기획사나 출판대행사들도 연쇄적으로 어려움을 받게 된다. 불교출판이 죽으면 그것이 불교계 문화 전반에 미칠 폐해는 상상하기도 끔찍하다. 동반침몰 순환 고리의 또 하나 예이다.
불사 분야도 매우 어렵다고 한다. 법당을 짓든, 요사채를 짓든, 아니면 불상을 모시거나 탑을 세우거나 제값을 주고 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제발 값을 후려쳐 값싼 공사를 하게 하거나, 리베이트를 요구해 결과적으로 부실하게 공사를 하도록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해봐야 품질에 문제가 생기거나 불사를 한 업체에게 어려움을 가중시킬 뿐이다. 끝내 무엇이든 중국에서 수입을 하거나 중국에서 제작을 해오지 않으면 안되게 여건을 만드니 불교관련 장인들의 수는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그 맥을 잇기조차 어려운 현실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종이매체에서 나와 인터넷미디어를 창간하고 보니 이곳 또한 심각한 수준이기는 마찬가지다. 인터넷 분야에 종사하는 불자들의 현실이나 처우가 매우 열악하다. 이런 상태에서도 홈페이지 제작 등 인터넷 분야에서 묵묵히 일해 온 젊은 불자들이 그저 존경스럽고 고마울 뿐이다. 그들이야말로 이나마 불교인터넷을 지켜온 정말로 소중한 자원들이다. 그러나 열악한 현실이 언제까지 지속된다면 이들 또한 희망을 갖고 오래오래 절집에서 일을 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불서 안 읽고 인터넷 접속율은 바닥수준
알다시피 인터넷 매체가 요즘 잇따라 창간되고 있다. 그러나 기독교에 비해 불교인터넷 매체의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인터넷에서 종교언론의 접속 비율을 살펴보니 기독교계 미디어의 점유율이 95%를 넘는다. 불교계는 고작해야 1% 안팎의 몇 개 언론이 얼굴을 내밀고 있는 수준이다. 이런 현실에서 인터넷 언론의 주 수입원인 배너 광고비가 시쳇말로 껌 값 수준이니 인터넷 언론의 환경역시 힘겨운 게 현실이다. 앞으로 인터넷 미디어가 전문분야의 언론에서는 대세를 이루게 될 것이 분명한데, 이런 환경 아래서는 인터넷 시장 또한 불교계는 변방에서 근근이 연명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인터넷 환경에서까지 끔찍한 동반침몰 순환 고리의 조짐이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동방침몰의 순환 고리는 지금까지 예를 든 몇 개의 분야는 물론이고, 불교계 어느 분야에서든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들이다.
불교가 다시 일어서려면, 다시 활기를 찾고 말 그대로 자타일시 성불도를 성취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이 동방침몰의 순환 고리를 과감히 끊어내는 일에 나서야 한다. 나는 그 첫 번째가 불교계에서 일하는 인재들에게 적당한 대우를 해주는 일이라고 확신한다. 이들이 자부심을 갖고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해 무진장한 불교문화 콘텐츠로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인재가 버틸 수 없는 쪼들림의 빈궁한 환경에서 무슨 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연목구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21세기가 막 시작되었을 때, 불교계는 문화의 세기로 지칭되는 21세기가 불교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그런 기회도 지금과 같은 동반침몰의 순환 고리가 판을 치는 환경에서는 별무소용이다. 어느 동네에나 다 있는 나비를 가지고 축제를 벌여 연간 3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했다는 함평군의 예를 보라.
사람 키우지 않으면 소멸의 길 걸을밖에
문제는 기획력이다. 거대한 프로젝트를 수행해낼 인재의 양성과 발굴, 그리고 확보에 불교의 미래가 달려있다. 그런 이들이 할거할 환경을 불교계는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최저생활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으로 인재들을 구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동반침몰의 순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해답은 분명하다. 인재를 소중히 여기고 잘 대우하는 것이다. 그들이 호의호식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평균의 생활은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이 일은 불교계 전체가 한번 깊이 들여다보고 공감대를 확산시킨 후 어떤 합의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이 일에 사찰과 종단의 스님들이, 또 부처님의 위신력에 기대어 살아가는 재가불자들이 함께 나서야 한다.
꼭 일류대 출신이 훌륭한 인재라는 뜻은 아니지만, 언제부턴가 불교계에 소위 명문대학 출신들이 보이지 않는다. 일류대는커녕 서울에 소재한 대학 출신들의 숫자도 빠르게 주는 추세인 것같다. 이런 현상이 불교계에 주는 경고의 메시지를 우리는 잘 읽어내야 한다.
임금부터 제대로 주자. 적어도 우리 사회의 평균적 수준을 보장해주자. 이를 위해 언론이든, 불교용품 업체든, 출판사든, 사찰 종무원이든 제대로 월급을 주고, 또 불서나 불교관련 제품도 제값을 주고 사고, 광고도 제값을 주고 적극적으로 하고, 홍보도 돈 아끼지 말고 열심히 하고, 인터넷의 불교사이트에도 자주 들어와 격려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불교가 사는 길이 열린다. 무엇이든지 깎아내리고, 공짜로 얻으려하고,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은 애써 달갑지 않게 여기고, 외면하고 비난하고 끌어내리려 해서는 되는 일이 없다. 더구나 그런 행위들이 무슨 능력인줄 알고 으스대는 것으로는 동반침몰의 순환고리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
소멸로 가는 길, 동반침몰의 순환고리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의 중흥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 기로에 오늘의 한국불교가 서 있다.
자발적 유료 독자에 동참해 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