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불교계에서 지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재가자들이 분열상을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다. 스님들의 분파도 지긋지긋한데 재가자들까지 나뉘어 반목하는 모습에 혀를 차는 이들이 늘어간다.

부산 불교계를 대표하는 재가불자 모임은 누가 뭐래도 부산광역시불교신도회다. 창립 이래 지난 41년간 부산을 대표해온 신도회라는 데 이의를 달기 어렵다. 그런데, 최근 부산광역시불교연합신도회라는 새 신도회가 출범했다. 이름도, 내용도, 구성원도, 기존 신도회와 뚜렷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새 신도회 창립의 변에는 나름대로 명분도, 이해할 측면도 있어 보인다. 또 엊그제 새로이 창립된 신도회를 비판하는 기존 신도회의 성명을 읽어보면 그 또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결국 문제는 양측 공히 명분과 논리를 갖추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분열된 모습은 결코 부처님께서 제시한 정도와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왜 이런 볼썽사나운 일이 재가에서까지 일어나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이런 일에 평소에는 훌륭하고 사려 깊은 재가들이 나서게 되었는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나름의 명분과 이유가 있을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열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잘못이 있다면, 기존 신도회의 개선에 나서야 온당한 일이다. 피터지게 싸워서라도 조직 안에서 해결을 해야지, 따로 살림을 차리고 나가서야 되겠는가. 주장이 큰 공감을 일으키는 명분을 갖추고 있다면 ‘잘못 가고 있는’ 단체를 변화시키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 않는가. 온당한 주장에 동조하는 회원이 많아지면 사필귀정이야 시간문제다.

절집 속담에 ‘중 벼슬이 닭 벼슬’이란 말이 있다. 이 절집의 속담은 이미 사구(死句)가 된지 오래지만, 벼슬다툼은 부질없는 짓이라는 가르침이다. 하물며 스님들의 다툼도 부질없는 것인데, 재가자들이 감투를 놓고 다투는 일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스님들의 다툼보다 더 추하게 보인다.

더구나 이번 분열에 부산 불교계의 유력 스님들이 간여했다는 소식은 믿기 어려운 일이다. 화합을 이끌고 지도해야할 스님들이 무엇 때문에 재가의 분열을 조장하는지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크게 잘못된 일이다.

또 새 조직에 참여한 재가지도자들에게도 묻고 싶다. 무엇을 위해 재가의 분열에 나서는가. 돈? 명예? 권력? 이권? 아니면 소속사찰 주지의 명령? 어떤 것인가. 도대체 이유가 무엇이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양측의 지도자급 되는 분들은 그런 정도는 얼추 다 갖추고 계신 분들이 아닌가. 주지스님의 지시니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더 보탤 말이 없다.

혹시 부산의 재가단체가 잘못 가고 있어 이를 바로가게 하기 위해서 부득이하게 새 조직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선가(禪家)에 개구즉착(開口卽錯)이란 말이 있듯이 새로운 단체를 만드는 순간 벌써 그릇된 것임을 알아야 한다.

무슨 일이든, 어떤 결정이든 판을 깨서는 곤란하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기존의 종단 지도부가 잘못되었다고 해서 따로 총무원을 차리고 대립에 나섰던 세력이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또 그 당시 잘못된 종무행정으로 종단분열의 원인을 제공했던 당사자들이 훗날 어떤 처지가 되었는지 한번 세심히 살펴보기 바란다. 주요사찰 스님들의 배경이 있으니 경우가 다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세상에 믿을 수 없는 것이 사람이요, 세월의 흐름이다.

어떤 경우에도 완승이나 완패는 없는 것이다. 그것은 또 불교적이지도 않다. 원효 스님은 십문화쟁론에서 ‘양쪽이 다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중간도 아니’라는 ‘화’의 논리를 제시한 바 있다. 언제나 올바른 정해진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르침일 것이다. 이것이 옳다고 규정하는 순간 이미 그르친 것이니, 이쯤에서 각자의 주의주장들을 헌신짝처럼 내려놓기 바란다. 원효 스님의 가르침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그런 것들은 3독의 발현이 아니겠는가.

그런 연후에 정말로 부산불교를 위한 것이 무엇인지, 재가불교의 발전을 위한 길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부처님의 진실한 제자라면, 대의명분을 위해 버릴 줄도 알아야 할 것이다. 기존조직의 지도부나 새 조직의 지도부가 각자의 기득권을 버리고, 대 화합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승패를 가리자는 뜻은 아니지만, 어쨌든 버리는 자가 이기는 것이다. 그래서 불교는 버리는 공부라고 하지 않던가.

부처님이 대도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출가한 것을 두고, 왜 인류 전체가 ‘위대한 포기’라고 칭송하는지, 불제자들이, 그것도 지도적 위치에 있는 분들이 모른다면 말이 되는가. 분열을 일으킨 당사자들의 조속한 ‘위대한 포기’를 기대한다.

지금 불교는, 특히 우리 한국불교는 이렇게 나뉘어 다툴 여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