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四書) 중의 하나인 <맹자>의 첫 대목에 맹자와 양혜왕의 만남 장면이 나온다.

당시 잇따른 실정으로 나라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양혜왕이 맹자를 만나 처음 입을 뗀 것이 “천리 길을 마다 않고 수고롭게 예까지 오셨는데, 장차 이 나라에 이익(利)이 될 방법이 없겠소?”였다.

이에 맹자가 정색을 하고 답한 것은 “어째 왕께서는 인의(仁義)을 거론하지 않고 하필 이익을 말하십니까?”였다. 왕이 인의를 말하지 않고 나라의 이익을 거론하게 되면, 대부들이 집안의 이익을 좇게 되고, 사서인(士庶人)들은 일신상의 이익을 말하게 되고, 결국 상하가 모두 이익을 다투어 끝내 나라가 위태롭게 되는 것인데, 어찌하여 국왕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 하필 이익을, 그것도 첫 대화에 꺼내느냐는 호된 질책이었다.

이는 지도자, 특히 국가나 큰 조직의 지도자는 마땅히, 의도적으로라도, 인의(仁義)를 언급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지도자의 입에서 이익이나 부가 언급된다면 곧 그가 이끄는 조직이 위태롭게 된다는 지적이다.

맹자의 이 가르침은 옛날 공맹(孔孟)시대에나 통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시공을 넘어 언제 어디서든 가슴을 뛰게 하는 영원한 생명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어려움이나 위기에 처할 때 사람들이 옛 성현들이 남긴 고전(古典)을 찾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실정에도 이 맹자의 가르침은 그대로 적용된다. 최고 지도자 선거에 나선 이가 자신을 뽑아주면 모든 국민들을 부자를 만들어주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유력한 이들 상당수도 국민이 부자가 되려면 그를 당선시켜야 한다며 전국을 누볐으며, 그 말에 솔깃해진 더 많은 국민들이 부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말에 끌려 그만 몰표를 던지지 않았던가. 그래서인지 작금의 우리 현실은 상하 가릴 것도 없이 다수의 국민이 어떤 형태로든 이(利)에 혈안이 되어 있다. 맹자가 양혜왕을 꾸짖으며 ‘왕이 이(利)를 말하면 나라가 위태롭게 된다’는 경고가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이유다.

이런 경향은, 어떤 형태의 것이든, 세속적 욕망을 철저하게 경계하도록 가르치는 불교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불교총본산의 현판을 내건 절의 주지를 임명하는 최고 지도자가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절 빚을 갚는데 최선을 다하라’는 당부를 했다는 이야기, 그 임명된 주지는 임명권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빚 갚을 재원을 마련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 중의 하나로 여겨지는 천도재와 구병시식을 ‘박리다매’로 당당하게 진행하고 있는 현실을 보며 다시금 맹자의 경고를 떠올리게 된다.

적어도 최고 지도자는 아무리 절실하고 간절하더라도, 함부로 이(利)나 돈을 거론해서는 안 된다. 꼭 필요하다면 아래 실무책임자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거론할지언정 직접 그것을 입에 담는 것은 가능한 피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세상이 모두 이(利)를 좇아 혈안이 되어 있을 때, 세속적 가치를 부추기기보다는 인(仁)과 의(義)를 설파할 줄 아는 지도자가 그리워지는 시절이다. 올 10월 말경 치러지는 ‘불교대통령’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서 어떤 총무원장을 뽑아야 할까. 적어도 수행자의 모습을 갖추고 사심보다는 공심에 기초해 종단 일을 해왔거나 기여한 스님, 또 그길을 갈 가능성이 가장 큰 분을 가려 뽑아야 할 것이다. 돈이 많다거나, 또는 그런 세속적 가치에 경도된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은 곧 망종의 길임을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종도들이 명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