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향이란 말은 이명박 정부 들어 불자들에게는 가장 익숙한 말이기도 하고, 또 가장 불쾌한 말이기도 하다. 편향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을 좀 잊을 만하면 떠올리게 하고, 또 떠올리게 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경로로 흘러나오는 정부쪽 입장을 들어보면 대통령 입장에서는 종교편향의 주역으로 낙인찍힌 것이 억울하다는 입장인 듯싶다. 그게 아닌데, 자꾸 불교계가 오해를 하고, 견강부회를 한다는 것이다. 또 공직자가 종교편향을 하지 못하도록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지 않았느냐는 볼멘소리도 들려온다. 일부는 불교계의 피해의식이 지나치다는 입장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일면 이해가 가면서도 늘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보다 확실하게, 보다 분명하게 종교편향 금지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밝히고, 그동안의 일에 대해 분명한 사과를 한 후 재발방지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히지 않으니 자꾸만 편향시비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이치를 그들은 잘 모르는 듯싶다.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거나 억울해 하는 말들 가운데 분명히 ‘편향’이란 말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의도적이든, 의도적인 것이 아니든 간에 종교편향이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대통령의 좀 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한 것만은 분명하다.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이 9일 바티칸을 방문해,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 한국방문을 초청했다. 교황은 이에 대해 “적절한 시기에 방한하겠다”는 수락의사를 밝혔다는 보도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베네딕토 16세를 예방한 자리에서 한국 가톨릭이 사회정의 실현과 사회적 약자의 인권보호에 있어서 큰 기여를 해왔음을 평가하고 한국 가톨릭교회의 성장과 한국민들의 높은 열망을 반영, 베네딕토 16세를 초청했다.

대통령이 교황을 초청하기로 한 것이 오랜 고민을 통해 나온 것인지, 아니면 이번 출국과 관련하여 결정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교황초청 결정에 앞서 티베트 승왕 달라이라마의 방한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고려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따지고 보면 세계 평화와 갈등 화해를 위해 달라이라마처럼 헌신적인 분은 찾아보기 어렵다. 세계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가운데에서도 달라이라마는 언제나 1위를 차지한다. 사회정의와 사회적 약자의 인권에 달라이라마처럼 깊은 관심을 갖고 의욕적으로 활동하는 이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한국의 불교도들은 공격적인 개신교의 선교에도 정면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참고 견디거나 부딪치지 않는 것으로 한국사회에서의 종교로 인한 분열을 방지하는 역할, 사회안정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위정자들이 늘 말하듯이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이어가는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복지와 인권, 통일과 평화에 대한 기여도 크게 신장시키고 있다.

더더군다나, 한국의 불교도들은 달라이라마에 열광하고 있다. 불교계의 대표적인 학술지인 <불교평론>은 최근호에서 ‘한국인은 왜 달라이라마에 열광하는가?’라는 특집기사를 게재한 것이 그 증거다. 그렇다면 이제 청와대는 달라이라마의 초청을 검토해야 한다. 기왕에 교황을 초청하였다니, 한국 불교도로부터 큰 존경을 받는 세계 최고의 불교지도자 달라이라마도 초청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 더구나 현 정부는 중국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친 미국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중국정부의 반대를 방한불가의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웠던 이전 정부들과는 입장이 다르지 않은가. 또한 달라이라마 역시 중국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티베트의 분리 독립이 아니라 자치를 요구하고 있음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으니, 정치적 부담도 이전보다는 훨씬 줄어들었다.

이명박 정부에게 있어 달라이라마의 초청은 그들의 주장처럼 ‘오해’를 벗을 기막힌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초청이 어렵다면, 불교계가 달라이라마를 초청할 때 비자발급을 거부하지 않는 소극적인 허용이라도 검토하기 바란다.

교황의 한국방문 초청이 자칫 또 하나의 종교편향으로 비화되지 않고, 종교편향을 하고 있다는 불교계의 '오해'도 풀 수 있으며,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는 주권국가의 위상까지 높일 수 있는 일거삼득의 기회를 이명박 정부가 부디 놓치지 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