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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캐려 막장 광부처럼 앙코르로 앙코르로

| | 2008-08-26 (화) 00:00

앙코르와트 해자 앞에서 포즈를 취한 필자크게보기

앙코르에 있는 모든 건축물들은 정문은 동쪽에 있다. 생명을 뜻하는 방향이다. 그러나 앙코르 와트는 죽음을 뜻하는 서쪽에 정문이 있다. 이 사원을 축조한 수리야바르만 2세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지어졌다는 설이 있으나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내부 회랑의 부조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며 조각되어 있다. 이것은 힌두교의 장례 절차의 법도이므로 그 설의 근거다.

그러나 화장터라기에는 너무 장엄하고 아름답다. 단순히 장례를 위한 구조물이 아니라 그의 위업과 명복을 비는 거대한 기념물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원의 구성, 균형미, 조각과 부조의 완벽함으로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앙코르 와트의 일출크게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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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에 위치한 정문에서 앙코르 와트의 위용을 바라볼 수 있다. 이른 새벽부터 사람들이 몰려든다. 유명한 앙코르 와트의 일출을 보기 위해서다. 새벽 5시 무렵이면 비상출동 하듯 차량들이 불빛을 요란하게 흔들며 입구로 몰려든다.

사전 교육을 단단히 받은 일본인 관광객들은 광부처럼 헤드랜턴을 쓰고 앙코르 와트로 파고든다. 준비성이 치밀한 일본인답다. 손전등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나 같은 축은 바닥을 더듬으며 기어든다. 여러 날 새벽마다 부지런을 떨어야 일출다운 일출을 볼 수 있다. 한국의 동해바다도 어디 단번에 일출의 장관을 보여주던가.

앙코르 와트에 입장하는 사람이 걸어가는 거리는, 중앙탑에 있는 비슈누상까지 가는 도중이 생존시간을 상징한다. 앞으로 걸어가면 죽음의 방향인 서쪽에서 멀어진다. 방문자는 시간을 거슬러 죽음에서 최초의 탄생 순간에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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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야바르만은 ‘태양이 보호하는 왕’이란 뜻이다. 그는 집권기 내내 앙코르 와트 건설에 매달렸다. 우주, 천체, 신화, 전설, 역사, 종교, 여인 그리고 미래까지 깡그리 여기에 담고자 노력했다. 수만 명의 인부들은 뜨거운 태양 아래서 혹사당했지만 그의 불호령 앞에선 맥을 추지 못했다.

그러나 수리야바르만 2세는 그의 생전에 앙코르 와트의 완성을 보지 못했다. 그의 유언도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짐작컨대 ‘부디, 어서, 앙코르 와트를 완성하라’는 절규를 남기고 종생했을 것이다.

앙코르에 있는 북한식당의 접대원 아가씨들.크게보기

광기에 가까운 그의 집념으로 오늘 날 우리는 앙코르 와트에 담겨진 무수한 암호와 비밀을 캐려고 막장의 광부처럼 그곳으로 들어간다. 현대사의 비극으로 경제적으로 딱한 처지에 놓인 앙코르의 후손들은 그들 조상이 묻힌 피와 땀의 덕택으로 먹고살 길을 열어놓고 있다. 역사의 명암은 동전의 양면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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