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배, 또 한 배….

절은 끝없이 이어지는 듯했다. 108배를 3번 거듭하는 324배가 정성껏 탑을 쌓듯 계속됐다. 절을 인도하는 스님의 죽비소리가 애를 끊어내는 단말마처럼 이어지고, 오체투지 절을 하는 불자들의 이마와 목 줄기에서는 핏빛 땀방울이 맺혔다가는 이내 흘러내리고 있었다.

30여 명의 안산지역 불자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영정사진과 위패를 모신 안산 화랑유원지의 공식 분향소를 향해 23일째 절을 하고 있는 중이다. 당초 릴레이 10,000배를 계획했으나, 참여자들이 대부분 매일 빠지지 않고 참가해 각자가 1만 배를 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목표도 수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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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들의 분향소를 향해 오체투지 324배와 기도를 올리고 있는 안산지역 불자들.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추모, 참회, 화합의 10,000배 기도정진’이라는 이름아래 진행되는 이들의 간절한 발원은 안산에 살고 있는 불자로서 이번 세월호 침몰로 참사를 당한 이웃, 동료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나누고자 시작한 매우 소박한, 그러나 감동적인 몸짓이었다.

안산의 불자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 무엇인가 희생자와 실종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을 위해 해야 한다는 마음을 냈고, 그 마음들이 이심전심으로 모아진 것이다.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이라는 한 구절에 마음을 담고, 매일 오후 7시에 정부 공식 세월호희생자분향소가 마련돼 있는 안산 화랑유원지에 모여 324배를 올리는 안산지역 불자들은 이제 일주일 후인 5월 24일에는 10,000배 기도정진 회향식을 앞두고 있다.

아직 일주일의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동참하지 못한 분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시대 가장 큰 비극적 사건을 참회하고, 희생자들의 왕생극락을 발원하며, 나아가 이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발원을 하는 자리에 보다 많은 불자들이 함께 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가 침몰된 후 얼마동안은 조문 행렬도 많았고, 자원봉사자도 넘쳐났지만 마지막 실종자가 부모님의 품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순간까지 고통과 슬픔을 나누고 위안과 희망을 전해주는 역할을 하는 단체나 개인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와중에서 30일 동안의 충분한 기간을 정해놓고 기도정진에 들어간 불자들에게 차츰 시민과 조문객들의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분향소 정문을 바라보고 오른쪽 잔디밭에 방석을 깔고 간절한 마음으로 오체투지 절을 올리는 일단의 불자들을 향해 처음에는 생경하다는 표정을 지었던 사람들도 차츰 희생자의 왕생극락을 발원하고 실종자 생존을 기원하는 작은 움직임이, 불자들의 발원처럼 큰 기적을 낳기를 함께 기원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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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지역 불자들은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의 극락왕생 발원과 유가족의 슬픔을 나누는 기도정진에 더 많은 불자들이 함께 하기를 바라고 있다. 안산지역 불자들의 1만배 기도정진은 5월 24일 오후 5시에 회향식이 열린다.


구슬땀을 흘리며 324배를 마친 안산지역 불자들은 5분간의 명상을 마친 후 스님들과 마주 앉아 시종 신중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눴다.

이날은 맨 앞에서 기도정진을 이끌고 있는 도선 스님(부곡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이 진도 팽목항을 다녀온 이야기를 전했다.

“엊그제 진도에 다녀왔습니다. 강행군을 해서 힘들어 오늘 324배를 다 못할 줄 알았는데 너무 잘 되었습니다. 아마도 함께 하신 여러분들의 마음이 힘이 된 것 같습니다. 진도 팽목항에 가보니 목탁소리가 너무나 아름답게 들려왔습니다. 팽목항 부두에도,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실내 체욱관에도 법당이 개설되어 있고, 그곳에서 스님과 불자들이 너무들 잘 하고 계셨습니다. 너무 열심히 하는 스님들께 감사의 인사와 함께 우리 안산 불자들도 분향소 옆에서 10,000배 기도정진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드리고 왔습니다. 진도와 안산, 두 곳에서 우리 스님들과 불자님들께서 참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선 스님의 낭랑한 목청이 어둠이 드리워지기 시작하는 화랑유원지에 잔잔하게 퍼져나갔다. 스님의 말씀이 이어졌다.

“우리 불교는 비록 그 규모는 작지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끝까지 열심히 하는 종교는 역시 우리 불교인 것 같아요. 진도에 가서 정말 용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곳의 스님들이 전부 잘 하고 계셨고, 또 안산에서 왔다는 분들을 3분이나 만나고 왔습니다. 그들은 스님들과 불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팽목항을 울리는 목탁소리를 들으면 위안을 받는 것 같았습니다. 거기에 종교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천주교인들도 찾아와 스님들께 기도해달라고 했습니다. 너무나 절박한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는 스님들에게 종교의 같고 다름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도선 스님의 진도 방문 이야기를 경청한 불자들은 이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오는 24일 오후 5시부터 열릴 회향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기도정진 30일째 날이기도 한 회향행사를 여법하게 할 수 있도록 마지막 일주일 더 열심히 정진하자고 다짐했다. 한 사람이라도 더 동참시키기 위해 다같이 노력하자는 다짐도 했다.

천도재가 아닌 30일 간 진행해온 기도정진 과정을 돌아보는 자리에 안산의 불자들이 대거 운집했으면 좋겠다는 발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108배, 금강경 독송, 큰스님의 법문 등 회향식 식순을 논의하고, 회향일에는 모든 유족들과 조문객들에게 맛있는 떡공양도 올리자는 의견도 개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