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들의 말씀 중에는 사람의 인성에 대해 교훈을 주는 가르침들이 많다.

맹자는 인간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불변의 의지를 양심(良心)이라고 했고, 이 양심을 추진시키는 가변적인 의지의 원천을 본성(本性)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맹자는 본성의 함양을 부단히 권면했다. 이러한 자세의 발현이 바로 ‘사람과 짐승의 차이’라고 보았다.

사마천은 <사기열전>에서 “굶어죽으면서도 혼탁한 세상과 끝내 타협하지 않았던 백이와 숙제의 도저한 결의를 찬탄했다. 방편(方便)을 위해 본질(本質)을 버리지 않는 것을 옳고 의로운 것으로 보았다.

<논어>에서 공자는 낮잠을 자는 제자를 보고, “썩은 나무로는 조각을 할 수가 없고, 더러운 흙으로 친 담은 흙손으로 다듬을 수 없다. 네게 무엇을 책하겠는가!”라고 했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성현들의 말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주변 어르신들로부터 ‘길 한 가운데서 똥을 누고 있는 아이에게는 야단을 치지 않는다’는 말씀을 한두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부연하면 길옆에서 똥을 누는 아이에게는 그나마 야단을 치겠지만, 길 가운데서 그런 짓을 하는 아이에게는 야단을 칠 가치조차 없다는 이야기다.

우리 불교집안에서 언론인으로 살아가다보면 이런 경우와 매우 흡사한 딜레마에 빠질 때가 종종 있다. 가능한 집안의 부끄러운 이야기는 쓰지 않아야 한다는 일종의 원칙을 가지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비판기사를 작성해야 할 때는 고민거리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비판과 비난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풍토는 차치하더라도, 과연 비판기사를 작성했을 때는 개선의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는가에 고민의 초점이 모아진다. 아무리 잘못을 지적해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도리어 여러 가지 반격성 압박을 해온다면 난감하기 일쑤다. 특히 취재원과 광고주가 일치하는 불교계 언론의 열악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미디어붓다>를 창간하면서 사실 이 문제는 가장 큰 고민거리 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종단정치 기사는 크게 비중을 낮추고, 부끄러운 기사는 가능한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실 <미디어붓다>는 이런 원칙아래 문화, 수행, 신행 중심의 기사에 큰 비중을 두고 지난 6개월을 지내왔다. 그런 덕에 <미디어붓다>에 접속하면 밝고, 화려하고, 신심이 나는 기사들이 주로 채워져 있어 좋다는 반응을 많이 접한다. 이미지도 신선하다거나 기사의 방향이나 질에도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직접 듣거나 전해들을 때면 방향을 잘 설정했다는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교계 안에서 잘못된 관행이 부끄럼 없이 반복되고, 나중에는 지극히 비불교적 이유로 정당성까지 얻는다는 데 있다.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수차례의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절의 빚을 갚기 위한 것이라며 뚝심있게 천도재와 구병시식을 밀고 나가는 한국불교총본산 조계사의 일그러진 모습도 그렇고, 이를 나무라는 한 종회의원의 지적을 ‘빚 좀 갚겠다는데 왜 그래!’라며 제지했다는 중앙종회 의장단의 태도도 안타까움을 넘어 암담함을 가져다 준다.

또, 다른 때도 아니고, 불교계가 종교편향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와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는 그 시기에 필리핀으로 골프와 음행, 도박 여행을 떼로 몰려 다녀왔다는 일단의 승려들의 소식을 들을 때면, 저들에게 징계나 비판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라는 회의가 밀려온다. 혹시 저들은, 공자가 책할 가치도 없다고 포기한 그, 또는 길 가운데서 부끄럼 없이 일을 보는 아이는 아닐까, 라는 허탈감이 밀려오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도 비판의 펜을 놓지 않고 있는 한두 개 불교언론이 고마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도 그 언론사의 기자들 눈에는, 그리고 데스크의 눈에는 저들이 적어도 길 가운데서 똥을 눈 아이정도로는 보이지 않았다는, 실낱같은 기대가 아직은 남아 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사실 이런 점이 창간 당시부터 작정을 하고, 비판기사를 자제하리라고 마음먹었던 <미디어붓다>를 딜레마에 빠져들게 하는 것들이다. 혹여 비판을 피하는 것이 불교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포기하는 것은 아닌지, 모든 잘못된 사안을 ‘길 한 가운데에서 일을 본 아이의 일로 바라보는 좌절감에의 매몰’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 말이다.

불교기자 생활 20년이 넘어도 풀리지 않는 이 고민, 이 딜레마! 불교를 사랑하는 독자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