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은 군대 가려고 머리를 자르는데 스님들은 군대 가려면 오히려 머리를 더 길러야 합니다. 스님도 군대 가냐구요? 물론지이요. 군대 가면 요령피우는 것도 똑같답니다.”

스님이 군대를 간다면 모두들 의아해 하겠지만 스님들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한다.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위해 군대에 간 스님의 경험담을 엮은 『스님도 군대 가나요』가 나왔다.

1995년부터 2004년까지 9년간 군종장교로 군 생활을 한 남산 대원정사 주지 지장 스님이 숨기지 않았지만 알려지지 않았던 스님들의 군대이야기를 펼쳐보였다.

공군장교로 복무했기에 스님의 군 생활 중 비행기에 얽힌 에피소드가 눈에 띈다.

크게보기물론 직접 비행기를 조종한 것은 아니지만 모형비행기로, 아니면 조종사 옆자리 혹은 뒷자리에 동승해 함께 하늘을 날았던 기억들, 잊고 지내는 가 했는데 어느새 스님의 군경험이 새록새록 올라온다.

“제대를 한 달 앞둔 어느 날 공군본부에서 연락이 온 거에요. 공군참모총장배 모형항공기 시합이 있는데 출전해 달라는 겁니다. 스님이라는 신분이 홍보에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이었지요. 전역하기 전 마지막 추억이라 생각하고 고급부문에 출전을 결심했죠. 고급은 힘들다 중급에 출전하라며 다들 말렸지만 운이 좋았는지 고급부분에서 2등을 차지했어요.”

모형항공기뿐이 아니다. 진짜 비행훈련에 동참했을 때는 식은땀을 흘릴 만큼 긴장도 했다.

물론 조종사 옆자리에 앉아있었지만.

“고교동창 중 수송기 조종사가 있었습니다. 친구의 야간훈련비행 때 동승했지요. 그때 친구의 임무가 창밖을 보지 않고 오직 교신과 계기만 의지해서 조종하는 겁니다. 덕분에 착륙을 시도할 때는 등이 땀으로 젖어버렸죠.”

스님의 군대 이야기가 비행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입대하게 되면 누구나 거치는 훈련소지만 스님의 훈련소 이야기는 더욱 특별하다. 훈련소에서는 군종장교로 복무할 스님, 신부님, 목사님이 한데 모여 훈련을 받는다.

스님, 신부님, 목사님이 군대에 모여 무슨 이야기를 할까?

하루는 어느 목사님이 “우리는 결혼해 괜찮은데 스님하고 신부님은 기나긴 밤 어떻게 보내시냐”고 묻자 신부님 왈, “모르겠어요. 매일 떡이 되도록 술 먹고 쓰러져 자니까.” 옆에 있던 스님도 대답을 거든다. “우리는 저녁을 안 먹기 때문에 배고프고 기운 빠져서 딴생각 없이 일찍 잤는데요.”

이 밖에도 행군의 추억, 군 장병들과 지내던 이야기, 스님과 신부님이 미사와 법회를 바꾸어 진행한 이야기 등 스님만의 색다른 군경험이 책속에 펼쳐진다.

“출가는 집을 떠나고 세속을 떠난다는 말입니다. 입대는 집을 떠나 군대에 들어간다는 말인데 집을 떠나 고행의 길을 간다는 데서는 입산과 동질감을 느끼게 합니다. 둘 다 형태만 다를 뿐이지 자신과 타인의 행복에 이바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군대란 또 다른 출가인 것입니다.”

지장 스님/클리어마인드/271쪽/10,000원

*지장 스님은?

동국대를 졸업하고 입산출가. 공군에서 9년간 군승으로 복무했으며 생활명상법을 찾고자 초의차명상원을 개원했다. 현재 서울 남산 대원정사에 있으면서 서울, 부산, 광주 등지에서 생활명상법 강의와 수행을 실천하고 있다.

저서로는 『차명상』,『내 마음에 이르는 길』,『마음을 열어주는 행복한 생활명상』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