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숙 전 고려대장경연구소 연구원이 지난 10월 22일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올해로 53세인 이 연구원은 지난해 7월초에 유방암 3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투병생활을 해왔다. 그러다 올해 10월 갑자기 병세가 깊어져 결국 22일 오후 2시 30분경에 타계했다.

이 연구원이 세상을 떠난 후 가족들이 주변에 알리지 않고 조용하게 장사를 치렀다가 최근 불교계의 한 지인과 동생이 통화하던 도중 이 연구원의 타계 사실을 일러줌으로써 뒤늦게 학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 연구원은 최근까지도 해인사 법보전 비로자나부처님 복장(腹藏)에서 발견된 고문서 판독에 심혈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암투병 중인 올해 2월에도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가 개최한 학술세미나에서 해인사 고문서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다.

이 전 연구원은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영양사로 활동하다가 뒤늦게 불교공부를 시작한 만학도였다. 1992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대정대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석사과정에서 화엄학을 전공했으며, 2000년 국제불교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해 오치아이 토시노리 교수의 지도 하에 불교문헌학을 연구해 왔다.

하지만 경제적 사정으로 박사학위를 마무리 못한 채 국내로 돌아올 그는 고려대장경연구소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해인사 복장 전적 연구를 진행해왔다.

뒤늦게 학자로서의 길에 들어섰지만 그 누구보다 학문적 열정이 넘쳤던 한 소장학자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주변인들은 놀라움과 비통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