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에 참석한 한 불교학자의 입에서 재밌는 표현이 있었다. 한국불교의 중심 수행법이며, 천년이 역사를 이어온 간화선, 특히 한국에서의 돈오돈수적 선풍토를 그 불교학자는 로또선(Lotto zen)이라고 불렀다.

좌중은 일순 웃음바다를 이뤘지만, 거기에 현재 한국불교의 선 수행전통이 내포하고 있는 갖가지 문제점들이 함축된 어떤 뾰족한 것이 들어 있음을 모르는 이는 없어보였다.

로또선, 이 신조어는 성철 이후 이렇다 할 선사의 출현이 없어 보이는 (이는 일반 대중의 시각을 기준으로 볼 때) 답답한 현실과, 견성을 하면 마치 초인적 지위와 신통이 생겨나는 것처럼 여겨지는 깨달음에 대한 환상을 기막히게 풍자하고 있었다.

아무튼, 현재 한국불교계에는 로또선이라는 부정적 의미의 상징어가 등장할 만큼 간화선 전통에 대한 각종 회의와 이론이 분출되고 있다. 이런 풍조는 남방의 수행법인 위빠사나의 수입 및 급속한 저변 확대와 맞물려 하나의 흐름으로 형성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사실 2, 3년 전만해도 엄살기가 아주 없지는 않았던 ‘간화선의 위기’라는 말은 시나브로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조계종 종립대학이며, 기초교육기관인 중앙승가대학이 최근 발간한 <僧伽> 제25호의 기획논단 코너도 한국불교계의 혼란스런 수행흐름을 잘 보여주고 있어 눈길을 끈다.

기획논단에서는 벽송사 월암 스님이 ‘간화선 수행의 방법’을, 진경 스님이 ‘붓다께서 보이신 선정과 지혜수행’을, 이중표 교수가 ‘근본불교의 구차제정(九次第定)’을, 안성두 교수가 ‘불교수행론의 격절성(隔絶性)과 연속성; 유식관의 성립과 그 주변’을 각각 다루고 있다.

월암 스님은 기고를 통해 간화선의 뛰어난 강점을 드러내면서도 현 간화선 수행풍토의 잘못된 점을 강력히 비판한다. 스님은 “재가는 불교적(연기적) 인생관이 빈약하고, 출가수행자는 수행이력과 인격이 일치되지 못하고, 깨달음과 실천이 하나로 통일되지 못하는 기형적 신앙형태를 연출하고 있다. 인격이 고양되지 않는 내면적 수행은 참된 수행이라 할 수 없으며, 실천으로 회향되지 못하는 깨달음은 올바른 깨달음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월암 스님은 또 “수행과 인격이 일치하고 깨달음이 실천으로 회향되어지는 혜행상응(慧行相應),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인격적 완성이 선의 지향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로지 좌복 위에 앉아 화두 하나만 타파하면 바로 부처가 되고, 조사가 된다는 전문 직업수좌의 한탕주의적 행태가 과연 조사선의 종지종풍에 합일되는 것인지 깊이 반성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진경 스님과 이중표 교수의 논문은 그동안 종단차원에서는 금기시했거나 애써 외면했던 사마타 위빠사나 수행에 대한 내용을 집중적을 다루고 있어 눈길을 끈다.

아나빠나 사띠, 색계선정, 위빠사나 등의 보통의 불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언어와 초기경전에 근거한 근본불교의 수행체계인 구차제정과 팔해탈에 대한 심도 깊은 고찰을 다루고 있다. 이중표 교수는 기고에서 “구차제정은 십이연기를 깨닫는 수행법임과 동시에 행을 멸하여 생사의 세계에서 벗어나는 수행법”이라고 소개한다.

마지막 기고인 안성두 교수(금강대)의 논문은 간화선 하나면 다 통하고 더 다뤄야 할 것이 없다고 여겼던 간화선 수행전통의 ‘딱한’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논문으로 여겨진다. 대승유식의 수행법이 초기불교의 수행법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 초기불교 이래의 수행법의 계승과 발전임을 보여주는 경전의 이론적 토대를 제시하려는 논문이다. 안 교수는 이 기획의 의도가 “대승의 수행도 역사적 전통의 연속성을 인식함으로써 현금 한국의 불교계가 직면한 수행론상의 아노미 상태를 극복할 타산지석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술회하고 있다.

조계종의 종립대학에서 발행하는 <僧伽>지에서 간화선의 빗나간 풍토를 지적하고, 그동안 하근기의 수행법으로 외면해 왔던 초기불교의 수행법과 남방의 수행법을 주요 기획으로 다루고, 나아가 초기수행과 대승수행이 전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경전적 근거를 찾는 논문을 게재한 것은 실로 격세의 일이 아닐 수 없다.

최상승법, 얼핏 부처보다도 더 우위에 두는 경향조차 없지 않았던 조사의 당당한 위상, 세계적으로 알려지기만 하면 곧 세계를 대표하는 수행법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자부심에 들끓었던 간화선 수행법의 위기는, 간화선 수행법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월암 스님의 지적대로 이를 수행하고 있는 분들의 간화선에 대한 빗나간 이해와 적용에 더 큰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또선이라는 비아냥의 대상이 될 것인가, 아니면 그 수행법과 수행이론에 대한 체계적인 정립과 현대적 적용으로 최상승 수행법의 위상을 회복할 것인가. 한국의 간화선은 오늘 그 기로, 아니 백척간두에 ‘우두커니’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