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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 회주 법흥 스님이 고려대불교학생동문 신년법회가 열리는 1월 10일 사간동 법련사를 찾았다.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한 스님은 동문들이 신년법회를 봉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에 올라온 것이다. 새해를 맞아 스님은 인욕의 중요성을 알리는 법문을 전했다. 편집자 주

참는 것이 최고의 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이 나오게 된 이야기를 한 가지 들려드릴게요. 옛날 시골에 사는 한 농부가 수박 한통을 들고 같은 마을에 사는 도인 스님을 찾아갔어요. 스님을 찾아 이르기를 ‘평생 길잡이가 될 좋은 말씀 한 가지만 해주십시오’하고 부탁하는 거야.

스님이 머뭇거리며 ‘며칠 있다가 다시 오게 그때까지 한번 생각해 봄세’라고 답했어요. 이틀 뒤 농부가 다시 스님을 찾아 갔어요 이번엔 떡을 싸들고 갔지요. 그런데 스님이 또 담에 오라며 돌려보냈습니다.

농부가 세 번째 찾아가자 스님은 그제야 ‘참는 것이 최고의 덕이다’ 이 말을 꼭 품고 살라고 당부했어요. 평소 덕망이 높기로 이름만 스님에게 들은 말인지라 농부는 기뻐서 집안 구석구석에 그 말을 써서 붙였지요.

방문에, 천장에, 벽에, 기둥에 가는 곳마다 그 글귀를 볼 수가 있었지요.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농부가 큰집에 제사가 있어 하룻밤 지내고 올 일이 생겨서 아내에게 다음날 아침에 올 터이니 집안 단속을 잘하라고 당부했어요.

큰집에서 제사를 마친 농부는 갑자기 의심증이 생겨서 날이 새기도 전에 집으로 돌아가 안방 문을 열었는데 부인 옆에 왠 반짝이는 머리를 가진 사람이 함께 자고 있더라 이겁니다.

농부는 화가 치밀어 올라 부엌으로 뛰어가 칼을 들고는 둘을 모두 없애겠다고 맘먹었죠. 그러고선 부엌을 나오는데 농부의 눈에 ‘참는 것이 최고의 덕이다’ 이 글귀가 눈에 들어 왔어요. 애써 눈을 돌렸는데 눈을 돌린 곳에 또 똑같은 글귀가 보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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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안방까지 도착한 농부는 ‘그래, 스님이 해준 말씀이니 일단 한번 그 대머리가 누군지나 알아보고 나서 생각하자’라고 맘먹었습니다. 해서 안방에서 두 사람을 깨우니 농부는 아연실색했습니다.

반짝이는 대머리는 바로 농부의 여동생이었던 것입니다. 농부의 여동생이 출가하여 스님이 되었는데 마침 그날 속가 오라비의 집을 찾았으나 자리에 없어 시누와 올케가 한 방에서 잠을 잤던 것입니다.그제야 농부는 자신의 성급함을 자책하며 스님의 말씀 때문에 살인을 면하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