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마음을 공부하는 종교다. 마음 닦는 종교, 마음을 탐구하는 종교는 곧 불교를 일컫는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불교에서처럼 마음을 강조하고, 실제로 수행을 통해 마음의 실체를 깊이 규명한 종교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불교공부=마음공부’라는 불변처럼 여겨지던 등식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마음공부가 불교만의 것이 아닌 시절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원불교와 천주교 등 이웃종교, 일부 대학에서 행복학이라는 이름 아래 마음공부를 주요한 과제로 삼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세간의 화두처럼 되어 있는 행복 이야기의 근저에 마음공부가 깔려 있다는 것은 두루 알려진 사실이다. 이른바 행복론, 행복학 강좌의 내용을 살펴보면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한결같이 마음을 이야기한다. 행복이란 물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 즉 마음에 달려있다며, 마음공부의 중요성을 주창한다.

백번 맞는 말이다. 고민스러운 것은 이런 새로운 흐름의 주체가 불교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서구의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 관계자들, 가톨릭을 중심으로 한 성직자들, 최근에는 원불교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마음을 주요 화두로 거리낌 없이 제기하고 있는 중이다.

이들의 마음공부에 대한 천착은 ‘그러다 말겠지’의 수준을 훌쩍 넘어선다. 이런 흐름은 마음수련원과 같은 일부 마음관련 수행단체에서 마음을 내세우는 경우와는 그 차원이 다르다. 기성교단과 대학 등에서 마음공부를 나름의 이론과 논리로 무장해 그들의 브랜드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중에서도 원불교의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 원불교는 민족종교를 표방하고 있기는 하지만, 교리 면에서 불교와 유사한 점이 많은 종교다. 그러나 그동안 불교냐 아니냐에 시비에 휩싸여 있던 원불교의 모습은 이제는 옛 모습에 불과하다. 불교와는 다른 민족종교임을 분명히 하고 국내 4대종단의 하나로 당당하게 각종 행사에 참여하고 있으면서, 마음공부와 같은 불교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고 있는 부분까지도 적극적으로 수용해 반영시키고 있다. 이런 흐름으로 볼 때 머잖아 마음공부는 불교의 전유물이 아니게 될 개연성도 충분해 보인다.

물론 마음공부가 불교만이 아닌 이웃종교나 학계의 공동적 관심사요, 연구 및 실수(實修)의 대상이 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마음공부의 체계화, 대중화에 이렇다 할 관심을 가져오지 않은 불교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원불교신문> 최근호(7월 24일자, 제1484)는 1면 머리기사를 통해 ‘마음공부 브랜드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원불교의 현황을 소개하고 교단차원의 브랜드화 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주장했다.

이 신문은 교육과학기술부 제7차 교육과정 개정안에서 이념 및 기본방향에 대해 ‘건전한 인성과 창의성을 함양하는 기초, 기본 교육 충실’이라는 내용은 원불교단에서 시행하고 있는 마음공부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며 마음공부를 ‘원불교를 특징짓는 중요한 브랜드’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원불교의 각 교당과 기관, 훈련원, 교립학교 또는 개별적으로 마음공부법을 가르치고 있는 것도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한 결과라며 ‘사단법인 마음공부회’를 설립해 마음공부 정체성과 개념을 정리하는 등 보편화 대중화에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B·M·C(beautiful mind clinic) 셀프리더십가꾸기 프로그램 운용실태를 소개하고, 마음공부의 일반화를 위한 측정도구와 단계별 마음공부법 교재개발 등을 제안하고 있다.

마음공부의 대표적인 방법은 참선수행이다. 간화선으로 대표되는 참선 수행은 오랜 기간동안 조계종, 아니 한국불교의 대표적 수행법으로 자리 잡아 왔다. 최근들어 위파사나, 명상법 등의 적극적인 수입으로 간화선은 위기라고 할만큼 우려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지만, 그 장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하면 곧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도 사실이다. 체계적인 간화선 수행프로그램으로 수행을 공부하는 불자들이 운집하고 있는 안국선원의 경우는 그런 전망을 가능케 하는 일종의 근거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안국선원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다. 불교가 마음공부의 대표종단으로서 그 위상을 굳건히 하고 정법에 입각한 마음공부법을 널리 펼치려면 지금부터라도 선 수행법의 체계화와 대중화에 나서야 한다. 달라진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나아가 마음공부를 연구하고 도입하려는 이웃종교나 학계에 지도적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 늦었다고 할 때가 외려 적기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늦었다는 말에도 외면과 무관심으로 대응한다면 마음공부의 주도권은 불교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