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포 전 쯤 목조불상을 만드는 불모 한 분을 지인의 소개로 만났다. 기자에게 반드시 전할 말이 있다는, 그가 전한 말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우리나라 사찰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5백불, 1천불, 3천불, 1만불, 10만불 등의 이른바 원불봉안에 모셔지는 불상들의 재질이 중금속과 환경호르몬을 유발시키는 싸구려 위험재질로 만들어졌다는 것이었다.

그에 따르면 위험재질로 만든 불상을 봉안한 절은 조계종이나 태고종은 물론 거의 모든 종단이 해당되고, 작은 불상(약 20센티 안팎)만이 아닌 주불(큰 불상)까지도 일부에서 공급되고 있다. 게다가 사찰은 아니지만 만신이나 무당 등이 모시고 있는 불상 가운데도 이 싸구려 재질로 만든 불상이 상당수에 이른다.

환경호르몬을 유발시키는 FRP(유리섬유강화프라스틱)재질과 수은과 납 등의 중금속오염물질을 다량 포함한 짤프(납, 알루미늄, 텅스텐등의 합금)로 만든 불상들이 우리나라 사찰에 대량으로 모셔지고 있어 정말 큰일이라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큰일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먼저 싸구려 불상을 모신 절의 스님이나 신도들의 건강을 크게 해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로는 FRP재질은 분해되어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데 약 3천년이 소요될 만큼 환경파괴 물질이고, 짤프는 중금속으로 접촉하지 않아도 중금속 물질을 대기중에 발산한다는 점이다. 셋째로는 이런 불상들을 절 주변이나 쓰레기장 등에 파기해 버렸을 경우 환경오염의 정도가 매우 심각하게 된다는 점이다. 불교가 환경보존 운동을 제창하면서 이렇게 한 쪽으로는 온갖 오염물질을 대량으로 도량에 유입시키고 있으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는 것이다.

이 불상들은 대개 중국에서 제작하고 일부는 베트남 등에서도 제작 수입되어 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제품보다 크게 저렴한 가격이어서 스님들이 선호한다는 것이다.

중국산 완구제품이 인체에 엄청난 해악을 미친다는 것이 알려져 전 세계적으로 소동이 일어났던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어린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에서 포름알데히드, 즉 환경호르몬 물질이 검출되고 중금속이 배출된다는 보도에 전 세계 부모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그 폐해가 어느 정도 심각한 것인가는 인터넷에서 ‘중국산 장난감’이란 검색어를 쳐보면 자세히 알 수 있으니 예서 더 거론하지는 않겠다.

그나마 완구제품은 소동 이후로 기준이 강화되어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불상은 여전히 무방비상태로 수입되고 있는 형편이니 난감한 일이다.

그가 기자를 만나기로 결심한 것은 FRP나 짤프 재질로 만든 불상을 전국 사찰에 약 20여만 기 이상 공급한 업자 박 아무개씨의 고충과 번민을 듣고 나서였다. 그는 박 아무개씨가 문제의 불상을 납품한 울산의 한 절에서 스님이 이상하게 법당에서 기도만 하고 나오면 머리가 아프고 몸이 좋지 않아져서 불상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전화를 받고는 이후 줄곧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박 아무개씨는 싸구려 재질의 불상으로 가득 채워진 법당에 머물면 당연히 나타나는 부작용임을 알고 있기에 자신이 행한 행위에 대해 참회와 반성을 크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스님들에게 사전에 싸구려 재질로 만들어진 불상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고지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사찰 스님들이 구입 요청을 함으로써 공급을 한 것이지만 자신의 행동이 결코 떳떳한 것은 아님을 알기에 번민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최근 들어 자신의 몸이 아파오면서, 박 아무개씨는 아무래도 업보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이 문제점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자신이 공급한 사찰의 불상들은 가능한 원가수준에서 대체하겠다는 발원을 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수백만 구는 족히 넘을 문제의 불상을 인체에 해가 없고 친환경적인 재질의 불상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것인데, 목불이나 철불, 동불 등 전통적인 불상은 비용문제가 있어 어렵고, 지불(종이재질)이나 황토불이 적당하다는 결론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도 정교한 금형(틀)을 만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어떻게든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 문제는 이미 종단적 차원에서 해결할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종단차원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은 불상이 사찰에 공급되었고, 따라서 문화유산을 관리하는 문화관광부와 환경문제를 관장하는 환경부 등 국가차원에서 다뤄야할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다만 종단에서는 이런 문제의 불상들을 모두 수거해 여법한 파불의식을 거쳐 처리하는 일에 나서야 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정부와의 창구역할을 해야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청정수월도량을 환경호르몬과 중금속으로 오염시키는 일이 버젓이 진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조석예불 때마다 청정수월도량을 외쳐본들, 불보살님들이 그 도량에 강림할 리가 없을 것이다. 또 이런 속내에서 대외적으로 환경보존과 생명평화를 소리높여 외쳐본들 감응이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종단차원의 대책 시급’이라는 말이나 지적이 언제나 공염불로 끝났음을 모르는 바 아니나, 또 한 번 종단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할 수밖에 없는 기자의 손끝이 몹시 면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