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삼진아웃제 불교계도 도입했으면

투수와 타자가 대결을 벌이는 것이 야구 경기의 초점이다. 그라운드의 수비수들 역할도 중요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투수와 타자의 맞대결이다. 타자가 대결에서 승리하는 것은 안타를 치는 것이다. 안타 중에서도 홈런은 타자의 완벽한 승리라고 말할 수 있다. 반면 투수의 완전한 승리는 삼진아웃이다.

타자를 진루시키지 않고 스트라이크 3개로 간단히 아웃시키는 것이니, 투수입장에서는 삼진아웃처럼 개운하고 산뜻한 승리도 없다. 그런데 야구의 삼진아웃제는 꼭 야구뿐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곧잘 적용된다. 국가나 사회, 또는 단체나 기업에서 어떤 벌칙을 가할 때에도 삼진아웃제라는 것이 자주 응용된다. 비컨대, 지각을 한 달에 세 번 이상 하면 감봉을 한다거나, 승용차 자율 휴무제를 3번 이상 어겼을 경우 혜택을 박탈한다거나 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갑자기 삼진아웃제를 거론하는 것은, 이른바 정치의 계절을 맞이하는 불교계에도 이 제도가 도입되었으면 하는 제안을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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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원장 선거 다가오며 뜨거워지는 불교계

10월 말 치러지는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불교계는 슬슬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중이다. 대세론, 정치권력 연계 의혹론, 이변론 등이 제각각 그럴 듯한 정황을 가지고 회자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리가 주는 막중한 책무 때문에 일정부분 선거 분위기가 뜨거워지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설사 그것이 스님들의 대표를 뽑는 행사라고 해도, 내용적으로는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하마평에 서너 명의 이름이 오르는 듯싶더니, 이제는 그 숫자가 예닐곱 명까지도 늘어났다. 어느 시점에 가면 후보들 사이에서 이해관계를 따지며 합종연횡이 이루어지고, 선거는 결국 이런 또는 저런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라는 ‘불교정치 전문가’들의 선거기상도가 하나 둘씩 흘러 다니고 있다.

이 스님은 A스님에게 줄을 섰고, 저 스님은 B스님에게 줄을 섰다는 이야기, C스님에게 줄을 선 한 스님은 결국 A스님 사람으로 합종연행, 이합집산 때 다리역할을 하기 위해 일단 파견해놓은 것이라는 등등의 현란한 정치판의 뒷담화가 마치 삼국지나 무협지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아마도 이런 열기는 선거일이 가까워오는 것과 비례해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늘 안타까운 것은, 예컨대 A후보는 한국불교를 변화시키고 부흥시킬 획기적인 종책을 한 출마예상 후보쪽에서 마련하고 있다더라, B후보는 획기적이고 신선한 종책마련을 위해 관련 전문가들로 종책연구팀을 출범시켰다더라는 등과 같은 보다 바람직한 이야기가 들려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저 흘러 나오는 이야기들이 한 후보가 돈을 쓰고 다니고 있다거나, 그 돈을 쓰는 자리에 어떤 스님들이 함께 다닌다더라는 말, 또 어떤 후보는 그런대로 손색이 없지만 실탄(돈)이 없어 끝까지 완주가 어렵다더라든가, 한 유력 후보는 아예 모든 계파를 흡수통합해 아예 선거를 하지 않고 추대로 가는 전략을 세웠는데 여기에 중량급 정치승들이 가세했다더라는 따위의 이야기들이 그럴듯한 정황논리로 확산되고 있다.

언젠가 언급한 바도 있지만 결론적으로 선거철만 되면 음험한 눈동자를 반짝이며 제철만난 물고기처럼 기민하게 움직이는 정치승려들의 준동이 시작된 것이다. 이들의 정치게임은 종단이나 불교의 발전보다는 개인이나 무리의 이득이나 기득권 유지에 더 방점이 찍혀져 있다는 것은 재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얼굴에, 소름끼치는 웃음소리를 내면서, 때론 속닥거리고, 때론 괜한 호통을 치며, 온갖 현란한 제스처와 그럴듯한 논리를 동원해 이리저리 종단을 요리하는 이들의 모습은 생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출가한 수행자의 그것과는 십만팔천리 떨어져 있다.

우선 종회의원 3진아웃제부터 실시해보자

문제의 심각성은 이런 사람들이 종단의 중심에서 활개를 칠 마당이 꽤 오래 전부터 마련되어 있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앞으로도 이런 흐름을 바꿀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데 있다. 또 이런 사람들은 대개가 종회의원을 3번 이상 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따금씩 재선(2선) 의원들 가운데에서도 천부적 자질로 정치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아주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3선 이상의 중진은 되어야 힘도 실리고 노하우를 인정받는 분위기가 작용한 탓일 게다. 물론 이런 분들 가운데에는 정말로 공심으로 의정활동을 하는 분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큰 흐름이다.

잠깐 생각해보자. 3선이라고 해도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다. 12년의 세월이면 초선때에는 의욕을 가지고, 재선 때에는 추진력으로, 3선 때에는 관록과 권위로 일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인 것이다.

아주 많지는 않지만 종회의원 중에는 4선, 5선을 넘어 7∼8선을 한 의원들도 있다. 이들은 종단 정치판을 주무르는 사람들이다. 5선 의원이라면 20년간 종회의원을 하며 종단정치에서 잔뼈가 굳을 대로 굳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7∼8선 의원은 무려 30년 이상을 종단정치 일선에서, 그러니까 출가이후 대부분의 기간을 종단정치판에서 활동한 셈이 된다.

정치를 직업으로 삼는 세속 정치판에서도 드문 이런 경우가 수행자의 모임인 불교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종단의 운영에 한 12년 정도 봉사를 했으면 다시 수행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나 종단을 위해서나 좋은 일이다.

이번 총무원장 선거를 끝으로, 중앙종회는 스스로 종회의원 삼진아웃제도 도입을 고민해주기 바란다. 스스로 제도도입을 하지 못한다면, 재가단체나 뜻을 같이하는 승가단체들이 이 제도 도입에 힘을 모아주었으면 한다. 그래야 본사주지와도 바꾸지 않는다는 종회의원 자리를 더 많은 스님들이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고, 종단에 봉사했던 그 경험을 각자가 처한 일선 포교나 수행의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제안이 이제껏 모든 것들이 그랬던 것처럼 또 다시 공염불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