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5년 전쯤의 일이다. 가까이 지내던 어르신으로부터 성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금강경 강의를 매주 토요일마다 하니까 들어보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았다. 강사는 적연 이제열 법사인데, 경전강의를 들어보면 이 기자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자신 있는 추천이었다.

이제열 법사야 잘은 모르지만, 얼굴 정도는 서로 알고 지내던 터라, 또 마침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도보로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서 금강경 강의를 하고, 강의가 끝나면 담마토크(법담)을 나누는 시간도 갖는다는 이 어르신의 전언에 앞으로 1년은 토요일마다 금강경 공부를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렇게 이제열 법사와의 직접적인 인연이 시작됐다.

한 유명선원에서 오래 동안 법사활동을 했다는 경력 때문에 그리 개운치 않은 선입견을 갖고 있던 적연 이제열 법사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은 금강경 강의를 듣는 첫 시간에 유리창 깨지듯 산산이 조각났다. 세상에 이런 분이 계셨구나! 스님도 아닌 재가의 법사가 이렇게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다니….

이후 매주 토요일이 기다려졌고, 그동안 쌓아온 불교에 대한 나의 알음알이가 얼마나 피상적이었는가를 깨닫는 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갔다. 그렇게 1년여. 나는 이제열 법사님의 덕분에 불교, 특히 법에 대한 이해에 어느 정도 자신을 갖게 되었다. 그동안 어렴풋이 알고 있던 불교는 조금씩 명확한 불교로 바뀌어져 갔다. 기자생활을 위해 절집에 오기도 전에, 금강경으로 불경읽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했을 정도로 나름대로 이해에 자신이 있었던 금강경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후 나는 이제열 법사를 나의 법사, 즉 진리의 스승으로 모시게 되었다. 언제 어느 때든 불교에 관해, 법(진리)에 관해 의문 나는 것이나 미심쩍은 것이 있으면 전화를 걸었다. 그때마다 해박하고 적확한 설명에, 또 자신이 펼치는 견해의 근거로 분명하게 경전과 논서의 내용을 근거로 들어 설명을 하는 이제열 법사의 법력과 실력에 감탄하는 일이 잦아졌다.

글쎄 그때의 마음을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이제열 법사를 만나기 전, 내가 해온 불교와 만난 후의 불교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침침한 눈으로 살다가 도수를 정확하게 맞춘 안경을 썼을 때의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 때의 감동을 나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기회 있을 때마다 이야기하곤 했다. 심지어 스님들에게도 배움에 출재가의 구분이 있을 수 있느냐며 이제열 법사의 강의를 듣기를 권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제열 법사의 실력은 그가 하고 있는 강의, 즉 금강경 강의를 비롯해 원각경, 유마경, 해심밀경 강의를 통해 소수의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번져갔다. 그러나 머리를 기른 재가자라는 한계가 언제나 큰 장애로 다가오는 것을 목도하며 나는 늘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다.

저 높은 가르침을 한 사람의 불자라도 더 만날 수 있게 해야겠다는 것이 그 후 내겐 화두가 되어 뇌리에 맴돌았다. 그렇게 한 해 한 해를 보내기를 몇 해를 거듭한 끝에 나는 <미디어붓다>에서 이제열 법사를 초청해 금강경 강의를 열기로 결심했다. 재가법사의 경전 강의에 불자들이 얼마만큼의 호응을 보내줄 지는 미지수임을 잘 알면서, 또 상대적으로 젊은 불자들을 독자로 하는 신생 인터넷 언론사의 홍보력에 확신을 갖지 못하면서 용기를 낸 것이다. 이제열 법사와 논의를 거쳐 수강자 숫자가 20명을 넘지 못하면 강의를 하지 않겠다는 공지를 내보내고 강좌 개설 기사와 공지를 며칠 전 <미디어붓다>에 올렸다.

강좌 개설 안내 기사를 쓰면서, 이 강좌의 개설은 금강경 강의를 듣는 것 말고도 한 재가 선지식과 만나는 뜻 깊은 인연을 여러 불자들에게 주기 위한 것이라는 표현을 감히 사용했다. 그러나 이는 결코 강좌에 수강생을 모집하기 위한 형식적 수사가 아니라 진심어린 나의 충정을 말한 것이다.

이제 12일이 되면 강좌 접수는 마감된다. 그때까지 낮 강좌와 저녁 강좌에 각각 20명이 넘는 수강신청이 들어올지는 모르겠다. 20명이 되지 못하면 공지한대로 강좌는 개설되지 않을 것이다.

불교공부를 제대로 하고자 하는, 참 선지식을 만나고자 하는 불자들에게 금강경 강의를 놓치지 말 것을 거듭 권한다. 물가에 감로수를 마련해 놓았으나, 그곳까지 가서 감로수를 마시고 안 마시고는 각자의 책임일 것이다. 부디 이제열 법사의 금강경 강좌에 수십 명, 아니 수백 명의 불자들이 북적이는 기대가 꿈이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