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20 (월) 14:18
<문> 불경에는 많은 비유와 예화가 담긴 문학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많은 비유와 예화를 설한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
<답> 의사가 환자의 병에 따라 각기 다른 약을 주듯이[應病與藥], 우리 중생들의 수준과 능력, 그리고 이해 정도와 요구가 각양각색이어서, 그들에게 제각기 가장 적절한 가르침을 주신 것을 가리켜 대기설법이라고 합니다. 불교의 8만4천 법문이 있게 된 것도 바로 여기서 비롯된 것이지요.
대기설법(對機說法)이란 많은 비유와 예화를 들어서가 아니라, 수많은 중생의 능력과 소질에 맞추어서 가장 알맞은 법을 설한다는 의미합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는 대기설법이라고 하지만,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6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상호설법(相好說法)입니다. 부처님의 거룩하신 모습 그 자체가 이미 훌륭한 설법으로서, 중생을 감화시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둘째, 문답법(問答法)입니다. 문답법은 청중의 질문에 일일이 답해 주시는 형식이지요. 대승경전들 대부분이 이런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특히 금강경(金剛經), 원각경(圓覺經)이 이에 해당됩니다.
셋째, 전의법(轉意法)은 상대의 논설을 결코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 내용을 전환하면서 보다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가는 방법입니다. 주로 외도(外道)들을 제도할 때 이용하셨는데 육방예경(六方禮經)이 이에 속합니다.
넷째, 묵언법(黙言法)은 수행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또는 대답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는 질문의 경우에 해당하는데 가령 14무기(無記) 등을 가리킵니다.
다섯째, 운문(韻文)은 기억과 암송에 편리하게 대답한 것으로서 법구경(法句經)이나 숫타니파다(Suttanipta) 등이 이에 포함됩니다.
여섯째, 인연담(因緣談)은 인과법을 올바르게 알리기 위해 설하신 가르침을 말한다.
이와 같이 부처님께서는 모든 중생들이 성불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길을 열어주시고 있습니다. 부처님이 위대한 것은 깨달으신 분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부처님을 더욱 위대하게 하는 것은, 당신의 깨달음을 아직 눈뜨지 못한 우리 중생들에게 펼치고자 이와 같은 노력을 기울이신 데 있습니다.
진언이나 염불이 입에서 입으로 전달 받는 방법이라면, 경전은 입으로 전하여 마음으로 전달 받는 것입니다. 그리고 부처님의 팔상성도(八相成道, 출생에서 입멸까지)가 몸으로 전하여 몸으로 알게 해 주는 방법이라면, 염화미소(拈華微笑)는 마음으로 전하여 마음으로 전달 받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이 이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바로 네 번째 방법이 아닌가 합니다.