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방송 사장 선임을 놓고 불교방송과 불교진흥원이 벌이는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어째 날이 갈수록 볼썽사나워진다. 어느 쪽의 의견이 더 타당하냐의 문제는 일단 접어두기로 하고, 다만 누가 봐도 지나치다 싶은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고 지나가야 할 것 같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필자가 정말로 심각하다고 느낀 문제는 한 불교사장 후보자에 대해 불교방송이사장이 지난 17일 열린 이사회에서 ‘자격미달’의 근거로 내놓은 발언의 내용이다. 이 발언은 한 신심 장한 불자에게 오직 불교방송 사장 공모에 지원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깊은 상처를 입힌 매우 비불교적인 행동이다.

불교방송 사장후보자 중 하나로 추천된 ‘김정학’ 불자는 불교방송 창설당시에 열심히 일했던 PD로 기억된다. 덥수룩한, 달마를 닮은 외모에 겸연쩍게 웃음을 짓곤 하던 모습이 오래 전 일인지라 선명하지는 않지만 뇌리에 남아 있다.

그는 불교방송 창설멤버로 입사해 6년9개월간 포교제작부에서 일하다 불교방송을 떠났고, 이후 미국과 캐나다에서 방송 관련 분야의 일을 해 왔으며, 이번 불교방송 사장공모에 응모해 최종 후보자가 됨으로써 다시 불교계에 그 이름을 내놓았다. 그런데, 그런 그가 졸지에 여러 가지로 자격미달인 사람이 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방송 분야의 실력은 그쪽에 문외한이라서 언급할 입장에 있지 않지만, 불자로서의 진정성(?)까지 의심받는 입장에 놓인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여기서 불교계는 불자를 키워주기는커녕 도리어 죽인다는 절집의 상투적인 표현을 굳이 내세우고 싶지는 않다. 그 말은 이미 말 그대로 상투적인 것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다만 그가 당한 매우 부당한 낙인찍힘에 대해서는 그 억울함을 풀어주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날 불교방송이사장이 읽은 보고서 내용에는 김정학 불교방송 사장 후보자가 캐나다의 교민방송인 <라디오코리아>에 근무한 이력이, 사장으로서 결격사유 중 가장 큰 문제점으로 거론되어 있다. 보고서의 주된 내용은 <김정학 후보자가 근무할 당시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라디오코리아(대표 김정학)는 자체 특별프로그램으로 다양한 기독교문화를 전파하기 위한 복음방송을 매일 3시간씩 방송하고 있고 토론토의 각 교회와 함께 다양한 찬양행사도 주관한다”고 돼있다>는 것이다.

그 속사정을 자세히 알지 못하면, 또 그 발언의 진실여부를 꼼꼼이 따져보지 않으면, 김정학 후보자는 꼼짝없이 기독교 선교와 기독교 문화 전파를 위해 방송활동을 했던, 그러면서도 뻔뻔하게 불교방송 사장이 되어보겠다고 응모를 한 몰염치한 이가 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불교방송이사장이 밝힌 보고서의 내용은 얼마나 진실에 가까울까. 김정학 후보자에게 그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보았더니, 전혀 사실과 달랐다.

김정학 후보자가 대표로 있던 캐나다 교민방송 <라디오코리아>에서 기독교 선교방송을 매주 일요일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3시간씩 했던 것은 맞다. 그렇지만, 선교방송 시간은 캐나다 한인사회에서 막강한 세력을 갖고 있는 기독교계가 일정한 방송시간을 사서 자체적으로 제작한 소스를 송출해주는 것일 뿐, 그 내용에 대표자가 간여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마치 불교방송에서 ‘장병의 시간’을 돈을 받고 대여해주는 것과 비슷한 경우라고 하겠다.

김정학 후보자는 캐나다에 살던 시절 조계종 홍법원 소속 불광사에 다니는 신도였다. 스님들은 김정학 불자가 교민의 98% 정도가 기독교 신자인 캐나다에 와서 방송국의 대표로서 불자임을 당당하게 내세우며 활동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는 늘 스님들과 함께 불교를 이야기하고 포교방법을 고민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불서 600여 권을 많은 불자들이 읽을 수 있도록 절에 기증해, 불광사에는 ‘김정학 문고’가 설치되어 있기도 하다.

기독교를 믿지 않으면 살아가기가 좀처럼 쉽지 환경에서 <라디오코리아>에서 ‘부처님오신날 특집 방송’을 했으며, 그곳의 스님들조차 ‘기독교 일색인 교민사회에서 그렇게 지나치게 불자임을 드러내면 밥 먹고 살 수 있겠느냐’며 도리어 걱정을 해주었을 정도였다. 그래도 그는 인도에서 사온 불상 두 점을 자신의 집 앞에 자랑스럽게 세워 놓았을 정도로 불자의 자부심을 버리지 않았다. 그런 그가 졸지에 기독교 선교를 하고 기독교 문화를 전파하는 방송을 한 당사자로 절집에서 낙인찍히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이번 일은 김정학 후보자가 불교방송 사장이 되고 안 되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한 능력 있는 불자, 아니 한 인간에 대해 행해진 매우 경솔한 모욕이며 인권침해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더구나 이런 일은 마땅히 인천의 스승이어야 할 스님이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본다.

적어도 한 불자를 대하거나 평가할 때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던진 말 한 마디가 경우에 따라서는 듣는 사람에게 비수가 되어 깊은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시기를 요청 드린다. 또 이런 일은 유야무야 넘겨서 될 일도 아니라고 본다. 불교방송이사장은 김정학 사장후보자에게 정중한 사과를 해야 옳다고 본다. 끝으로 김정학 PD에게 한 말씀 드리고 싶다.

“김정학 천마아트센터 총감독, 그냥 하던 일이나 계속 하시지, 왜 불교방송에서 일하겠다고 마음을 내 이런 험한 꼴을 당하십니까. 참 딱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